'황교안 눈치보기' 국정교과서 '모든 가능성'→'원칙유지' 선회

신하영 2016. 12. 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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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장관 국회 출석 "1년 유예 검토한 바 없다"
정치권 "국정화 지지 황 권한대행 의식한 발언"
"내년 국정교과서 강행 시 교육계 갈등 불가피"
"1년 보류 후 국·검정 혼용 방안이 최선책" 지적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 전면에 등장하면서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관련 입장도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국정교과서의 출구전략을 검토해온 교육부의 태도가 ‘황교안 체제’ 이후 강경론으로 바뀌었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자인 황 권한대행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보고회의에 출석, ‘국정교과서 적용을 1년 유예하거나 검인정 교과서와 혼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원래 추진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며 “오는 23일까지 의견 수렴을 한 뒤 현장적용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 교육부 “국정교과서 원칙 유지” 선회

앞서 이 부총리는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정 교과서의 학교현장 적용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달 중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이 부총리의 입장이 ‘모든 가능성’에서 ‘원칙 유지’로 6일 만에 강경하게 바뀐 것이다.

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해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의식한 발언이란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내부적으로 국정교과서의 적용시점을 1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교육부가 황 권한대행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황 권한대행이 국정교과서의 내년 적용을 밀어붙일 경우 야권에는 이를 제지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교육부가 황 권한대행을 의식, 국정교과서 관련 입장을 강경론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여·야·정 협의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면 이를 견제할 물리적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내년 적용을 밀어붙이기도 힘든 상황이다. 전국 시·도교육감 17명 중 14명이 국정교과서의 내년 적용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직접 학생을 가르치는 전국역사교사모임도 ‘불복종 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역사교사모임은 전국 역사교사의 30%에 달하는 2000여명의 유로회원을 확보한 국내 최대 역사교사 단체다.

◇ 내년 적용 무리수···‘1년 보류’ 유효

교육부 내부에선 여전히 ‘1년 보류 후 국·검정 혼용’ 방안이 최선책으로 거론된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토대로 편찬됐다.

교육과정은 국가적 교육목표와 교육내용을 큰 틀에서 규정한 것으로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교과서 내용과 입시제도가 바뀌게 된다. 이 때문에 ‘2009 교육과정’을 근거로 제작된 기존 검정교과서와 ‘2015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국정교과서를 내년에 당장 혼용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1년 보류 후 국·검정 혼용’ 방안을 출구전략으로 검토해 왔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확정한 ‘2015 교육과정’의 학교 적용 시점은 2018년이다. 이에 맞춰 새로 제작된 교과서도 이때부터 적용하지만, 교육부는 유독 중고교 역사교과서만 1년 앞당겨 2017년 3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현 정권 내 국정교과서 안착’을 의식, 정략적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유다.

◇ “국정교과서, 2018년부터 적용해야”

교육부 안팎에선 원래대로 중고교 역사교과서 배포를 2015년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2018년으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시간을 갖고 정치상황에 따라 국·검정 혼용이냐 국정교과서 폐기냐를 고민할 수 있기 때문에 1년 유예방안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적용시점을 1년 미룰 경우 결국 ‘국정화 철회’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정권교체 이전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자체를 폐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1년 보류 후 국·검정 혼용’안을 대안으로 선택하고, 향후 정국 변화에 따라 국정화 자체를 철회할 개연성이 크다.

이 경우 기존 검정교과서를 ‘2015 교육과정’에 맞춰 새로 개발해야하기 때문에 국정교과서는 하나의 참고자료로 쓰이고 폐기될 수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2015 교육과정에 따라 편찬된 국정교과서가 검정교과서 제작의 참고자료로 쓰이고 (정권이 바뀌면)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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