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세일마저 안먹혀..이렇게 파리날리는 연말 처음"

최승진,전정홍,이희수 입력 2016. 12. 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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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 '한기'가 돌기는 사치품 매장들도 마찬가지다.

백화점 명품관 직원 한 모씨는 "10월 말부터 주말 매출이 체감상 50%는 감소한 것 같다"며 "보통 부유층이 많이 방문하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보니 쇼핑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이은 대통령 탄핵,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소비 한파'가 연말연시를 덮치고 있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출 또한 이 기간에 2.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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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지갑닫고 중국인 쇼핑객까지 줄어
명품매출 절반 뚝..대형마트도 마이너스
현대경제硏 "고용한파로 이어질 가능성"

◆ 백척간두 한국경제 / 정치가 꺼뜨린 소비불씨…재래시장·백화점 르포 ◆

적막한 남대문시장 탄핵 정국과 중국 `한한령(한류금지령)`, 미국 금리 인상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며 소비가 얼어붙고 있다. 연말 대목을 맞아야 할 서울 남대문시장에 손님이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 감돌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지난 10일 서울 도심의 한 백화점. 여성복 매장이 몰려 있는 3~4층에는 곳곳에 '시즌 오프 30%' '10~20% 할인판매' 안내문이 걸려 있다. 하지만 주말임에도 이를 눈여겨보는 손님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평소 손님이 몰려 주문조차 어려웠던 4층 커피숍도 자리가 남아돌았다. 40여 개 좌석이 마련된 이곳 커피숍에는 7~8명의 손님들만 앉아 있었다. 이곳 여성복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김 모씨는 "세일 매장은 바쁘고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매장에 서 있으면 하루 종일 중국어가 들렸지만, 지금은 그조차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에 '한기'가 돌기는 사치품 매장들도 마찬가지다. 백화점 명품관 직원 한 모씨는 "10월 말부터 주말 매출이 체감상 50%는 감소한 것 같다"며 "보통 부유층이 많이 방문하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보니 쇼핑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남의 또 다른 백화점. 지하에 있는 식품관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몇 층만 위로 올라와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20~30% 세일한다는 안내문이 매장 앞에 붙어 있음에도 정작 손님은 드물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들어선 팝업 매장에나 손님 4~5명이 상품을 살펴보는 정도다. 안내데스크 직원 유 모씨는 "식품관이야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먹는 것을 안 할 순 없으니까 사람이 많지만,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이 구경만 하고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입는 것, 꾸미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비가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매장 직원 봉 모씨는 "작년만 해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상자에 넣어 선물용으로 쌓아 놓고 팔곤 했지만,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이은 대통령 탄핵,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소비 한파'가 연말연시를 덮치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가뜩이나 소비자들 지갑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는 대형 정치 이슈가 등장하자 소비심리 위축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인 관광객마저 감소하면서 소비 위축은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이달 1~10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동일한 요일 기준)에 비해 3.3% 줄었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출 또한 이 기간에 2.7% 감소했다.

주요 백화점들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한 겨울 정기세일 역시 참담한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세일 기간과 비교해 보면 매출증가율(전 점포 기준·추가 출점 점포 제외)은 롯데백화점 -0.7%, 현대백화점 -1.2%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겨울 정기세일을 편성한 이후 6년 만에 첫 '마이너스' 매출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예년보다 크리스마스 장식도 앞당겼지만 아직은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며 "연말 판매가 백화점 입장에서는 중요한데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

소비 위축 분위기는 백화점뿐 아니라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이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추가 출점 점포 제외) 2.8% 감소했다. 특히 탄핵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졌다는 게 대형마트 관계자들 설명이다.

실제 지표상으로 나타난 소비심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7~9월) 가계 실질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줄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돈이 돌지 않으면서 3분기 통화유통속도가 사상 처음으로 0.7을 밑도는 0.69로 추락했다. 가계와 기업이 미래 경제에 대해 심각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그동안 내수시장을 떠받쳐왔던 중국인들마저 한국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7월 258.9%, 8월 70.2%, 9월 22.8%로 축소되다 10월에는 4.7%로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7월 92만명에서 10월에는 68만명으로 26%가량 줄었다.

이 같은 경기 냉각의 충격은 고용시장에 먼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탄핵 이후, 정책의 경기대응력 약화로 불황 고착 우려' 보고서에서 '고용위기'를 경고했다. 10월 실업률이 3.4%로 전년 동월(3.1%)보다 크게 높아졌고 취업자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어 고용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그동안 양호한 모습을 보였던 실업률조차 크게 높아지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의 고용창출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고용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최승진 기자 / 전정홍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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