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박근혜 정책]"역사학자 90%가 좌파라는 발언 모욕감..국정화, 보수·진보 떠나 민주주의 배치"

장은교 기자 입력 2016. 12. 11. 22:15 수정 2016. 12. 1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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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국정교과서 반대 연구자 모임 ‘만인만색’ 임광순 사무장

“공부만 하던 우리가 나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모욕감 때문이에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역사학자 90%가 좌파’라고 규정하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역사학에서 현대사 쪽은 연구가 일천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며 우리의 연구와 생활 자체가 부정되는 모욕감을 느꼈죠. 사실 회원 중엔 보수적인 분들도 많아요. 보수, 진보를 떠나 말도 안되는 이유로 추진된 국정교과서는 꼭 폐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계기로 모인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만인만색)’의 임광순 사무장(32·사진)은 1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년여 만에 국정화를 강행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을 보는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임씨는 “만인만색은 역사를 공부하는 대학생과 대학원생, 박사과정 수료자들”이라고 소개하며 “우리는 기존의 연구를 극복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축적된 연구를 다 무시하고 ‘너넨 다 똑같아. 너넨 다 좌파야’라고 규정하는 것을 보며 참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당시, 대다수 교수들의 집필거부 선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학원생들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참여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친구들끼리 알음알음 모여서 카카오톡 방을 만들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교육부 행정예고에 대한 반대의견을 접수하고,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전국역사인대회’에 나가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 시작이었다. 국정화의 핵심 기치인 획일화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다양성으로, 그리고 다양한 모습으로 반대한다는 의미를 부각시키고자 ‘만인만색’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1980년대생들을 주축으로 한 일반회원 50명의 회비로 운영되는 만인만색은 이름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1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 왔다. 팟캐스트팀, 시민강좌팀, 콘텐츠기획출판팀, 연대사업팀, 세미나팀을 만들어 평소 공부하던 대로 책상 앞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았다. 국정화는 정부 잘못이 8할이지만, 학계도 연구성과를 대중에게 알리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시민들에게 역사를 가깝게 전달하는 데도 주력했다.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스토리펀딩을 받아 <한뼘 한국사> 책을 집필한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정부가 국정화를 강행하자 오히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돼 국정화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를 내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임씨는 “역사를 하나로 정리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전체주의적 발상이고 독재와 동의어”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민주주의와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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