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2M과 '반쪽동맹' 그쳐..꼬여버린 해운 구조조정

한재영 기자 2016. 12. 1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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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공유 협상 불발.."2M 가입 사실상 실패한 것", "정부 '글로벌 선사 육성 계획' 차질 불가피" 지적도, 롱비치터미널 지분, 2대주주 MSC가 전량 인수키로
현대상선에 대해 정부가 조건부 자율협약을 통한 정책자금 지원의 전제로 내걸었던 세 조건 중 하나인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이 결국 ‘반쪽짜리’에 그쳤다.

현대상선은 11일 2M과 ‘2M+H’라는 새로운 형태의 느슨한 협력모델 관계(얼라이언스)를 맺고 내년 4월부터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간다고 협상타결 소식을 전했다.

협력기간은 3년으로 이후에는 현대상선의 재무상황 등을 고려해 머스크와 MSC가 맺은 선복공유(VSA)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관건이었던 기존 회원사 머스크와 MSC가 맺은 VSA 체결에는 일단 실패했다. 2M의 공식 얼라이언스인 VSA는 협력기간을 10년으로 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2M의 공식제휴 형태인 선복공유와 선복교환 가운데 교환만 이뤄냈고 여기에 선복매입은 제휴방안에 포함시켰다.

현대상선이 선복량을 기존에 가입한 해운동맹인 G6보다 20%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완전한 2M의 파트너가 되지는 못한 셈이다.

현대상선은 “선대 규모와 재무상태 등 모든 면에서 열위에 있는 상황에서 실리에 방점을 두고 얻어낸 최선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2M 가입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의식해 “미국 해사위원회(FMC)가 승인해야 하는 ‘구속력을 갖춘 제휴’인 만큼 명백한 해운동맹”이라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머스크와 MSC가 맺은 것과 동등한 수준의 협력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것은 결국 2M 가입에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정부는 용선료 재협상과 채무 재조정을 마친 현대상선이 2M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 최종 가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지원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상선보다 덩치가 더 크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한진해운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보냈다.

정부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현대상선과 2M이 맺은 MOU만 믿고 이미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가입을 마치고 용선료 조정협상 중인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낸 것이어서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이 총체적 실패로 끝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동맹의 형태가 다양한 것은 맞지만 2M 회원사와 계약이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계약기간이 2M과 달리 3년에 불과한 데 대해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상선은 단기계약이 머스크와 MSC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입장이지만 애초부터 2M은 현대상선과 ‘체급’이 맞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M 측이 현대상선을 완전한 파트너로 끌어들이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 해운업에 대한 화주(貨主)들의 불신 때문이다. 미주·아시아 노선에서 세계 4위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던 한진해운이 무너지면서 한국 해운업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다. 이는 2M 측이 현대상선을 완전한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항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도 ‘현대상선-MSC 컨소시엄’이 아닌 2대주주(지분율 46%)인 MSC가 일단 모두 인수하기로 했다. MSC가 한진해운 보유지분을 인수한 후 현대상선에 일부 지분을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보유지분 54%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MSC가 신용도가 낮은 현대상선을 사실상 ‘배척’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진해운이 확보하고 있던 물량 상당수를 머스크와 MSC가 흡수했기 때문에 굳이 현대상선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롱비치 지분을 담보로 잡은 대출을 보다 좋은 조건으로 롤오버(만기연장)하기 위해서는 신용도가 좋은 MSC 혼자 지분을 인수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일단 MSC가 지분을 확보한 후 지분 일부를 인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MSC가 2M의 정식 파트너도 아닌 단기협력 대상인 현대상선을 공동인수 파트너로 거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재영·조민규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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