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지시로 집회' 어버이연합 늑장 수사
[경향신문] ㆍ검찰 착수 8개월째 제자리…고 김영한 비망록 ‘변수’로
검찰이 청와대가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관제데모’를 지시한 의혹을 수사한 지 8개월이 됐지만 결론을 내지 않고 있어 ‘늑장 수사’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청와대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집회 를 관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아직 사건 관련자들을 부르며 수사 중”이라며 “어버이연합과 관련된 고소·고발 건이 금융실명제법 위반, 명예훼손 등 10개나 돼 수사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11일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어버이연합이 2014~2015년 세월호 유족 반대 집회 등에 일당 2만원을 주고 1000여명의 북한이탈주민을 동원했다는 보도하면서 이번 사건이 촉발됐다.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 기독교선교복지재단 계좌를 통해 어버이연합 측에 돈을 보내고 이 중 1750만원은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에게 전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추 사무총장은 4월21일 “(청와대 허현준) 행정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안 체결과 관련한 집회를 열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추 사무총장과 허 행정관, 전경련 등을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4월26일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검찰은 사건이 배당된 지 약 2개월 뒤인 지난 6월24일 추 사무총장을 불러 조사했다. 허 행정관은 지난 8월30일 비공개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허 행정관 출석 다음날에야 서울 종로구 어버이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봐주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수사는 내년 초에나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검찰은 뚜렷한 혐의점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허 행정관과 추 사무총장을 불기소 처분키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의 집회와 고소·고발 건을 관리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비망록에는 2014년 9월29일 어버이연합의 국회 앞 기습 시위 개최 등 보수단체들의 집회·시위 내역이 빼곡히 적혀 있다. 비망록에 언급된 날짜 전후로 보수단체의 집회·시위가 열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제데모 의혹은 더 짙어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비망록 내용까지 검토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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