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동맹 '셋방살이' 한국, 이대로 좌초하나

이성훈 기자 2016. 12. 1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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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alliance) ‘2M’에 정식 회원사로 가입하는 데 실패했다.

현대상선은 11일 “2M과 새로운 협력을 위한 협상을 타결했다”며 “선복(배를 싣는 공간)을 교환하고 매입하는 방식의 제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2M이 배타적으로 이런 제휴를 하기로 한 만큼 사실상 ‘해운동맹’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선 “현대상선이 ‘2M’에 정식 회원사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만큼, 해운동맹 가입은 결국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해운 노선을 한 해운사가 모두 운영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해운동맹 가입은 원양 컨테이너 해운사에 필수적이다. 전 세계 해운 시장은 내년 4월부터 3개 해운동맹으로 재편될 예정인데, 현대상선은 2M 가입을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해왔다. 현대상선은 2M 가입에 실패함에 따라, 내년 4월부터는 사실상 독자적으로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결국 국내 해운업 구조 조정 과정에서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사실상 파산하고, 현대상선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2M과 선복 교환 등 제한적 협력만

현대상선은 내년 4월부터 2M 회원사인 머스크·MSC와 일단 일정 분량 선복을 교환하게 된다. ‘선복 교환’은 컨테이너선의 적재 공간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예컨대 현대상선의 아시아~미주 노선 선박에 컨테이너 박스 1만개를 싣는 공간과, 머스크의 아시아~유럽 노선의 컨테이너 박스 1만개 공간을 맞교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해운사는 해당 노선에 별도 선박을 투입하지 않고도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또 현대상선과 2M은 상호 ‘선복 매입’도 하기로 했다. 이는 현대상선과 머스크·MSC가 필요한 노선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적재 공간’을 빌릴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치면, 월세를 주고 들어가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2M과의 협력 기간을 일반적인 ‘해운동맹’보다 짧은 3년으로 정했다. 보통 ‘해운동맹’은 한번 결성되면 10년 정도 유지된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이번 협상이 불리한 만큼, 3년으로 단축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번 협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향후 성장에 제한이 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기한을 기존 해운동맹보다 대폭 단축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과 2M의 협상 결과를 두고 해운업계에선 “사실상 해운동맹”이라는 입장과 “해운동맹 가입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 엇갈린다.

해운동맹은 소속 해운사들이 협력하는 수준에 따라 다양한 형태이다. 2M은 머스크와 MSC가 공동으로 운항 노선을 짜고, 선박도 공동으로 움직인다. 마치 하나의 해운사처럼 운영되는 것이다. 반면 2M은 현대상선과는 선복만 일부 공유하기로 했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은 “해운동맹을 어느 수준으로 맺느냐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현대상선과 2M처럼 선복을 교환하는 것 자체도 해운동맹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일단 약한 형태의 동맹이라도 시작을 하고 지속해서 확대해나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프랑스 해운사가 주도하는 ‘오션 얼라이언스’도 이처럼 선복 교환 형태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해운동맹에 정식 회원사로 들어가지 않은 만큼, 결국 ‘실패’라는 견해가 많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거대한 2M이 세계 13위에 불과한 현대상선과의 협력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며 “선복 교환이나 매입은 해운동맹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 구조 조정으로 국내 1·2위 해운사 모두 벼랑 끝 위기로”

현대상선의 2M 가입 실패로 지난해 11월 이후 진행된 해운업 구조 조정은 사실상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해 ‘채무 재조정’과 ‘용선료(선박 대여료) 재협상’, ‘해운동맹’ 가입을 전제로 자금 지원을 하겠다고 했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은 해운동맹 가입에는 성공했으나, 채무 재조정과 용선료 협상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반면 현대상선은 2M과 가입을 위한 MOU를 맺은 상태에서 채무 재조정과 용선료 재협상에 성공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상선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2M 가입에 실패함으로써 현대상선의 생존마저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 하명신 부경대 교수는 “지나치게 금융 논리로 해운업에 접근하면서, 결국 국내 1·2위 해운사가 모두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선대 규모·재무 상태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협상을 잘 마무리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민간 기업 간 거래인 만큼 향후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으나, 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철저히 이행해 국내 해운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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