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돈줄죄기에 머니무브 시작..빚더미 신흥국엔 경고음 커져

입력 2016. 12.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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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신흥국 성장전망 하향.."내년 韓포함 신흥국경제 2009년來 최악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 율 김경윤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다른 주요국도 돈줄 죄기를 시작할 조짐을 보이면서 가장 위험에 내몰린 것은 신흥국들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빠진 가운데 신흥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채가 급격히 늘어난 상태이므로 금리가 오르면 도미노처럼 디폴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신흥국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미국 주식으로 흘러들고 있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채권시장에서도 돈이 빠지면서 채권금리는 고공 행진 중이다.

다른 신흥국들과 함께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하향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 글로벌 큰손들 신흥국·채권서 돈 뺀다…美 주식으로 머니무브

11일 국제금융센터와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지난 한 달간(11월 8일∼12월 7일) 신흥국 주식펀드에서는 90억8천100만 달러가, 신흥국 채권펀드에서는 119억6천500만 달러가 각각 빠져나갔다. 총 210억 달러(약 25조원) 이상이 순유출된 것이다.

빠진 돈은 대부분 선진국, 특히 미국 주식으로 흘러들어갔다.

선진국주식펀드로는 422억7천800만 달러가 들어갔다. 특히 북미주식펀드에 420억1천500만 달러가 집중됐다. 트럼프가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미국 경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에 미국의 3대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면에, 선진국 채권펀드에서는 203억6천4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트럼프 당선 이후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동시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의 당선 이후 지난 한 달간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2.467%로 32bp(1bp=0.01%포인트) 뛰었고, 멕시코는 7.295%로 25bp, 터키는 10.990%로 44bp, 이탈리아는 2.03%로 14bp, 한국은 2.18%로 37bp, 말레이시아는 4.09%로 34bp, 중국은 3.09%로 30bp가 각각 뛰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5개 신흥국에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유출 규모는 242억 달러(약 28조3천억원)로 10월 16억 달러에 비해 급격히 확대됐다. 주식에서 81억 달러, 채권에서 161억 달러가 빠졌다.

인도와 태국, 대만 등 신흥 아시아에서 158억 달러가 빠져 자금유출을 주도한 가운데, 남미에서는 24억 달러, 신흥 유럽에서는 39억 달러,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는 21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특히 아시아에서 증권자금 순유출 규모는 2013년 6월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자금유출이 집중된 것은 인도 채권(-29억 달러), 인도 주식(-26억 달러), 태국 채권(-17억 달러), 태국 주식(-10억달러) 등이었다.

IIF는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과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HSBC는 내년이 아시아 각국에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신흥국 기업 외채 발행 폭증…펀딩리스크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수준

신흥국 기업들의 외채 발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폭증하면서 펀딩리스크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미국 금리인상으로 촉발되는 글로벌 돈줄 죄기가 심화하면 이들 기업은 디폴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신흥국 비금융 기업들의 외국유통채권 또는 외화표시채권 등 국제채 발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3천571억 달러에서 지난 상반기 말 1조1천810억 달러로 231% 폭증했다. 이중 달러 표시 채권이 9천718억 달러로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달러 표시 국제채 중 잔여 만기가 1년 미만인 유동부채는 모두 835억 달러로 아시아 지역이 443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중남미가 217억 달러, 신흥 유럽이 108억 달러, 아프리카 중동이 68억 달러 등으로 뒤를 이었다.

신흥국 비금융기업의 국제채 발행은 조세회피지역의 역외 자회사가 주된 통로다.

특히 중국과 브라질이 역외 자회사를 통한 국제채 발행을 크게 늘렸다.

중국의 역외 자회사를 통한 국제채 발행은 2009년 1분기 244억 달러에서 지난 상반기 2천929억 달러로 1천100% 늘었고, 브라질은 374억 달러에서 1천559억 달러로 317% 증가했다.

신흥국의 펀딩리스크는 역외에서 조달한 비금융기업의 국제채 발행을 반영할 경우 19.9%로 1980년대 중남미 위기(22.4%)나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22.8%) 당시 최고수준에 육박한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

이미 말레이시아(66%)나 브라질(34%), 남아프리카공화국(34%), 터키(23%) 등 일부 국가들은 펀딩리스크가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의 펀딩리스크는 5%로 신흥국 중 가장 낮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신흥시장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금융기업이 국제채로 조달한 자금은 국제수지표에 부분적으로만 반영된다. 따라서 전반적인 자금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 신흥국의 대외건전성이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흥국의 펀딩리스크가 역대 최고수준에 근접해 있어 대외환경이 급반전될 경우 취약신흥국에서 외국자본 조달이 급격히 중단되면서, 역외자회사의 디폴트 등으로 글로벌 금융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IB 신흥국 내년 성장률 하향조정 잇따라…"내년 韓경제 금융위기 이후 최악 가능성"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신흥국들의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 중 하나인 아시아 신흥국의 전망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IB들은 내년 인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8%에서 7.5%로 가장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8일 검은돈 근절을 위해 유통 화폐의 86%에 해당하는 기존 500루피와 1천루피 등 고액권 화폐를 휴짓조각으로 만들고, 신권으로 교체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인도 경제를 파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 여파에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은 6%대로 떨어질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전망한 바 있다.

내년에도 민간투자 부진과 화폐개혁으로 인한 소비위축이 예상된다는 게 내년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의 주된 근거로 꼽혔다.

IB들은 인도네시아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5.3%에서 5.2%로, 말레이시아는 4.3%에서 4.2%로 태국은 3.0%에서 2.8%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의 74%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출의존도와 GDP의 137%에 달하는 민간부채, 국채시장의 절반에 육박하는 외국인투자비중 등으로 아시아 신흥국 중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혔다.

글로벌 IB들은 미국을 주된 수출국으로 둔 데다 기업구조조정과 건설경기 둔화, 정치 불안정으로 사면초가인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예상치인 2.7%를 하회하면서 자칫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IB들의 전망이다. 수출은 완만하게 개선되겠지만, 내수부진으로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악화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와 노무라는 내년 한국경제가 2.0%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고 소시에테제네랄과 스탠다드차타드, JP모건,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등은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 도이체방크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2.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9년 0.7%, 2010년 6.5%, 2011년 3.7%, 2012년 2.3%, 2014년 3.3%, 2015년 2.6%를 기록한 바 있다. 내년 성장률이 2012년의 2.3%를 밑돈다면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한 해가 된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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