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가 시선집중] 단체 훈련지각까지..추락한 박쥐 군단과 분노한 프란델리

신명기 2016. 12. 11.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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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신명기 기자= 이쯤 되면 막장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추락한 명가’ 발렌시아가 명망 높은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후에도 구단 내 혼란을 이어가고 있다. 젠틀했던 프란델리 감독은 부임 2개월 만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고 선수들의 프로의식과 태도 불량을 강하게 질타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발렌시아는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스페인 리그에서 강팀으로 분류됐다. 통산 6회 우승(리그)으로 5번째로 많은 리그 우승을 기록했다. 1990년대 후반 지휘봉을 잡았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과 2번의 프리메라리가 제패를 달성한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 시절 전성기를 맞았다.

구단 출신 스타 플레이어도 상당히 많다. 현재에도 유럽 축구계를 주름잡는 선수들만 쳐도 상당수다. 다비드 비야, 다비드 실바를 비롯해 후안 마타, 로베르토 솔다도가 과거를 이끌었다면 가깝게는 니콜라스 오타멘디, 쉬코드란 무스타피, 안드레 고메스 등이 팀에서 활약을 펼쳤다. 과거만 해도 발렌시아는 챔피언스리그 단골 손님이었다.

▲ 실패한 인선-무너진 기강, 발렌시아의 날개 없는 추락 그런 발렌시아가 무너졌다. 잘나가는 팀도 장기적인 플랜과 방향성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무너질 수 있다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스타 선수들을 팔고 확고한 지지와 믿음 없이 감독을 선임하고, 또 경질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동네북으로 전락한 발렌시아다. 게리 네빌, 파코 아예스테란 등 초짜 감독을 소방수로 연이어 임명한 것만 봐도 발렌시아의 추락은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에만 3명의 감독을 사령탑에 내세웠던 발렌시아는 지난 10월 피오렌티나, 이탈리아 대표팀을 맡은 바 있던 ‘명장’ 프란델리 감독을 데려왔다. 그동안 이해되지 않는 인선으로 비난 일색이던 발렌시아 지역지들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만큼 훌륭한 지도자를 원했던 발렌시아다.

하지만 프란델리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도 발렌시아의 행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부임 첫 경기였던 스포르팅 히혼 원정서 승리해 기대감을 모았지만 이후 리그 승리는 없었다. 컵대 회 포함 2승 3무 3패, 리그로만 따지면 1승 3무 3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말라가와의 홈경기서는 2-1로 앞서던 후반 추가시간 실점해 아쉬움을 더했다.

당연히 선수단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가지 사건이 더 터졌다. 바로 선수단 대부분이 훈련에 지각했던 것. 몇몇 스페인 매체에서는 마리오 수아레스, 로드리고를 제외한 전원이 늦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라커룸에서 나오지 않는 선수들을 코칭 스태프가 찾아나서는 촌극이 벌어졌다. 프로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벌어지고 말았다.

프란델리 감독은 분노했다. 그동안 선수들을 보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던 프란델리 감독은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었던 기자회견을 통해 여과 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출했다. 기자들의 어떠한 질문도 받지 않았고 2~3분 여간 선수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팀을 위해서 헌신할 생각이 없다면 떠나달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난 색깔이 분명하고 발렌시아 저지를 입을 자격을 갖춘 선수들을 보고 싶다. 그런 의지가 없고, 프로선수로서 보여줘야 할 태도를 갖추지 못한 선수는 뛸 자격이 없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누가 경기에 뛰고, 뛰지 않는 문제를 떠나 선수들은 진지함과 프로의식을 잃은 듯 보인다. 내가 팀을 맡고 2개월 지났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만 팀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미 5-3-2, 4-3-3과 같은 전술적인 부분은 문제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그 이내 “오늘 어떠한 질문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기자회견이었다.

▲ ‘초반 2실점+퇴장’ 발렌시아, 또 다시 패배...프란델리 “내가 이러려고...” 발렌시아는 반전을 꾀하려 했던 소시에다드전서 핵심 3인 없이 경기를 치러야만했다. 나니, 에세키엘 가라이, 엔조 페레스가 부상으로 빠졌다. 프란델리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하며 반전을 꾀했다.

이번 경기 승리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꾀했던 프란델리 감독과 발렌시아의 바람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무너졌다. 코너킥 상황에서 윌리안 호세의 헤더가 발렌시아의 골망을 흔들고 말았다. 상대의 약속된 세트 플레이 공격에 모래알 조직력인 발렌시아 수비진은 쉽게 허물어졌다. 이어 전반 24분 또 다시 호세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발렌시아는 전반에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만회하며 후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후반 14분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내주는 등 위기 상황은 게속됐다. 알베스 골키퍼가 위기 순간에서 팀을 구해내는 선방을 해냈다. 발렌시아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36분 칸셀루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명령을 받은 것. 수적 열세에 놓인 발렌시아는 후반 추가시간 후안미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패했다.(소시에다드 3-2 발렌시아)

경기가 끝난 후 프란델리 감독은 “초반부터 2점을 내주고 시작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면서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팀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경기였다. 우리 모두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구단은 2년째 고통을 겪고 있다. 구조적인 부분이 문제인데, 보다 완성도 높은 선수들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면적인 선수단 교체를 바라는 듯한 발언이었다.

패한 발렌시아는 이번 라운드서 강등권으로 추락할 위험에 처하게 됐다. 18위인 히혼이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낼 경우에.

아무리 수준 높은 감독이 오더라도 구단의 규율과 분위기가 무너졌을 때 반전 드라마는 쓰여질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명백히 드러났다. 프란델리 감독이 칼을 뽑아들어 리빌딩이 성공시킬지, 아니면 다른 감독들과 마찬가지의 운명을 맞게 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명문팀 발렌시아의 몰락은 어디까지일까.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라 리퍼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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