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탄핵 비상계획 가동.."최대한 보수적 투자"

2016. 12. 11.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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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인사·전략회의는 예정대로..경기위축·정국변수에 촉각
"대다수 기업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 공백 상태를 맞아 비상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이 기간에는 투자와 사업재편, 인수합병 등의 중대 의사결정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다만 인사와 채용, 조직개편 등 내부정비 작업을 마냥 미뤄놓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연말과 연초에 예정된 사장단·임원 인사 등은 대부분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정부의 인·허가권, 사업승인권 등 각종 규제 관련 결정이 늦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한편으로 신성장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동력이 약화할까 우려하고 있다.

◇ 삼성, 글로벌 전략회의 잡혀…현대차도 법인장회의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에서 검찰 수사와 이재용 부회장의 청문회 증인 출석 등으로 애초 이달초 잡혀 있던 사장단 인사가 연기된 상태다.

또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공언한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해체 등 후속 과제가 남아있어 그룹 안팎이 여러모로 어수선하다.

하지만 연말 전략회의 등 상시 일정은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9~21일 수원디지털시티 등에서 DS(부품), IM(IT모바일), CE(소비자가전) 부문별로 사업부장과 임원,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로썬 전략회의가 연기될 것이라는 통보는 없었다"면서 "내년 상반기 제품개발, 판매 전략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자동차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마저 불확실성이 커지자 내년 사업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현대차는 이달 하순 해외영업본부 법인장들을 국내로 불러 회의를 열고 국내외 상황을 공유하며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내년에도 침체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은 경제가 위축된 상태에서 회복이 더디고,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은 제로 성장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 현대차는 시장별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각각 대응 플랜을 짜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이달 말 예정된 정기인사를 가급적 차질없이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예년보다 조금 늦추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외 시장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므로 보수적으로 전략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국내 자동차 생산 비중이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터라 국내 상황이 빨리 안정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 SK·LG "사업계획 고려할 변수 늘어"…롯데, 내수위축 우려

SK그룹은 이르면 내주 후반, 늦어도 그 다음주 전반부에는 예정대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탄핵 가결이 됐다고 해서 당장 인사를 못 한다거나 경영계획을 짜는 데 차질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지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경영과 사업계획에 있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총수 청문회를 앞둔 지난주에도 예정대로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했다.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인사를 한 LG는 이에 따라 신성장사업을 지휘하는 구본준 부회장과 새롭게 LG전자 1인 CEO가 된 조성진 부회장 등을 중심으로 신년 사업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LG 측은 사업계획을 예정대로 시행하되 투자나 고용은 국내외 경기상황, 정국 변수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별히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롯데그룹은 탄핵안 가결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는 이미 지난 6월 이후 4개월여에 걸친 검찰 수사를 거치며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탄핵안 가결 이후 특별히 별도의 대응 조직을 가동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정치 불안, 국정공백이 길어져 내수와 소비가 위축되면 주력 업종인 유통·서비스 부문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롯데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당초 연말로 예정된 정기 임원인사를 내년 초로 연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탄핵 이후 정국과 특검 수사 상황 등에 따라서는 인사 등 경영 주요 일정이 1월 이후로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이처럼 정치,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 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이 내년 계획을 짜고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비상 경영과는 별도로 지난 10월 신동빈 회장이 밝힌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실행할 계획이다.

◇ 포스코·한화 등 주력사업 여파 타진하느라 분주

포스코는 예정대로 내년 1월 기업설명회(IR)를 통해 2017년 사업계획을 발표한다.

포스코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열사·비핵심자산 구조조정, 전사적 비용절감, 고수익 월드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 등을 통해 그룹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과잉, 수요산업 부진, 수출대상국의 수입규제 강화 등으로 어려운 시장 상황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연초 단행하는 인사와 조직개편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권오준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하는 가운데 권 회장은 지난 9일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연임 여부는 내년 1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주력인 방산, 석유화학, 서비스, 금융, 태양광 등이 탄핵 정국이나 일시적 국정 공백에 따른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런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2017년에 계획된 투자와 채용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한화는 그동안 계속된 검찰 수사와 청문회 등으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과 투자·고용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 정책적 불확실성에 따른 내수경기의 위축과 변동성 확대 등에 대비해 상시 모니터링과 사업별 영향성에 대해 면밀하게 대응하는 등 경계 수위를 한 단계 높일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비상계획을 가동하거나 직원들에게 탄핵정국과 관련된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전념하고 있다.

두산은 최대한 탄핵 정국에 흔들리지 않고 그동안 해온 대로 재무구조 개선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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