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도 광장 채운 촛불.."탄핵은 시작, 축배는 일러"(종합2보)

2016. 12. 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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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즉각 퇴진" 외쳐..탄핵안 가결 기념 '축제' 분위기도
헌재에 "탄핵 인용하라" 촉구.."이석기·한상균 석방" 구호도
보수단체 "촛불은 종북세력 거짓선동" '탄핵 무효' 맞불집회

(전국종합=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주말 촛불집회가 10일 전국에서 열렸다.

촛불 여론이 국회를 움직여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탄핵을 끌어냈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이라도 박 대통령이 이런 민심을 받아들여 즉각 물러나는 쪽이 옳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전국의 여러 광장을 채웠다.

탄핵안 가결에 충격을 받은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는 규모가 커졌다. 촛불집회에 앞서 서울에서 집회를 연 보수단체 회원들은 탄핵 사태가 '종북세력의 거짓선동' 결과라며 정치권과 촛불 시민, 언론 등을한 묶음으로 성토했다.

◇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 추위에도 광화문 촛불로 뒤덮여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1천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 집회를 개최했다.

기온이 뚝 떨어진 추운 날씨였음에도 오후 8시3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연인원(누적인원) 80여만명,오후 7시30분 기준 경찰 추산 일시점 최다인원 12만명이라는 많은 수가 다시 거리로 나와 광화문 일대를 촛불로 가득 채웠다.

전날 탄핵안 가결로 촛불 민심의 요구에 정치권이 답했지만, 박 대통령이 여전히 청와대에 머무는 상태인 데다 헌재 결정과 특검 수사 등이 남은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참가자들은 주장했다.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많은 이들이 우리가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며 "광장에 모여 황교안 직무대행과 그 내각에 공동 책임을 묻고,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지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관저에서 호화생활하며 TV로 촛불을 관람할 게 아니라 여기 나와 촛불로 심판받아야 한다"며 "제 발로 내려올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 행사에 앞서 오후 4시부터는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청와대 방면 3개 경로로 사전행진과 집회가 진행됐다.

행진은 3일 6차 주말집회처럼 청와대를 동·남·서쪽으로 100m까지 에워싸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동쪽은 청와대 춘추관 방면 진입로인 팔판동 126맨션 앞, 남쪽은 청와대 사랑채 인근 자하문로16길 21, 서쪽은 효자치안센터 앞까지다.

경찰은 광화문 앞 율곡로·사직로 북쪽으로는 행진과 집회 금지를 통고했지만, 법원은 그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며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시간제한을 조건으로 집회와 행진을 허용했다.

법원은 이날 126맨션·자하문로16길 21·효자치안센터 앞을 낀 행진과 집회는 오후 5시 30분까지,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신교동교차로·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 등 3곳은 오후 10시 30분까지 허용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를 구속하라', '시간끌기 어림없다',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청와대에서 방 빼라' 등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김기춘을 구속하라', '우병우를 체포하라' 등 새로운 구호도 등장했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작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폭력행위를 주도한 인물로 지목돼 역시 수감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현 정부 공안몰이의 피해자라며 석방하라는 구호도 나왔다.

본 행사가 끝나고 오후 7시 40분께부터는 사전 신고된 6개 경로로 종로, 을지로 등 도심 주요 구간을 지나 청와대 주변을 에워싸는 2차 행진이 진행됐다.

헌재 인근에 도착한 시위대는 '국민의 명령이다. 탄핵을 인용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헌재가 국민 여론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시내에 경비병력 228개 중대 1만8천200여 명을 배치해 집회 관리와 안전사고 예방활동을 벌였다. 시위대와 충돌은 없었다.

◇ "여러분이 대한민국 영웅"…'시민혁명' 자축 분위기도

이날 집회는 촛불 민심이 정치권을 견인해 탄핵안 가결을 끌어낸 데 큰 의미를 부여하며 자축하는 분위기도 강했다.

수원에 사는 최희태(57)씨는 "지난번에 190만명이 모였을 때는 집사람과 같이 나왔는데 오늘은 혼자 나왔다"며 "지난번과 달리 오늘은 기쁜 마음, 가벼운 마음으로 자축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기자회견과 시국선언 등을 해온 중고생연대 소속 참가자들은 이날만큼은 신명 난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이들은 '아리랑 목동'을 개사한 '하야가'를 틀어놓고 즉석에서 '댄스타임'을 열어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간 집회 현장에서 커피를 나눠줬다는 카페 운영자 김인숙(49·여)씨는 이날 광화문 광장에 나와 "오늘은 '탄핵 축하 커피'이자 '구속 커피'"라며 "생강차 등도 나눠주고 있다. 시민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효자치안센터 인근에서는 탄핵안 가결을 축하하는 뜻으로 시민들이 터뜨린 폭죽이 청와대 주변을 수놓기도 했다.

무대에 선 가수들도 시민들과 희열을 나눴다.

본 행사 첫 무대를 연 가수 권진원은 "우리는 역사의 고비고비를 잘 넘어왔고, 이번에도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길 것"이라며 "우리 조국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은 결코 헤어질 수 없는 사랑하는 님"이라며 시민들을 격려했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는 전날 탄핵안 가결을 '시민혁명'이라 부르면서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은 이 자리에서 촛불을 들고 계신 여러분"이라며 '국민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내려와라'라는 구호를 시민들과 함께 외쳤다.

◇ "즉각 퇴진하라" 전국 방방곡곡 계속된 촛불…'해상시위'까지

서울 외 지역에서도 탄핵안 가결을 자축하고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멈추지 않았다.

광주에서는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주최로 금남로 일대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새로운 나라 우리의 힘으로'라는 글귀가 적힌 폭 25m, 길이 20m의 대형 현수막을 전일빌딩 외벽에 내걸고 축포를 터뜨렸다. 이어 대형 태극기를 들고 1시간 동안 금남로 일대를 행진했다.

전남 여수 거문도 해상에서는 주민들이 조업용 어선 10척에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깃발을 걸고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이었던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박 대통령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촉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부산 서면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명(경찰 추산 1만명)이 모여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울산, 인천, 충북, 대전·충남, 전북, 강원 등 다른 지역에서도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재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주최 측은 이날 서울 외 지역에 누적인원 24만명이, 경찰은 오후 8시 기준 일시점 최다인원 4만6천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을 포함하면 주최 측 추산 104만명, 경찰 추산 16만6천명이다.

◇ 탄핵 충격파…보수단체 '탄핵 무효' 맞불집회

보수단체는 탄핵안을 가결한 여당과 야당을 모두 규탄하며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탄핵안 가결이라는 초유 사태의 충격 탓인지 이날 집회 규모는 전보다 한층 커졌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는 이날 오전 청계광장에서 '헌법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를 연 뒤 대학로 마로니에 광장 앞까지 행진해 2차 집회를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속지 마라 거짓선동. 자유대한 수호하자', '고맙다 탄핵찬성. 덕분에 5천만이 깨었다', '이정현 파이팅'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여당과 야당, 촛불집회 시민, 언론등을 모두 비판했다.

주최 측은 1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오후 1시20분 기준으로 이날 순간 최다 운집인원을 4만명가량으로 추산했다.

일부 참가자는 집회 이후 광화문 방면으로 이동했다가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찰이 양측을 격리해 큰 불상사는 없었다.

(김동철 김용태 류수현 박지호 이승민 이종민 임보연 유의주 장덕종 최수호 최은지 임기창 권영전 이대희 박경준 이효석)

(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6.12.10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정렬된 구명조끼를 시민들이 살피고 있다. 이 구명조끼들은 공연예술단체 '창작그룹노니'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2016.12.10 saba@yna.co.kr
(여수=연합뉴스) 10일 전남 여수 거문도 해상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주민들은 어선 10척에 깃발을 걸고 퍼레이드를 펼쳤다. 2016.12.10 [거문도 주민 제공=연합뉴스] cbebop@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헌법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를 하고 있다. 2016.12.10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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