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승계 성공모델 '주식회사 로마'서 찾아라

오현주 2016. 12. 14.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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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제국 로마서 배우는 경영지혜
도시국가 로마 '벤처기업' 비유
'제국건설=대기업성장' 해석
창조천재 창업라더 '카이사르'
개혁승계 '아우구스투스'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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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로마 읽기
양병무|504쪽|21세기북스
‘행복한 로마 읽기’에서 저자 양병무는 카이사르(왼쪽)황제와 아우구스투스황제를 천년제국 로마사에서 창업-승계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는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첫 번째 왕 로물루스는 매우 거칠고 호전적인 인물이었다. 2대 왕 누마는 냉정하고 종교적이었다. 3대 왕 툴루스는 1대 왕만큼이나 과격해 평화보다 전쟁을 선호했다. 4대 왕은 2대 누마의 외손자였지만 실력자였다. 5대 왕은? 그리스인과 에투루리아인의 혼혈인 타르퀴니우스 프리스쿠스다. 운명을 개척한 인물이다.”

로마왕정 탄생의 모습이다. 후세는 1대 로물루스나 3대 툴루스에 대해 “필수적인 출현”이었다고 평가한다. 아니라면 이내 이웃나라의 먹이가 됐을 테니까. 로마가 선택한 2대 왕은 지혜롭기까지 했다. 누마는 1대 로물루스가 아들을 대신해 이웃 사비니족 출신 중에 뽑은 인물이다. 그것도 삼고초려 끝에. 누마의 가장 큰 업적은 부족연합이었다. 국경을 정하고 길드를 만들고 삶의 질서를 잡자고 달력을 개정한다. 10달을 12달로 늘리고 1년을 355일로 정했다. 5대 왕은 또 어떤가. 로마에 가면 누구나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만 듣고선 가족과 재산을 몽땅 들고 로마에 몸을 던진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선왕이 죽은 뒤 왕에 입후보해 선거운동으로 왕좌를 꿰찼다.

이 모든 일은 기원전 753년부터 150여년 사이에 벌어졌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통치에는 정당성과 권위, 역량이 필요하단 것이다. 로마는 초대 왕부터 각각의 역량은 물론 세습에 연연하지 않은 승계원칙으로 정당성의 시스템을 갖추고 권위를 세웠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논고’에서 이들 왕들이 다른 방향에서 로마 초기의 국가체계를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고 분석했다.

한반도에 천년왕국 신라가 있었던 것처럼 유럽에도 천년제국이 있었으니 ‘로마’다. 신라가 기원전 57년 건국해 935년까지 992년을 이어 ‘좀 부족한 1000년’이었다면 로마는 기원전 753년 건국해 476년까지 1229년을 버텨 ‘좀 넘치는 1000년’으로 존속했다.

그런데 왜 아직도 로마고 왜 번번이 로마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여전히 빼낼 것이 남아 있어서다. 확실한 강점은 세계사에서 로마처럼 강대한 채로 오래 살아남은 국가가 거의 없다는 것. 최소한 ‘골골천년’은 아니었단 얘기다. 복잡한 사정은 차치하고서라도 아주 단순논리로 그토록 견뎌낸 데는 반드시 까닭이 있다는 거다.

‘행복한 논어 읽기’ ‘일생에 한 권 책을 써라’ 등의 전작으로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사관과 필력을 보여준 저자가 이번에는 로마로 방향을 잡았다. 정치체제와 인물·사건을 중심으로 로마의 일대기를 정리하고, 그 과정서 꺼낼 수 있는 리더십과 자기계발의 지혜를 뽑았다. 축은 로마지만 그 주변서 취할 수 있는 시대상황과 사람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해 읽는 재미까지 더했다. 무엇보다 로마전성기의 비결과 원리를 빼낼 수 있다면 현대 국가든 기업이든 천년의 생존전략으로 삼을 수 있다는 논지에 방점을 찍었다. 실전에서 활용가능한 ‘로마종합사용설명서’인 셈이다.

▲“카이사르처럼 창업 아우구스투스처럼 승계”

우선 로마에 접근한 방법이 독특하다. 저자는 로마를 주식회사에 비유해 거대기업의 흥망성쇠를 그려낸다. 장구한 로마사를 소도시 ‘벤처기업’에서 출발, 규모를 넓혀 지중해제국인 ‘대기업’에 이른 뒤 ‘기업해체’란 몰락의 길을 걸었던 과정으로 설명한 거다. 저자에 따르면 ‘주식회사 로마’는 이탈리아반도를 통일하고 로마제국을 건설하면서 인류 최초의 다국적기업으로까지 발전했다.

가령 로마가 국가성장동력으로 삼은 개방형 지향과 시스템 구축, 인프라 정비, 매뉴얼 작성, 법체계 확립,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 등은 지금 어느 기업의 이념으로 꺼내놔도 손색이 없다. 21년간의 재위기간 중 14년을 순행하며 현장정책을 펼친 하드리아누스황제를 통해선 현장제일주의까지 엿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돋보이는 건 인적관리다. 매년 집정관선거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길어 올렸다.

그럼에도 가장 특별한 족적은 따로 있다. 창업자와 승계자의 조화다. ‘주식회사 로마’에서 창업과 승계의 완결판으론 카이사르황제와 아우구스투스황제를 꼽는다. 로마가 낳은 유일한 창조적 천재란 평가처럼 ‘창업형 리더십’을 가졌던 카이사르와 점진적 개혁으로 ‘승계형 리더십’을 발휘했던 아우구스투스는 절묘한 하모니를 이뤘던 거다. 성장과 안정, 진보와 보수, 외향성과 내향성에서 두 리더의 특성은 상호보완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평가했다.

▲로마가도와 만리장성이 다른 건

세상의 모든 벤처기업이 성공에 이르는 건 아니다. 저자는 로마의 스타트업이 설득력을 얻은 건 구성원과 비전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일방적으로 권력을 독점하지 않고 참여·협력을 관계의 바탕으로 깔아서라는 것이다. 이 소통과정은 원활한 인프라 구축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흔히 로마를 건설한 요인으로 꼽는 ‘로마가도’는 ‘주식회사 로마’가 이룬 인프라의 상징이다. 그 당시에 도로의 중요성을 알아채고 고속도로를 닦았다는 경이에는 누구도 움찔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1차적인 목적은 신속한 군사이동이었다. 역으로 공격받을 땐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 되기도 했지만. 로마가도와 자주 비견되는 인프라로 저자는 중국의 만리장성을 꼽는다. 역시 북방 오랑캐를 막으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정보를 차단해 폐쇄성을 높이려 했던 의도에선 로마가도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 탓인가. 만리장성을 쌓아올린 진나라는 기원전 206년에 멸망했고 로마는 이후 800년을 유지한다.

책의 미덕은 영국의 세계적인 사학자인 E H 카아의 역사관을 실천적으로 뽑아낸 데 있다. “역사란 역사학자와 역사적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던가. 이 틀에서 로마를 들여다보려 한 저자의 방식에 지나친 억측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역사는 자유롭다. ‘부단한 상호작용’과 ‘끊임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면.

사실 현대 기업과 국가가 로마보다 더 나을 것도 없다. “아들은 고를 수 없지만 후계자는 고를 수 있다.” 인재등용에서 이처럼 열린 시각을 고수했던 ‘주식회사 로마’ 이후 1500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이는 실현이 버거운 과제가 아닌가.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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