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 청와대 쥐락펴락-김기춘 대리통치 '국정 양분'

최현준 2016. 12. 13.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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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로 본 국정농단 양상

"대통령 회견 열라""회의 하라"
최, 청와대 비서실 진두지휘

김기춘은 독자적 배후
"문고리 3인방과 서로 존중"
검·경 등 옥죄며 '유신통치' 집행

[한겨레]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말 한 마디에 청와대가 움직이고 ‘청와대 2중대’ 새누리당이 이에 적극 동조한 구체적 사실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최씨가 청와대와 국정 전반을 쥐락펴락하는 동안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식 유신통치’를 적극 집행하는 구실을 했다.

12일 최씨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정호성(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는 대통령 취임사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최씨가 취임 후에도 청와대의 위기관리 등 국정을 진두지휘한 구체적 정황이 담겨 있다. 2013년 10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기초노령연금 축소 파문 등으로 박 대통령이 코너에 몰리자 최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연락해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의혹 살 일을 하지 않았다. 선거 개입 의혹은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하자, 새누리당은 이에 맞춰 “대통령 말씀을 계기로 정쟁을 그만두고 법안 처리 등 국회 본연 의무를 다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최씨가 사용한 태블릿피시에는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의 ‘대통령 말씀 자료’도 발견됐다. ‘연설문 고치는 걸 잘했다’는 최씨는 이 말씀자료 작성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 등은 최씨를 “선생님”으로 부르며 극진히 대우했다. 영부인을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은 최씨를 뒷바라지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제2부속실에 소속된 이영선 전 행정관은 최씨를 청와대에 무단출입시키고, 박 대통령의 옷을 공급하는데 따라다니는 등 최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는 이 전 행정관이 “선생님이 ○분에 들어가십니다”라고 미리 알려, 최씨를 맞을 준비를 하도록 하는 문자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국정농단은 집요하게 이뤄졌다. 지난 11일 검찰이 밝힌 수사결과를 보면, 최씨는 2013년에만 청와대를 최소 10차례 무단 출입했고,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터질 때인 2014년 12월까지 정 전 비서관과 지(G)메일 아이디를 공유하며 230여건의 청와대 내부 문건을 주고받았다. 박 대통령 취임 때부터 2014년 12월까지 정 전 비서관과 전화 통화를 895회 했고, 문자메시지는 1197차례 주고 받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최씨와 달리 공개된 ‘배후’ 구실을 했다. 김 전 실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여파로 어수선하던 2013년 8월 비서실장에 임명된 뒤 ‘기춘대원군’이라 불리며 청와대를 빠르게 접수해 나갔다. 당시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통한 ‘대리통치 체제’를 전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사정 당국 관계자는 “김기춘은 안종범 경제수석이나 김상률 교육문화수석 등과는 한참 달랐다. 이들이 별다른 실권없이 시키는 일만 했다면 김기춘은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문고리 3인방과 서로 존중하며 움직였고,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정운영 과제를 대통령에게 말해 관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를 보면, 김 전 실장은 언론·검찰·경찰·법원은 물론 공직사회와 시민사회 등을 전방위로 감시하며 정권 보위에 충실했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권 대하여 도전, 두려움 갖도록 사정활동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한국방송> 좌파 이사에 대한 성향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공직사회에 대해서는 “중요부처 실국장 동향을 파악”해 “충성심을 확인”하라며 사실상의 사찰을 지시하기도 했다. 최현준 서영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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