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박정우 감독 영화에서 바뀌지 않는 한 가지

구건우 2016. 12. 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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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놀런 감독에겐 '마이클 케인'이 있다면 박정우 감독에겐 '문정희'가 있다

[오마이뉴스 글:구건우, 편집:곽우신]

박정우 감독의 <판도라>가 3일 만에 약 55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이다.

<판도라>는 그의 네 번째 영화로 매번 다른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웠지만 단 한 명의 빛나는 조연배우가 매번 등장한다. 바로 그의 페르소나라는 말을 듣고 있는 문정희이다.

오늘은 박정우 감독 영화 속 배우 문정희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하나] 박정우-문정희의 첫 만남 <바람의 전설>

 <바람의 전설>에서 뛰어난 춤솜씨와 미모을 뽐냈던 문정희
ⓒ 시네마서비스
박정우 감독과 문정희의 첫 만남은 12년 전인 2004년 감독의 데뷔작 <바람의 전설>에서이다.

문정희는 무명배우 시절 주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했으며, 독립영화와 단막극의 조연으로 작품목록을 채워나갔었다. 원래 춤추는 것을 좋아해 살사 댄스 동호회 활동을 해오던 문정희가 만난 작품이 바로 <바람의 전설>이다.

이성재와 박솔미를 주연으로 내세웠던 이 영화에서 주인공 풍식(이성재)를 홀랑 털어먹는 꽃뱀 지연 역을 맡아 스포츠댄스를 선보였는데 이성재뿐 아니라 영화를 본 남자 관객들까지 홀리게 하는데 성공했다. 오죽하며 네이버 영화 네티즌 한 줄 평 추천 수 1, 2위가 모두 조연으로 나온 문정희 칭찬이다.

문정희로선 나름 처음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린 작품인데, 영화는 전국 26만 관객을 불러들이는 데 그치며 박정우 감독에겐 쓰디쓴 데뷔작이 되고 말았다. 문정희 또한 <바람의 전설>이후 차기작까지 2년의 공백기를 거쳤는데, 공백기 동안 호주에서 열린 스포츠 댄스 경연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둘]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간 영화 <쏜다>

 <쏜다>에서 출근하는 남편을 붙잡고 이혼을 선언하는 문정희
ⓒ 쇼박스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은 2007년 개봉한 감우성, 김수로 주연의 <쏜다>이다. 두 주연배우의 도심난장극속에서 그녀의 비중은 적은 편이었지만, 극 중 모범생 주인공 감우성에게 너무 FM이라 더는 같이 못 살겠다고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 '경순'으로 출연하여 사건의 불씨가 되는 역할로 출연하였다.

감우성과는 드라마 <연애시대>에 이어 연달아 부부의 인연을 맺어 결국엔 감우성에게 두 번이나 이혼을 요구하는 여자가 되고 말았다. 영화는 절친 감우성과 김수로의 의기투합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전국 36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며, 박정우 감독은 연달아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다.

[셋] 두사람에게 대표작이 되어버린 <연가시>

 <연가시>를 통해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문정희
ⓒ CJ엔터테인먼트
그들의 세 번째 작품은 박정우 감독 최초의 대박 흥행작이자 문정희에게 처음으로 33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안긴 <연가시>이다. 그녀는 <쏜다>에 이어 또다시 '경순'역으로 박사 출신 제약회사 직원 재혁(김명민)의 아내로 출연했다.

문정희는 영화 초반 정말 평범한 주부를 연기했는데 중반부터 연가시 감염자이자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엄마로서 진한 모성애를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연가시에 감염되어 물에 대한 끊이지 않는 갈증을 연기하는데, 물을 보고 마치 뱀파이어가 피에 반응하는듯한 표정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18.9L짜리 생수통 한 통을 통째로 얼굴에 퍼부어야 했는데 실제 물을 마신 양이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이미 두 편의 전작들을 통해 친해진 두 사람은 실제로 오빠, 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 감독과 배우로 좋은 호흡을 맞추며 촬영장에서 스태프들로부터 사귀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는 451만 관객을 동원하며, 제작비 40억 원에 8배가 넘는 극장수입 321억 원을 벌어들였다.

[넷] 박정우 감독의 페르소나임을 증명한 영화 <판도라>

 <판도라>로 박정우 감독의 페르소나임을 증명한 문정희
ⓒ NEW
이번 영화 <판도라>가 그들의 4번째 영화로 문정희는 주인공 재혁(김남길)의 형수이자 원전 사고로 남편과 시아버지를 한꺼번에 잃고, 시어머니(김영애)와 그리고 하나뿐인 아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정혜 역을 맡았다. 비중 자체가 <연가시>에 비해 떨어져 소속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 감독을 믿고 출연하였다고 한다. <판도라>에서 문정희는 단순히 모성애에 빠진 캐릭터만 연기하고 있지 않다. 정진영과 함께 영남지역 출신이 아닌 인물로 진보적인 성향을 숨길 수 밖에 없는 며느리였다가 원전사고 이후 정부 맹신주의자인 시어머니에게 분노를 폭발시키는 역동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문정희는 이런 과정을 예열 없이 터뜨리는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첫 작품 <바람의 전설>을 제외하면 '문정희'는 박정우 감독 영화에서 모두 모성을 보이는 캐릭터로 출연하였다. 마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부성을 상징하는 캐릭터에 항상 '마이클 케인'을 캐스팅하는 것과 같아 보인다. 어쩌면 박정우 감독이 그리는 '엄마' 캐릭터에는 문정희가 항상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벌써 박정우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에서도 문정희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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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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