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美, 삼성·LG세탁기에 덤핑 판정..국정혼란 속 韓주력기업 맹공

서정명 기자 입력 2016. 12. 1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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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통상압력에 노출된 재계, 中 "韓폴리실리콘 재조사"..EU·인도·태국 등도 가세, "정상회담 못하고 관련부처는 손 놔" 기업들 한숨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의 소용돌이를 틈타 미국 등 글로벌 경제주체들이 전방위 통상압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시점에 맞춰 미국 상무부는 보란 듯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한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덤핑 최종판결을 내렸다.

더욱이 전기차배터리·폴리실리콘 등에 대해 관세·비관세장벽을 겹겹이 쌓고 있는 중국은 올해 안에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서 규정한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항의의 표시로 한국 제품에 대한 보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혼란 틈타 거세지는 통상압력=미 상무부는 9일(현지시간)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덤핑 최종판정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덤핑 혐의로 피소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산 세탁기가 미국 시장에서 각각 52.5%, 32.1%의 반덤핑마진으로 판매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정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LG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중국산 세탁기를 미국 시장에 낮은 가격에 덤핑 판매했다며 미 정부에 진정을 낸 데 따른 조치다. 미 상무부의 이번 최종판정에 이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년 1월23일 덤핑 판매 여부에 대해 판정을 내리게 된다. 실질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인정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법인에 최종적으로 반덤핑관세가 부과된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이전에 ‘한국산’ 세탁기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는데 WTO는 협정위반이라며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며 “미국 정부와 업체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번에는 우리 기업들이 생산한 ‘중국산’ 세탁기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이어 유럽연합(EU)·신흥국까지 가세=중국은 지난달 자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관세율 재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2014년 1월부터 2.4~48.7%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재조사가 이뤄지면 기존 관세율은 수출업체 실적 등에 따라 새롭게 조정된다.

한국 전기차배터리 업체에도 비수를 꽂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2일 공개한 자동차배터리 업계 모범기준 개정안 의견수렴안에서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 생산기업의 연간 생산능력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전기차배터리 생산기업은 생산능력을 3~4배나 더 늘려야 한다. 이달에는 롯데그룹을 정조준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를 대상으로 세무·소방·위생조사에 들어갔다. EU도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주요 타깃으로 펼치고 있는 통상압력에 편승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한국산 경량감열지 제품에 12.1%의 잠정관세를 부과했다. 유럽감열지협회 제소로 조사한 결과 한국산 제품의 역내 수입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역내산 제품의 시장판매가격과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신흥국까지 가세하고 있다. 태국은 이달 6일 한국산 철강에 최고 53.8%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인도는 같은 달 2일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기업들 한숨 “탄핵정국에 정부 협상 기대 못해”=탄핵정국을 노려 글로벌 국가들이 사냥감을 찾은 듯이 한국 제품을 겨냥해 관세·비관세장벽을 높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기업들의 한숨과 탄식은 깊어만 간다. 양국 간 통상마찰이 일어날 경우 정상회담을 통해 해법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가결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일본이 “한국 정부의 의사결정자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한 데서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기업들이 직면한 통상압력을 해결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4대그룹 고위관계자는 “기업들이 직면한 통상압력을 대통령이나 정부 관료들이 풀어줘야 하는데 이런 메커니즘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개별기업이 외국 정부를 대상으로 협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탄핵으로 국정 공백이 예상되는 한국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통상압력 공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외교부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사안별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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