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묘역에 놓은 헌화 "국민이 이깁니다"

윤성효 2016. 12. 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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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가결 뒤 첫 주말 봉하마을 .. 참배객들 "그때는 국민이 탄핵 반대"

[오마이뉴스윤성효 기자]

 11일 오후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헌화대에 참배객이 놓은 국화꽃이 수북하고 '국민이 이깁니다'고 쓴 꽃바구니가 놓여 있다.
ⓒ 윤성효
 11일 오후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 윤성효
"국민이 이깁니다."

11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놓인 꽃바구니에 달린 리본이다. 참배객이 갖다 놓은 꽃바구니인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속에 국민의 바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주말 봉하마을에는 많은 참배객들로 붐볐다. 마을 주차장은 공간이 부족해 방앗간 마당과 농로에까지 차량으로 꽉 찼다.

차량 소통을 위해 교통경찰이 배치될 정도였다. 헌화대에는 참배객들이 갖다놓은 국화꽃송이가 수북했다. 참배객들은 헌화분향한 뒤, 너럭바위로 이동해 묵념하기도 했다.

참배객들은 노란색 바람개비를 들고, 추모관과 생가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방명록에는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하동, 군산, 창원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은 글을 적어놓았다.

방명록에는 "유일한 우리들의 대통령님",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님", "진짜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는 글이 많지만, 최근 시국 상황과 관련해 느낌을 담은 듯 "요즘 들어 많이 보고 싶습니다"거나 "우리를 지켜주세요"라는 글도 있다.

가족 단위 참배객이 많았다. 부부가 아이의 손을 잡고 국화꽃과 노란색 바람개비를 들고 참배하기도 했고, 참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바닥에 깔린 박석에 새겨진 글을 읽기도 했다.

참배객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과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가결을 비교하며 말하기도 했다. 2004년 당시에는 새천년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한나라당과 자유민주연합이 동조했으며, 박관용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해 이루어졌다.

창원에서 친구들과 왔다고 한 박희정(30)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과 관계없이 한 번 오자고 약속을 잡아 놓았는데, 공교롭게 되었다"며 "그때(2004년)는 국민들이 탄핵 반대했지만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라 느낌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 윤성효
 11일 오후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 윤성효
부산에서 왔다고 한 성동헌(52)씨는 "자주 와 보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더 자주 와 봐야 할 것 같다"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가결과 현재 상황을 비교해 설명했다.

그는 "그때는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면 안된다고 촛불을 들었고, 지금은 정반대로 국민들이 적극 대통령 탄핵과 퇴진을 위해 촛불을 들고 있다"며 "지난 8~9년 사이 민주주의가 많이 퇴보했다. 이제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선거를 잘해야 하고, 특히 20~30대 젊은층이 적극 투표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온 박상구(37)씨는 "처음 왔다. 집사람이 주말에 어디 가보자고 해서 집을 나섰다가, 대통령 탄핵 가결도 되고 해서 노무현 대통령 생각도 나서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노 전 대통령은 역사에 남을 훌륭한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했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반대로 노 전 대통령이 더 훌륭해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안고 참배한 30대 남성(거제)은 "거제에서 왔다. 사실 봉하마을에 온 것은 처음이다. 아이한테 '사람 사는 냄새'를 보여 주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 이원애 팀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뒤, 참배객이 많다고 하는데 지난해 9~11월 사이와 올해 같은 기간을 비교해 보면 1만 2000여명 정도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시국 상황도 있겠지만 공원을 조성해 놓은 영향도 있어 보인다"며 "이전에는 단체 참배객이 많았지만 요즘은 가족 단위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런데 근래 몇 달 사이 노무현재단 가입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많이 늘어났는데, 현 시국 분위기를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헌화대에 참배객이 놓은 국화꽃이 수북하고 '국민이 이깁니다'고 쓴 꽃바구니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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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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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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