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분노' 만드는 언론 됐으면" 거리로 나선 그들
신생 뉴미디어 매체 ‘어니언스’ 대표 박종화(28·여)씨는 기성 언론의 이번 최순실 관련 보도에 대해 “호평 반, 아쉬움 반”이라고 밝혔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던 그는 지난 1월 일상의 정치, 일명 ‘먹고사니즘’을 표방하는 대안언론사를 직접 만들었다. 박씨는 “박근혜 게이트 취재를 모든 언론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고 촛불집회도 왜곡 없이 잘 보도된 것 같다”며 “각 언론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많은 시민의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하는 등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의 반성과 기자들의 사명감이 녹아 있었다고 보인다”고 평했다.
하지만 공중파 및 일부 언론사의 보도에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KBS·MBC·YTN·연합뉴스 등의 기자들은 회사 내부와 싸워서 한 꼭지라도 내보내야 하는데 촛불집회에서 늘 쫓겨나는 모습이 아쉬웠다”고 한 박씨는 “기자는 기자대로 자괴감이 들겠지만 지금껏 비판의 기능을 제대로 해오지 못한 언론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언론은 특히 언론사 사장을 뽑는 과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회가 나서서 선출법을 바꿔야 하며 언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비로소 지금 같은 창피한 일을 두 번 겪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뉴스퀘어라는 매체가 만든 ‘최순실 모바일 가상극’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 박씨는 “핸드폰만으로 최순실 사건을 요약해 보여주는데 압도적이고 이입이 잘 돼 분노까지 만들어내더라”며 “가십성으로 ‘약품 몇가지가 나왔다’가 아니라 상황을 독자에게 이해시켜 이런 ‘선한 분노’를 만들어내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 본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준비생 김모(29)씨도 3차 촛불집회부터 10일 7차 집회까지 네 차례 거리로 나와 ‘모의 리포팅’ 연습을 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매번 다른 주제로 리포팅과 인터뷰 연습을 했다는 그는 “오늘의 주제는 ‘탄핵 가결 이후 시민들의 바람’”이라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골고루 의견을 들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사람들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데 이 일을 굳이 해야 할까,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사에 지원해야 할까’ 회의감을 갖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난 집회 때 파란색 패딩점퍼를 입었더니 JTBC 소속인 줄 알고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반면 KBS 차량 옆에서 시민 인터뷰를 시도했더니 “KBS랑은 인터뷰 안 한다”며 그냥 지나치곤 해 시민 반응에 있어 극명한 차이를 느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청문회도 직접 챙겨보고 평소라면 관심 없었을 뉴스에 대한 토론을 하는 등 뉴스 소비량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앞두고 국회 집회 현장에 나갔다는 기자 준비생 이모(25·여)씨 역시 비슷한 소감을 밝혔다. 이씨는 “JTBC 취재진 주위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높아진 위상을 느낄수 있었던 반면 KBS에는 다들 인터뷰를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거절하려고 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 마이크를 막 들이대로 카메라를 보라고 했다”며 “당시 KBS 기자의 다급한 표정, 인터뷰를 거절하는 사람들 모습 등은 내게도 충격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 같은 언론사에 대한 반응과 일련의 보도 등을 지켜보며 기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진정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1차 촛불집회 때부터 6차 집회까지 빼놓지 않고 참여했다는 기자 준비생 장모(28)씨는 “처음엔 SNS나 일부 정치인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미진하게 접근하다 특정 언론의 보도를 뒤늦게 따라가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각 언론사가 주안점을 둔 영역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그러한 결과물이 모여 큰 퍼즐이 완성된 것에 기성언론의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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