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터널 참사 그후.."4명이 죽었는데 고작 금고 4년이라니"

2016. 12. 1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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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헛되지 않기를 바라지만..대형 참사 여전히 끊이지 않아"
"다중 사망사고는 '묻지마 살인'과 다를 바 없어..양형 강화하고 법 개정"

(평창=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봉평 터널 참사로 딸을 비롯해 4명이나 졸지에 목숨을 잃었는데 사고 버스운전자는 금고 4년이라니…"

무더웠던 지난 7월 중순. 4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친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5중 추돌 사고가 난 지 5개월여가 지났다.

하지만 당시 참사로 엄청난 충격을 겪은 피해자 유족들의 눈물은 아직도 채 마르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비용을 모아 여행길에 나섰던 꽃다운 나이의 20대 여성 4명이 당한 참변이라 안타까움은 더했다.

외마디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짧은 순간에 난 참사라 피해자 유족들의 가슴은 더욱더 미어졌다.

이 사고를 계기로 운수업 종사자의 졸음운전 방지 대책 등 각종 대책이 모색됐지만, 여전히 후진국형 유사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평생을 참회하며 살겠다"는 관광버스 운전자는 1심에서 금고 4년을 선고받자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해 피해자 유족의 분노를 샀다.

피해자 유족들은 한 건의 교통사고로 수십 명이 사망하더라도 운전자에게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 이상을 처벌할 수 없는 법과 양형 기준에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입었다.

◇ "희생 헛되지 않기를 바라지만…대형 참사는 여전"

지난 7월 17일 오후 5시 54분. 강원 평창군 봉평면 영동고속도로 인천방면 180㎞ 지점 봉평 터널 입구.

휴일 귀경차량이 몰린 데다 약간 오르막 굽은 도로 선형 때문에 이 구간은 늘 지정체가 빚어진다.

사고 당일도 이 구간 운행 차량은 터널 진입 전부터 속도를 줄이고 서행했다.

그러나 유독 관광버스 한 대만이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1차로를 시속 91㎞로 질주했다.

앞선 차들의 후미등에 불이 켜진 상황에서도 관광버스는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관광버스는 앞서 운행하던 K5 승용차 등 차량 4대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당시 사고로 20대 여성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38명이 다쳤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관광버스가 그대로 '흉기'로 돌변해 많은 사상자를 낸 순간이었다.

대형 참사의 순간은 같은 구간을 운행하던 승용차의 블랙박스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불과 1분도 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참사였지만, 사망자 유족과 피해자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사망자 유족들은 사고가 난 시각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돌이킬 수는 없었다.

딸들의 희생이라도 헛되지 않도록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법과 제도가 정비되기를 바랐다.

그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후진국형 교통사고 참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봉평터널 참사 이후 불과 3개월여만인 지난 10월 13일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 사고가 났고, 지난달 6일에는 4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친 '경부고속도로 산악회 버스사고'가 잇따랐다.

◇ 버스운전자 '형량 무거워' 항소…"최고 형이 고작 금고 5년"

봉평터널 참사 발생 4개월여 만인 지난달 15일 오전 10시 춘천지법 영월지원 법정.

당시 사고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관광버스 운전자 방모(57) 씨에게 1심 재판부는 금고 4년을 선고했다.

그 순간, 사망자 유족들은 허탈과 분노가 교차했다.

일부 유족은 "꽃다운 나이의 딸들이 4명이나 생사를 달리했는데 운전자는 금고 4년이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선고공판에 앞서 같은 달 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유족 대표는 "다시는 이 같은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피고인을 엄하게 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피고인 방 씨도 최후진술에서 "평생 죄인으로 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1심 선고공판 이후 방 씨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방 씨에게 양형 기준 범위 안에서 최고형인 금고 5년을 구형한 검찰도 '방 씨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한 상태다.

이 사건은 상급법원인 춘천지법 항소심 재판부에 배당돼 양형을 둘러싼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다.

법정 공방 끝에 검찰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방 씨는 최고 금고 5년 이상을 선고받을 수 없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 정한 법정 최고형은 금고 5년이기 때문이다. 또 징역형이 없고, 벌금이나 금고형으로만 처벌한다.

이와 함께 형법 제40조에 명시된 '상상적 경합' 조항도 방 씨의 엄한 처벌을 원하는 유족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 조항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 가장 중한 죄에 해당하는 형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아무리 피해자가 많아도 한 건의 범죄(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치사)로 간주하고 처벌한다.

즉, 1건의 교통사고로 1명이 숨졌을 때나 10명 이상이 숨졌을 때나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 이상의 처벌을 내릴 수 없다.

이에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한 사건은 외국의 양형 사례처럼 피해자의 수 만큼을 양형에 적용하는 등 처벌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여러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교통사고라도 현행 법체계는 고의가 아닌 과실이라고 판단하다 보니 양형 기준이 낮다"며 "하지만 피해자 유족은 '묻지마 살인'의 희생자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중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 또는 중대 사고에 대해 상상적 경합을 적용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며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의 안전 문제가 중요시되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 다중 사망사고를 더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고 덧붙였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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