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Notch]⑦ 아마존, 스마트 상점 '아마존 고(GO)' 가동.. 유통 혁명 시작됐다

방성수 기자 2016. 12. 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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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고(Amazon Go)는 진정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다. 몇 년 안에 우리가 물건을 사고 소비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더버지)

아마존이 출시한 ‘아마존 고’는 기존의 무인 점포와 차원이 다른 ‘스마트 상점’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아마존

작년 7월 월마트를 제치고 최대 유통기업으로 등극한 아마존이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아마존 고' 1호점을 전격 공개, 유통 산업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계산원, 포장 직원, 상품 진열 직원을 다 실직자로 만들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우려와 “소비자들이 원하던 ‘스마트 상점'이 드디어 출현했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가디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미래 노동 개념, 경제 활동의 성격, 국가의 역할의 재정의를 요구하는 또 하나의 파괴적 혁신”이라 했다.

◆ 인공지능 + 클라우드 + 스마트 페이 + 센서 퓨전 기술 결합한 '스마트 상점'

아마존이 공개한 ‘아마존 고’ 매장은 167㎡(51평) 규모다. 조금 큰 편의점만한 크기다. 음료, 스낵, 샌드위치, 빵, 치즈 등 식료품을 주로 팔고 아마존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뒤 내년 초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마존 고’ 매장을 차츰 늘릴 예정이다.

'아마존 고’ 매장은 월 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오프라인 매장과 다르다. 매장 직원이나 상품 값을 계산하는 점원(cashier)이 없다. 계산대, 결제 단말기도 없다. 빵 굽는 제빵사는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고객은 아마존 계정을 만들고 스마트폰 전용 앱(App)을 다운받아 QR코드를 인식시킨 뒤 지하철 개찰구에 교통카드 찍듯 스마트폰을 대면 본인 인증이 끝난다. 고객은 매장에 들어가서는 사고 싶은 물건을 집어 들고 나오면 된다. 영수증은 스마트폰으로 받아볼 수 있다. 계산대 앞에서 길게 줄을 서거나 계산이 정확한지 점원들과 실랑이할 일이 없다.

“컴퓨터 비전, 딥 러닝, 센서 퓨전 기술이 융합된 ‘아마존 고’ 에서는 소비자들이 사려는 물건을 들고 나오기만 하면 된다(Grab-and-Go)”고 아마존은 설명했다.

‘아마존 고’는 매장 점원이 없는 특징 때문에 기존 '무인 점포'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착각하기 쉽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소비자가 스캐너를 들고 다니며 상품의 바코드를 직접 찍거나 계산대에서 대금을 직접 결제하고 집으로 배송받는 ‘무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 고’는 단순 바코드 기술이나 초보적인 전자태그(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을 이용해 직원이 할 일을 고객이 대신하는 ‘무인 점포’와는 질적으로 다른, 강력한 사물 인터넷(IoT), 인공지능, 빅 데이터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상점'이란 평가다.

◆ “아마존 인공지능 알렉사가 저녁 추천”

’아마존 고’는 고객들이 매장에서 사려는 물건을 들고 나오면 결제와 영수증 처리가 된다. /사진=아마존

미국 전역에 생길 1000개 ‘아마존 고’ 매장에서 매장당 100명씩, 10만명이 동시에 쇼핑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클라우드에 연결된 매장의 센서들은 고객 10만명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지(Sensor fusion), 고객의 행동에 즉각 대응한다. 상품 수백만개의 판매 현황이 아마존 중앙 서버에 실시간으로 모이고 아마존이 축적한 개별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 등을 통해 고객 관심에 부합하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추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소비자의 구매 목록과 결제 정보뿐 아니라 고객이 어떤 판매대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같은 소비자의 동선과 관심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 마케팅과 재고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면 할수록 데이터는 더 많이 축적되고,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아마존의 추천은 갈수록 더 똑똑해진다(Deep learning algorithms).

강력한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안정성이 검증된 스마트 페이, 센서 기술 등 아마존이 주도하는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한 유통 시스템이다.

같은 맥락에서 아마존은 '아마존 고'를 자율주행차에 비유한다.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곳곳에 달린 센서를 통해 자동차 속도와 방향, 교통량, 교통 신호, 도로 조건, 날씨 변화 등 여러 조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면서 승객을 목적지로 운반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택시 운전사 대신 고객이 손수 운전하는 ‘재래식 자동차(무인 서비스)’와 질적으로 다르다.

‘더버지’는 “‘아마존 고’에서 데이터에 대한 아마존의 관심이 그대로 나타난다"고 썼다. 아마존이 확보하고 있는 온라인 고객 3억명의 계정 정보와 구매 이력 데이터에다 ‘아마존 고’를 통해 확보한 오프라인 구매 정보가 결합되면 아마존은 고객들이 언제 어떤 상품을 필요로 하는지 더 잘 알고 더 정확하고 강력한 구매 추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이 팔고 있는 인공지능 디바이스 ‘알렉사(Alexa)’와 결합하면 아마존의 각종 데이터의 위력은 더 강해진다. 알렉사가 음악을 들려 주거나 날씨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날씨가 추워지고 있으니 오늘 저녁은 치킨 스프를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며 인근 ‘아마존 고’ 매장의 세일 정보와 추천 상품 정보를 제공할 날이 멀지 않았다.

◆ “규제에 묶인 드론 배달 서비스 우회하는 절묘한 상술" 분석도

여러 난관에 직면한 드론 배달 서비스를 우회하는 절묘한 선택이란 분석도 있다. 아마존과 구글은 최근 드론(무인기) 배달 서비스 상용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구글은 첫 상업용 드론 배달 시점을 2017년으로 잡고 있다. 구글은 최근 도미노피자·홀푸드 등과 접촉, 배송비 6달러를 내면 음식과 물건을 드론으로 받을 수 있는 온라인쇼핑몰 ‘윙 마켓플레이스(Wing Marketplace)’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도 2013년부터 드론 배달 서비스인 ‘프라임 에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드론 배달 서비스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배달의 정확성, 안정성 등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사생활 침해 논란, 소비자의 강한 거부감을 극복해야 한다.

’아마존 고’에는 센서 퓨전, 딥 러닝 등 아마존의 강력한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기술이 녹아 있다./사진=아마존

갈수록 엄격해지는 정부 규제는 드론 배달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국 등 각국 정부는 도심과 군사 시설 주변의 드론 운행을 금지하는 추세다. 소비자들이 집중된 도심 진입이 금지되면 드론 배달 서비스의 기대 효과는 반감된다. 자칫 산간오지나 외딴 도서 지역으로 드론 기술의 활용 공간이 제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면 ‘아마존 고’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드론 배달 서비스와 같은 어려운 과제들이 없다. 2007년 신선 식품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아마존은 앞으로 드라이브 스루 기능을 가진 점포도 열 계획이다. 온라인 판매를 위한 물류망을 가진 아마존 입장에선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얻을 게 많고 소비자들도 더 편한 쇼핑을 할 수 있다.

◆ “서민층 대량 실업” 우려 커져... 사생활 보호 등 논란 여지

‘아마존 고’의 출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브릿 비머 아메리카 리서치 그룹(America's Research Group) 회장은 “아마존의 첨단 기술은 일반 식료품 매장 직원의 75%를 사라지게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IT 전문가 사샤 세건은 “소매점 계산원이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소매상점 관련 인력은 460만명(2015년 현재), 점포 내 계산원(cashiers)은 340만명으로 추산된다. 두 직업군을 합친 800만명은 미국 전체 고용인구의 6%를 차지한다. 소매 상점 관련 인력의 평균임금은 2만6000달러, 계산원은 2만600달러다. 미국의 대표적인 저소득층이다.

‘아마존 고’ 같은 ‘스마트 상점’이 미국 저소득층을 절망적인 실업으로 내몰까? 어차피 재래식 마트가 사양 산업이며 새로운 직업이 출현할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미국 정치가들은 기술 변화에 따른 사회적, 정책적 대응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인지 아마존은 지난 8일 “아마존이 ‘아마존 고’ 매장을 200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란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아마존은 “우리는 아직 배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내년까지 100개 가량의 ‘아마존 고’매장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아마존 고’의 많은 디테일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에 의한 사생활 침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아마존은 이용자들의 계좌, 구매 성향을 어느 기업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아마존은 킨들 이용자가 언제,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어느 대목을 줄을 그어가며 읽었는지 알 수 있다. 아마존은 앞으로 ‘아마존 고’를 통해 이용자의 동선과 관심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다.

1994년 시애틀에 기반한 작은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2015년 매출 1070억달러, 시가 총액 2670억달러로 월마트(2350억달러)를 누르고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이 됐다. 무섭게 성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도 부동의 1위다. 고객 정보를 거대한 블랙홀처럼 마구 빨아들이는 ‘똑똑한 디지털 유통 공룡’, 아마존의 식욕이 어디까지 갈지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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