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기만 하던 가난한 삼류 에로극단, <햄릿>에 도전하다

성하훈 2016. 12. 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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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웃음과 감동에 관객들도 호평인 <커튼콜> .. 저예산 영화 설움 극복할까

[오마이뉴스 글:성하훈, 편집:곽우신]

 3류 에로 극단의 갑작스러운 정극 도전. 그것도 <햄릿>이라니, 쉬울리가 없다.
ⓒ ㈜모멘텀엔터테인먼트
벗기는 연극을 주로 하던 이름 없는 삼류 극단이 정극에 도전한다. 그것도 불후의 명작 <햄릿>. 그런데 예상대로 험난함의 연속이다. 무모한 도전 같기도 하다. 돈 벌 수 있는 에로 연극만을 원하는 극단 대표가 반대할 것도 뻔하다. 연출자와 프로듀서는 한때 대학에서 교수들에게 주목받았던 과거라도 있지만, 배우들은 대부분 이름 없고 가난한 무명들이다.

그렇지만 파리 목숨 처지의 연출자와 배우들이 계속 무대에 설 방법은 연극제밖에 없다. 햄릿이 희망인 셈이다. 그래서 연출자의 스승인 나이든 노배우까지 끌어들이며 에로 극단이 정통연극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주변의 비웃음 속에 무모한 일처럼 보이는, 햄릿을 향한 그들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한참 웃던 코믹극이 어느 순간 감동극으로 전환

 영화 <커튼콜>의 한 장면. 코믹이 감동으로 전환되는 데 그 흐름이 꽤 자연스럽다.
ⓒ ㈜모멘텀엔터테인먼트
<커튼콜>은 이 도전 과정을 웃음과 감동으로 버무려 놓은 영화다. 그래서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웃사이더 연극인들의 좌충우돌이 과장된 면은 있지만, 전혀 현실감 없지는 않아서다. 파트너 배우에 대한 짝사랑이 오해의 불씨가 되어 초반 연극을 엉망으로 만들고, 노배우는 자기 역할을 착각하고, 나중에는 배우까지 사라지며 정상적인 흐름에서 틀어진 연극은 표류하듯 임기응변으로 간신히 대처한다.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데다 연극이 제대로 끝날 수 있을지 걱정마저 든다.

하지만 그 걱정을 덜어내게 하는 건 포기가 임박할 때쯤이며 나타나는 요소들이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의 열의를 빛나게 만든다. 웃음이 이어지다가 점차 진지해지는 것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뭔가 해보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와 닿기 때문이다.

에로 연극으로 돈을 벌지 몰라도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고, 가족들에게는 창피하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상황. 연극을 통해 열정을 불사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완주하려는 의지는 아름답게 보인다.

덕분에 엉망진창의 연극은 막판으로 갈수록 그들의 열정이 드러나면서 코믹 극에서 뭉클한 감동 극으로 전환된다. 연극계의 실패자인 배우들과 연출자가 위기의 순간에 의기투합하면서 헝클어지고 깨진 조각 같은 연극은 접착제로 다시 붙여 놓는 듯 마지막 봉합을 시도한다. 오랜만에 선 무대에서 숨겨지고 잠재됐던 열정이 드러나는 것은 순간은 웃음과 함께 감동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에로 연극배우인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이든 아들이 노모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연기. 가난하지만 무대에 서는 순간만큼은 부러울 것이 없이 연기에 빨려드는 자세. 이는 <커튼콜>이 남겨주는 사랑이자 갈등의 해소법이다. 웃음으로 출발한 연극은 차분함을 남기며 종착역에 다다른다.

관객 평점 높지만 대작 상업영화 틈새... 가난한 영화 설움

 영화 <커튼콜> 포스터. 완성도 있는 작품이지만, 관객과 만날 접점이 적은 게 아쉽다.
ⓒ ㈜모멘텀엔터테인먼트
<커튼콜>의 묘미는 90분의 상영시간이 연극 한 편을 보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연극무대를 중심으로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장현성, 박철민, 전무송, 장혁진, 이이경의 안정적인 연기는 이 영화를 힘 있게 끌고 간다. 꿈과 열정을 다시 일깨워주는 에피소드들이 때로는 웃음과 안타까움, 그리고 잔잔한 여운으로 작용한다. 연극 무대를 영화로 만들어낸 류훈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활약이 빛나는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에 흐르는 따뜻한 정서 역시 추운 날씨를 녹이게 한다. 재미와 작품성을 담보한 작품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인기를 끌었고, 무주산골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았으며 프랑스 리옹국제영화제에서는 편집상을 받았다. 일부 포털의 관객 평점 역시 9점대에 가까울 정도로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평가 역시 후한 편이다.

하지만 저예산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조건이 불리한 상황은 영화 속 에로 극단이 겪는 어려움과 일정 부분 일치해 안타까움이 스며든다. 대작 상업영화들의 틈새에서 상영관도 많지 않고, 홍보비도 턱없이 모자라 많이 알리지 못한 가난한 영화의 현실은 이런저런 설움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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