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석의 무대VIEW] '지킬앤하이드'월드투어, 격정적인 아름다움과 절제미의 조화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2016. 12. 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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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사진 오디뮤지컬 제공

오디뮤지컬 신춘수 프로듀서의 야심 찬 기획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가 베일을 벗었다. 첫 기획단계부터 한국시장을 넘어 아시아, 미국, 유럽을 겨냥한 프로덕션이다.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한국 초연부터 함께한 스태프가 크리에이티브팀으로 참여했다.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는 한국 프로덕션과는 다르다. 한국적인 정서를 배제하고 원작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 2004년 한국 초연 당시 한국 관객들의 정서를 반영해 선보인 <지킬앤하이드>는 격정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이에 반해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는 이성적이고 직설적이다. 신파처럼 보이는 장면은 배제했다. 절제미와 강렬함이 섞여 있다.

<지킬앤하이드>는 상반된 두 가지 성격을 가진 지킬박사와 그를 사랑하는 엠마, 루시의 비극적인 로맨스가 더해진 스릴러물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한 넘버가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지킬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아버지를 위해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약을 발명하려고 실험을 강행한다. 지킬은 자신의 몸에 약물을 투여하면서 이성적인 통제력을 상실하고 본능에 충실한 하이드로 변신한다. 지킬의 약혼녀 엠마와 지킬을 사랑하는 루시의 고통은 점점 커진다. 결국 이들은 파국을 맞는다.

<지킬앤하이드>는 가장 큰 장점은 서정적인 넘버들이다. 1막 후반 지킬 박사가 약물을 투여하기 전 부르는 ‘지금 이순간’은 관객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노래다. 이 노래는 이 작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하이드로 변신하는 지킬 박사의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지킬의 또 다른 대표곡인 ‘대결(Confrontation)’은 그야말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선과 악을 동시에 드러내야 하는 장면이다. 지킬 역을 맡은 브래들리 딘은 힘이 넘치는 배우다.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강렬하다. 지고지순한 엠마의 사랑을 그대로 표현한 ‘한 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의 감미로운 멜로디에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된다. 루시 역을 맡은 다이애나 디가모의 목소리는 너무나 아름답다. 지킬이 보여준 친절에 감동은 받은 루시가 부르는 ‘당신이라면(Someone like you)’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노래다. 다이애나는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할 줄 아는 배우다. 연기 속에 녹아있는 노래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대와 조명이다. 무대와 조명은 한국 프로덕션과 달리 모던하다. 단순히 빅토리아 시대를 재현하지 않고 현대적인 느낌을 살렸다. 지킬 박사의 실험실은 유리병으로 가득 채워 실험실 분위기를 강조했다. 2층 무대를 세워 루시와 엠마의 감정을 대비시키고, 지킬과 지킬의 실험을 반대하는 인물들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입체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25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 053 762 0000.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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