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미리팩트·꿀에센스·짐승젤..'애칭템' 되기 위한 진짜 조건

김민석 기자 2016. 12. 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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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칭' 불리면 절반의 승리..결국엔 '제품력'에 달렸다
© News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K-뷰티' 열풍을 타고 화장품 산업의 볼륨이 커지면서 실제 제품명이 아닌 '애칭(펫네임)'으로 불리는 화장품도 늘고 있다.

치열한 화장품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애칭을 붙였다면 절반은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줘야 애칭이 만들어지고 애칭이 생기면 입소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업체들은 홈쇼핑과 페이스북(SNS) 등을 활용해 먼저 애칭을 만들어 전파하는 '애칭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제품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로또 화장품' 노리고 너도나도 '애칭 마케팅'…하지만

11일 업계에 따르면 많은 뷰티 업체들이 어려운 제품명을 선정하기보다는 유행하기 쉽도록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이름을 붙인 후 확산시키는 소위 '애칭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제품이 애칭으로 불리며 입소문을 타기만 하면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로또 화장품'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애칭으로 제품을 부른다면 절반 이상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며 "그때부터는 별다른 홍보활동을 하지 않아도 블로거에 포스팅이 올라온다든가 지인의 권유 등 입소문이 퍼지면서 잘 팔리게 된다"고 말했다.

애경이 3년 전 출시한 '에이지 20's 에센스커버팩트'는 애칭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화장품이다. 중견 배우 견미리를 모델로 홈쇼핑 광고를 방영해 눈길을 끌었고 이후 동안피부를 만들어주는 제품력을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애경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견미리 팩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면서 단일 제품으로 누적매출 2000억원을 돌파해 애경산업의 화장품 부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년 여성들 사이에 '백옥 피부를 가진 견미리가 애용하는 팩트'라는 홍보효과가 발생하면서 '로또 화장품'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애경은 견미리팩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모녀팩트'라는 애칭도 생겨났다고 전했다.

견미리팩트 제품이 홈쇼핑에서 팩트본품 2개와 에센스·립스틱 등으로 구성된 세트로 판매되면서 딸에게 권유하게 됐고 이에 20~30대 여성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애경 관계자는 "두 개의 애칭 모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붙인 것이지 회사에서 만들어 붙이지 않았다"면서 "최근엔 홈쇼핑에서 자주 그리고 빠르게 매진되면서 ‘완판팩트’라는 세 번째 애칭도 생겼다"고 말했다.

◇인기 척도가 된 '애칭'…소비자가 직접 만들어야 '진짜'

LG생활건강 CNP차앤박의 '프로폴리스 에너지 앰플'도 바르자마자 수분이 산뜻하게 흡수되는 느낌을 주면서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꿀과 꿀통을 연상시키는 색감 때문인지 '꿀 에센스'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LG생건 관계자는 "꿀 에센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홈쇼핑과 헬스&뷰티숍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이라며 "로열티를 가진 고객층이 꽤 두터워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올해 상반기 12만개 정도가 팔렸다”고 말했다.

'상남자' 이미지의 배우 마동석이 분홍빛 앞치마를 입고 광고 영상을 찍어 화제가 되고 있는 에뛰드하우스의 '애니 쿠션 크림 필터'는 '마블리 쿠션'이라고 불린다. 마동석의 애칭인 ‘마블리(마동석+러블리)’와 쿠션이 또다시 결합돼 ‘마블리 쿠션’으로도 불리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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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스킨이 도약할 수 있게 만든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도 제품명보다는 '달팽이크림'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이 제품은 중국에서도 '고급달팽이 크림'이란 의미의 '정찬와우면상'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잇츠스킨 관계자는 "매장에서 판매사원들이 달팽이 점액 여과 추출물이 함유됐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달팽이 크림이라는 생겼을 것으로 본다"며 "홍보활동과 소비자들의 자발성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애칭이 제품명처럼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잇츠스킨은 중국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그러면서 2014년 2월 영향력이 꽤 높은 '왕홍'이 달팽이크림을 해외 유명 브랜드 '라메르크림과' 비교 품평한 것이 확산되면서 입소문이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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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영상으로 반짝 마케팅…한계 명확"

네이처리퍼블릭의 '수딩 앤 모이스처 알로에베라92% 수딩젤'은 '짐승젤'이라 불린다. 써도 써도 줄어들지 않는 짐승같은 용량이라고 소문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진생 로얄 실크 워터리 크림'은 아나운서들이 애용하는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아나운서 크림'으로 불린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만들어준 애칭 덕분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화장품이 늘자 후발업체들은 애칭을 미리 만들어 제품명으로 출시하거나 홈쇼핑·SNS 등에서 전략적으로 애칭을 붙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부여한 애칭이 아니라면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단기적으로는 효과 있을지 몰라도 결국엔 제품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마케팅 비용만 과도하게 들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후발 업체들이 제품에 강렬한애칭을 붙이고 다소 과장된 홍보 영상을 가미해 SNS 등에서 반짝 인기를 얻고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idea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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