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乙)들의 대나무숲, 마녀사냥..두 얼굴의 SNS 여론
극단적 편향·개인주의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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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시대 할 말은 한다
#1.“서울대입구역 인근에 발광다이오드(LED) 초 파나요?” “여긴 품절이에요. 제가 여러 개 샀으니 광화문으로 오시면 나눠 드릴게요.” 지난달 12일 오후 3차 촛불집회가 열리기 전 서울대 학생들이 만든 ‘혼참러(혼자 참여하는 사람)’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일면식도 없는 혼참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개로 정보를 나누고 현장에서 만나 집회에 참여했다.
대중이 SNS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한 것은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SNS와 스마트폰이 사용되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이다. 이후 SNS에 사진·동영상 게시 기능이 더해지면서 이는 본격적인 여론 촉매제가 됐다.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요즘 세대나 사회적 분위기가 불합리하게 당하는 걸 용인하지 못하는 데다 SNS 등 쉽게 불합리한 걸 얘기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공론장 역할에 그쳤던 SNS가 적극적으로 조직을 만들고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활용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실 SNS는 의견이 편향되기 쉽고, 쓰는 사람도 한정적이어서 공론장 구실을 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SNS가 ‘소통’의 역할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조직’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편향된 의견과 사실 확인의 어려움 등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재신 교수는 “누군가를 욕하는 글이 대나무숲에 올라왔는데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라든가, 개인의 목소리만 강조하다 극단적 개인주의로 흐르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목소리와 전체의 질서 사이에서 균형점을 잘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다 시대
「탄산음료를 마셨을 때처럼 묵은 체증을 속 시원히 내려가게 하는 느낌을 주는 말을 ‘사이다 발언’이라고 한다. 지난해부터 온라인 에서 자주 쓰이기 시작한 이 표현은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사이다 시대’는 하고 싶은 말을 과감히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각광받는 세상을 일컫는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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