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민주당 술판 보도, 치졸한 딴죽의 결정판

하성태 입력 2016. 12. 11. 19:14 수정 2016. 12.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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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 정권 부역이냐, 촛불민심이냐.. 공영방송은 선택해야

[오마이뉴스 글:하성태, 편집:최은경]

"탄핵을 막지 못했다고 탄식하는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 이 자가 지금 언론인의 공적 1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서울신문 기자 출신이고 박근혜에 의해 진주에서 국회의원이 된 그는 지금 공영방송을 박근혜 품에서 국민에게 돌려놓으려는 노력을 악착같이 막고 있습니다. 그는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법안의 통과를 막고 있는 미방위 새누리당 간사입니다.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법안이 통과되면 KBS, MBC의 박근혜 부역자들을 몰아내고 쫓겨난 진정한 언론인들을 제자리에 보낼 수 있습니다. 박근혜에 대한 탄핵이 완결되는 동안 우리는 그녀가 가져간 권력을 하나하나 빼앗아 와야 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공영방송입니다."

제7차 민중총궐기가 열린 지난 10일, <뉴스타파>의 최승호 PD가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경남 진주)의 글을 언급하며 자신의 SNS에 적은 글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던 직후인 9일 오후, 박 의원은 "'슬프다! 탄핵을 막지 못했다! 진주정신, 논개정신을 외치며 호소했는데~ 사즉생 생즉사인데~ 의혹이 대한민국을 삼켰다. 슬프다!"라고 적은 바 있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일 탄핵안 가결 후 적은 글.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 페이스북 갈무리
대표적인 '친박'으로 분류되는 박 의원이 '논개정신', '진주정신'을 언급한 데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온라인과 SNS는 물론 10일 오후 진주에서 열린 '박근혜퇴진 진주시민시국대회'에서도 박 의원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박 의원은 논란이 일자 11일 현재 페이스북 계정을 닫아 버린 상태다. 박 의원의 이러한 '박근혜 사랑'은 지난달 4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 총회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침몰하는 배에는 두 가지 분류의 사람들이 있다. 혼자만 살겠다고 속옷을 입고 도망치는 세월호 선장이 있고, 타이타닉호에서 차분히 연주를 하는 음악인이 있다. 세월호 선장이 아닌 타이타닉호의 음악인들이 돼야 한다."

언론, 방송 정상화 가로막는 이들은 누구인가 

 10일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문제는 최승호 PD의 지적처럼 박대출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아래 미방위) 여당 간사로서 여야 국회의원 162명이 공동 발의한 '공영방송구조개선법안'(아래 '언론장악 방지법안') 통과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박근혜퇴진 민주확립 진주비상시국회의'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장악에 부역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박대출 의원은 사퇴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박대출 의원을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언론장악을 위한 부역자"로 규정하고, "박대출 의원 앞에 남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과 함께 국민의 준엄한 심판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뭇 강한 어조가 아닐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보수정권이 퇴행시킨 한국사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공영방송과 종편 등 방송과 보수언론은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으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방송 정상화'의 첫걸음이 될 '언론장악 방지법안' 통과를 막고 있는 박대출 의원과 같은 일부 여당 의원들이야말로 '언론장악을 위한 부역자'라는 오명을 자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부역자들이 지켜내고 싶은 언론의 민낯은 MBC가 증명해내고 있었다. 10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野 촛불 행렬 동참, 정국 주도 기싸움 팽팽"이란 리포트는 망가진 MBC의 현재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어제 탄핵안 표결에 앞서 소속 의원들에게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지만, 우상호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이 어제저녁 여의도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촛불을 든 야당을 조명한 것까지는 평이했다. 하지만 그것마저 못마땅했나 보다. "탄핵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야권 내 신경전 양상도 보입니다"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촛불집회 발언을 대결과 반목인 것처럼 몰고 갔다. 압권은 역시나 리포트 말미, "여의도 술판" 운운하며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몇몇 의원들이 가진 회식 자리를 걸고 넘어진 대목이었다. MBC가 탄핵을 가결시킨 야당에 가할 수 있는 치졸한 딴죽의 결정판이랄까.



이 영상은 <뉴데일리>가 지난 10일 오전 "[뉴데일리TV] 본회의장 '엄숙' 직후 술판 벌인 민주당... '위하야'"란 제목으로 보도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듯한 짧은 영상이었다. <뉴데일리>는 이날 오후 "[기자수첩] 괜찮아! 우리는 야당이니까… 그래요! 계속 야당만 하시려구요? 탄핵날 술판 벌인 야당 원내대표, 왜 부끄럽지 않나요"란 제목의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MBC 뉴스 속 영상은 <뉴데일리>의 관련 영상을 인용하면서 출처도 명시하지 않았고, 더욱이 보도 논조도 비슷하다.

<뉴데일리> 기사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종합해 보면, 탄핵이 가결된 9일 저녁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몇몇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여의도 인근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고, 그 와중에 "위하야"라는 건배사를 했다고 한다.

<뉴데일리>는 이 기사에서 지난 2000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광주 술자리 사건을 언급하는 것도 모자라 촛불 정국에 사우나 시설을 찾아 여론의 질타를 받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비교하기도 했다.

<뉴데일리>가 9일 유튜브에 올린 이 영상은 SNS를 통해 퍼졌지만, 이내 "이 정도 자리가 무슨 술판이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스포츠경향> 역시 1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술자리' 뉴스 접한 누리꾼 '아주 대단한 특종 잡아내셨네'"란 반박조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회 김홍걸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사모만 보는 MBC 뉴스?'란 글과 뉴스데스크 방송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2012년 파업 이후 몰락의 길을 가던 MBC가 이젠 아주 바닥까지 떨어진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권 비리는 다른 언론사들이 다 보도하는 상황이 돼도 끝까지 눈치보던 자들이 야당 일은 털끝만한 시비거리만 있어도 왜곡보도를 하니 가소로운 일입니다. 탄핵을 통과시키고 고생했다고 식사하며 술 한잔 마신 것이 죄라면 범죄자 박근혜를 감싸주고 대가를 챙긴 언론계의 쓰레기들은 무슨 죄로 다스려야 하나요?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부역자인 언론이 시위현장에서 기자들이 쫓겨나는 꼴을 보고도 정신 못 차리고 자신들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이런 왜곡보도를 계속할 것이니 현명한 국민들이 엄중한 심판을 해주셔야겠습니다. 물론 요즘 MBC의 시청률을 보니 크게 신경쓸 가치도 없어 보이지만 말입니다."

시궁창에 처박힌 MBC 뉴스, 박근혜 정권과 몰락할 건가

▲ [오마이포토] 언론노조, '언론부역자' 포승줄 퍼포먼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처리 하루전인 8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 모인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고대영 KBS사장, 이인호 KBS이사장, 안광한 MBC사장, 고영주 방문진이사장 등 '언론부역자'로 지목한 관계자들을 포승줄로 묶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권우성
9일까지 7번의 민중총궐기를 거치며, MBC는 촛불 광장에서 쫓겨나고 취재 기자가 자사 로고를 떼는 수모를 받았다. KBS 역시 시민들에게 비난과 질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내외부에서 모두 망가질 대로 망가진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KBS 양대 노조는 지난 8일부터 "공영방송 위상 추락에 대한 사장의 대국민 사과와 보도·방송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동 총파업에 나섰다. 이른바 '박근혜 부역자'를 뿌리뽑고 공영방송 KBS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 9일, KBS 양대 노조는 여의도 당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기도 했다.

반면, MBC는 여전히 "촛불"은 축소하고, "개헌"은 강조하는 듯한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MBC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이 지난달 17일 "촛불집회는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같이 동원된 세력"이며 "일반 시민의 참여는 없었다"고 한 발언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MBC가 촛불민심에 저항하는 사이, 지난 7일부터 MBC 기자들은 피케팅 시위에 나섰다. 이와 관련, MBC 기자협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냈다.

"광장에선 촛불이 탔습니다. 촛불은 自覺(자각)이었습니다. 민주주의였습니다.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선언하고 외치는 광장에서 MBC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자격이 없다며 시민들은 MBC를 쫓아냈고 MBC가 쫓겨나는 것을 시민들은 지켜봤습니다. 기자들이 게시판에 글을 쌓았습니다. 절망을 토로했습니다. 책임을 요구했습니다. 답은 없었습니다. 물음은 한숨과 자조로 메아리쳐 돌아왔습니다.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 MBC뉴스가 썩은 고기가 되어 시궁창에 처박혀 있는데, 모두 더럽다 추악하다 말하고 있는데 오직 MBC 보도 책임자만이 조금만 버티면 된다, 곧 끝날 거다 말하며 그 냄새를 신문지로 싸 가리려 하고 있습니다." 

두 노조가 파업으로 저항 중인 KBS와 <뉴데일리>의 영상과 논조를 인용하는 MBC. 부역자가 될 것이냐, 퇴행과 부역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냐. 탄핵정국을 거치며 KBS와 MBC는 지금 선택의 갈림에 섰다. 그러는 사이, JTBC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뉴스특보 프로그램 중 지상파를 모두 누르고 시청률 1위(닐슨코리아 기준)를 달성하며 신뢰도와 화제성 면에서 지상파를 압도하고 있다.

갈수록 TV를 외면하는 젊은 시청자층은 공영방송의 신뢰성을 믿지 않은 지 오래다. 드라마, 예능 시청층 역시 점차 tvN을 위시한 케이블과 JTBC 등 종편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각 방송사들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뉴스,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은커녕 외눈박이 보도,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은 방송사들이 맞고 있는 비극적 최후라 할 만하다. 예컨대, MBC의 브랜드 이미지는 이미 추락할 만큼 추락했다. 이미 몰락한 정권을 선택할 것인가, 촛불민심이 반영된 시청자를 선택할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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