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촛불 잔치를 벌여보자'..각종 공연·폭죽·퍼포먼스 만발

임종명 입력 2016. 12. 1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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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촉구 7차 대규모 촛불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청와대 인근에서 폭죽을 터트리며 국회 탄핵안 통과를 축하하고 있다. 2016.12.10. suncho21@newsis.com
버스킹 공연을 준비한 예술행동단 '맞짱'
【서울=뉴시스】조명규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7차 범국민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형 촛불을 들고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016.12.10. mkcho@newsis.com

심각함보다는 탄핵안 가결 기쁨 공유
DJ DOC·이은미·권진원 등 가수 공연
"국정교과서 폐지"…폭죽·종이비행기 등장
솜사탕·세월호 노랑풍선 등도 분위기 더해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다음날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기온은 1도. 낮은 기온과 강풍에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60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은 주말집회에 참가해 촛불을 밝혔다.

이번 7차 촛불집회가 이전 집회와 다른 점은 분위기였다. 엄숙하고 분노가 깃든 모습보다는 축제의 장에 가까웠다.

저마다 촛불을 구비한 시민들은 버스킹 공연, 퍼포먼스 대열 등에 합류하며 신명난 모습을 보였다. 양초나 LED초 외에 나무기둥 끝에 초가 달린 촛불봉, 머리에 착용할 수 있는 촛불머리띠 등도 등장했다.

여전히 가족, 친구, 연인 단위의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어린 아이들의 손에는 노란색 풍선이 들려있었다. 커피, 떡볶이, 호떡, 오뎅, 솜사탕도 등장해 장터 느낌이 연출되기도 했다.

각종 시민단체와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무현), 정의당 등은 커피와 초코파이, 귤 등의 식음료를 무료로 나눠줬다.

광장 곳곳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밝고 경쾌한 음악이 자주 흘러나왔다.

'악동'이란 별명이 함께하는 23년차 힙합그룹 디제이 디오시(DJ DOC)는 이날 오후 4시10분께 촛불집회 사전문화제에 나와 '디오씨와 함께 춤을', '삐걱삐걱', '알쏭달쏭' 등의 히트곡을 불렀다.

이와 함께 '남북통일 대박? 좌우통일 먼저해봐', '고집불통에 꼴통 대통령, 단절된 소통 다른이의 고통' 등 현 시국을 풍자한 가사가 담긴 '수취인분명'의 첫 무대도 선보였다.

시민들은 "역대급(역대의 그 어떤 것보다 최고)", "사이다(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시원하다)" 등의 찬사를 보냈다.

최순실 분장으로 화제를 일으킨 '예술행동단 맞짱' 회원들은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으로 분장했다.

이후 이들은 경복궁 앞 내자동 사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진행했다. 맞짱 회원들은 캐롤 '펠리즈 나비다(Feliz navidad)'를 개사해 만든 '근혜는 아니다'와 듀오 10㎝의 '아메리카노'에 박 대통령 담화를 듣고 담이 왔다는 가사를 붙인 '담와송'을 비롯해 '하야송', '이게 나라냐' 등의 노래를 부르며 율동공연을 펼쳤다. 지나던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공연단은 순식간에 시민들로 둘러싸였다.

맞짱 관계자 김선구(44)씨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의 문제에 항의하고자 예술인들이 뭉쳐 맞짱이란 단체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예술인들은 우리만의 방식, 예술로 저항하는 방법을 택했다. 낮 시간 퍼포먼스를 비롯해 집회가 끝날 때까지 버스킹 공연 등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까지는 참가한 시민들도 다소 경직된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확실히 즐기는 모습"이라며 "시민들이 편히 즐길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친구들과 나왔다는 김모(18)군은 "내년에 고3이 되는데 그 전에 촛불집회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나왔다"며 "이전에는 조금 심각했다고도 하던데 오늘은 편안한 분위기 같아서 부담이 덜 된다. 재밌게 즐기다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거리 곳곳에서 풍물놀이패의 공연도 이어졌다. 흥겨운 꽹과리 소리와 장구, 북 소리에 맞춘 행렬이 평소에 차량으로 가득했던 서울 도심을 활보했다. 60~70대로 보이는 시민들이 양팔로 춤사위를 선보이며 행렬에 따라붙었다.

중고생혁명 참가자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하야가'를 틀어놓고 춤을 췄다.

광장에서 만난 40대 김모씨는 아내와 초등생 자녀 두 명과 함께 충남 당진에서 왔다고 설명했다. 추운 날씨에 대비해 두꺼운 점퍼 옷깃을 여민 상태였다.

김씨는 "독재자의 딸이 저지른 이 사태를 그냥 두고 볼 수만 없어서 나왔다"며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도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씨의 아내는 "요즘 초등학생들이 시험지에 답으로 '최순실'을 적는다고 하더라.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며 "어제 탄핵안이 가결된 만큼 오늘 촛불집회는 아이들과 비교적 편하게 보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후 7시 시민들의 저항행동 중 하나인 1분 소등 행사 이후에는 '맨발의 디바' 가수 이은미씨가 광화문 광장 문화행사 무대에 올랐다. 우선 애국가를 무반주로 제창했다. 이에 시민들도 함께 열창했다.

이어 이씨는 "크게 외쳐보고 싶었다"며 "대한민국이여 새롭게 깨어나라"라고 외쳐 호응을 이끈 뒤 '가슴이 뛴다', '비밀은 없어' 등을 연이어 공연했다. 이씨는 시민들의 "이은미" "앵콜" 등을 연발에 힘입어 히트곡 '애인 있어요'를 부른 뒤 "지치지 맙시다. 사랑합니다 여러분"이란 말을 남기고 무대를 떠났다.

청와대 200m 앞 지점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 집회에서는 폭죽 터뜨리기와 종이비행기 날리기도 진행됐다. 주최 측은 국정화된 역사교과서를 폐지하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하자는 의미로 마련했다고 전했다.

2차 청와대 포위 행진이 마무리된 오후 9시께부터는 인권콘서트와 자유발언대 행사가 열렸다. '

이날 인권콘서트는 매년 12월10일 세계인권의날을 맞아 '모두의 목소리로'라는 주제 아래 걸그룹 볼빨간사춘기, 우리나라, 4·16합창단, 평화의나무 합창단, 프로젝트 '그날들'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다만 축제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더러 있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던 60대 남성은 "지난 촛불집회에도 참여했지만 너무 축제 분위기에 젖어선 안될 것 같다"며 "탄핵안이 가결됐으니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지 않나. 시민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참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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