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주택정책 시한부 초읽기"..'행복주택·뉴스테이' 정권 레임덕에 좌초 위기

이창환 기자 입력 2016. 12. 1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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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를 대표하는 주택정책 브랜드 ‘행복주택’과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정이 마비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도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일보DB

행복주택 2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행복주택 입주실적은 단 40가구에 그치고 있다. 뉴스테이 역시 정부 정책의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사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건설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 요란했던 ‘빈수레’…행복주택 20만가구 공약에 입주 40가구뿐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계층, 신혼부부 등 젊은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심지에 근접한 전용면적 45㎡ 이하의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자체가 건설, 공급한다. 행복주택 20만가구 건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정부는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지난 2013년 4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확정하면서 2017년까지 5년 동안 20만가구의 행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 기준 행복주택 입주실적은 고작 40가구뿐이다.

행복주택은 사업 초기부터 잡음이 일었다. 정부가 시범지구로 선정한 서울 오류·가좌·공릉·안산 고잔 등 4개 철도부지와 서울 목동·잠실·송파 등 유수지 3곳 지역주민들이 극심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행복주택 공급계획을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축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15만가구로 늘렸다.

◆ 손 놓은 LH…정부따라 레임덕(?)

박근혜 대통령의 ‘행복주택’ 공약으로 피해를 보게 된 지역 주민들이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행복주택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행복주택이 헛돈 데에는 집행 기관인 LH가 사업 추진에 미온적이었던 것도 한몫했다.

LH는 정부의 행복주택 15만가구 공급계획 중 내년까지 12만2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올해 7월까지 사업승인 된 행복주택은 6만3164가구에 불과하다. LH가 추진 중인 행복주택 사업 중 사업승인을 받은 지구는 전체 99개로 이 중 입주 및 입주자 모집 단계는 7개 지구, 착공은 29개 지구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63개 지구는 아직 미착공 상태다.

행복주택은 정부출자 30%를 제외하고, 건설비의 70% 이상을 기금융자(40%) 등을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는 사업구조다. 행복주택 임대기간 동안 투자자금 회수가 힘들어 건설하면 할수록 LH의 부채가 쌓인다. 행복주택 12만2000가구를 건설하면 LH의 총 부채는 9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뉴스테이도 중단 우려

행복주택과 함께 박근혜 정부 주택정책의 간판격인 뉴스테이도 위태롭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뉴스테이 공급목표를 올해(2만5000가구)보다 84% 늘린 4만6000가구로 잡고 있지만 예산 삭감 시 공급량 조절이 불가피하다.

월세를 꺼리는 분위기 속에 뉴스테이가 비싼 월세라는 지적을 받는 데다, 정책 불확실성으로 건설사의 참여가 동반되지 않으면 뉴스테이 정책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강북2구역과 인천 십정2구역 등에서 추진되고 있던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이 무산되거나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뉴스테이는 의무임대 기간인 8년 동안 상승률이 5% 이하인 임대료를 내며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을 말한다. 정부는 전세공급이 줄고 월세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난해부터 뉴스테이를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8월 말 인천 남구 도화동에 문을 연 뉴스테이 ‘e편한세상 도화’ 견본주택에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대림산업 제공

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는 도시기본계획 변경절차 간소화, 지구단위계획 승인절차 특례적용,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생략, 용적률·건폐율·층수제한 완화, 주거지역 내 판매·업무시설 허용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문제는 다음 정권에서도 이 같은 혜택이 제공될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8년간 임대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아 사업 추진 시 입지조건이나 기금지원 여부를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며 “정부 정책이 중단되면서 수익성, 금리 등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수적인 관점에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정권 바뀔 때마다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주택정책

지난 2007년 도입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은 최장 20년 동안 전세금을 시세의 80%, 2년 주기 재계약 시 보증금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정책이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새로운 주택정책이 나오면서 공급이 중단됐다.

‘반값 아파트’로 유명한 보금자리주택 역시 이명박 정부가 2009년 무주택서민을 위해 도입했으나 2013년 정권교체와 함께 사업 계획 변경으로 6년 전 계약 후 준공을 기다리며 전세를 전전하던 입주 대기자들이 피해를 봤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거 안정화를 위한 새로운 제도가 나오지만 정책의 일관성은 없다.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과 뉴스테이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행복주택의 경우 애초 공약보다 공급물량이 크게 준 데다, 낮은 정부 지원으로 LH의 부채를 증가시키는 등 재무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뉴스테이도 8년 후 분양전환이나 임대차 재계약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어 8년 후 아파트값이 예상보다 많이 오르면 뉴스테이 세입자들이 다시 전세 난민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새 정권이 들어서면 아무래도 지난 정권의 색깔이 강한 주택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기존 제도를 유지하면서 보완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뒤집거나 대체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주거정책의 장기적인 비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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