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욱의 안보 브리핑] 평양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나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2016. 12. 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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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수뇌부 타격 핵심은 지상군 특수부대 침투, 전용 항공기는 없어

북핵이 걱정을 넘어 현실이 됐다. 늘 그래 왔듯이 국민은 북한 핵실험을 연례행사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올해 무려 2차례의 핵실험을 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가장 마지막에 한 5차 핵실험은 핵탄두 폭발실험이다. 즉 1차부터 4차까지는 핵물질이 터지는지 안 터지는지 능력을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했다면, 5차 때는 핵탄두 양산 샘플을 터뜨렸다. 10킬로톤의 파괴력을 보였으니 능력은 약해도 엄연한 핵폭탄이다. 이제 북한은 이 탄두를 1000여 발의 미사일 가운데 원하는 제품에다 싣고, 쏘기만 하면 된다. 

북한이 핵위협을 현실화시켰는데 우리에게는 대안이 많지 않다. 물론 미국의 핵우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여전히 한반도에 펼쳐져 있다. 현대적 핵무기 개념이 바뀌면서 전술핵무기의 가치가 퇴색되기는 했지만, 미국의 핵우산 전력에 해당하는 핵전력 3요소(Nuclear Triad)가 여전히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대한민국이나 일본의 안보를 위협할 때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하면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는 우려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전략핵폭격기의 역할은 축소됐고, 나머지 두 가지 요소인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너무 낡아서 많은 돈을 들여 개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핵무기 현대화를 구체적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가 당선됐기에 망정이지, 힐러리가 당선됐다면 핵무기는 계속 낡은 상태로 남아 있다가 사라질 뻔했다. 다행히도 부족한 핵보복 능력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탄도탄 해상요격미사일(SM-3)과 같은 미사일 방어체계가 어느 정도 보완해 준다. 아직 사드나 SM-3도 없는 우리의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9월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핵탄두 폭발시험 성공을 경축하는 평양시 군민연환대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중앙TV가 녹화 방송한 행사장 모습 © 조선중앙통신 연합

맞춤형 억제전략의 등장

제3차 핵실험 이후 북한 핵이 본격적 위험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을 때 나왔던 대응전략이 바로 맞춤형 억제전략이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2013년 10월2일 제45차 SCM(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발표됐다. 북핵이 전쟁에서 사용될 가능성을 보이면 각 단계에 따라 적정한 강도의 수단으로 상황에 맞춰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골자는 이렇다. 우선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을 위협하는 단계, 핵무기 사용이 임박한 단계, 그리고 핵무기를 사용하는 단계의 3가지로 나눠 대응 방법을 달리한다. 첫 번째 위협단계에선 실제 행동이 아니라 말로만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공격의도를 감추지 않는 호전행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북한을 평상시에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유엔 대북제재가 가동되는 한편, 군사적 노력으론 한·미 연합훈련이나 미국 측 전략자산 전개를 통해 무력시위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한·미 양국은 북한이 핵사용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 2013년 10월 이후 이러한 조치를 꾸준히 가동해 오고 있다.

사용이 임박한 단계가 되면 대응은 또 달라진다. 우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스커드·노동·무수단 등 미사일 발사차량 200여 대가 전개하고, SLBM을 발사하는 잠수함을 배치하게 되면 킬체인(Kill Chain)을 가동한다. 다양한 정찰자산으로 이들 위협의 위치를 찾아낸 다음에 전투기,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등으로 그 원점(原點)을 약 25분 이내에 파괴한다는 것이 바로 ‘킬체인’이다. 적이 공격을 시작해 아군이 피해를 입은 다음이 아니라, 공격을 당하기 전에 타격하는 것이므로, 킬체인은 제한적이나마 선제적 공격행위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킬체인 작전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의 모든 공격수단을 파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사전에 탐지하지 못한 적 미사일이 우리 영토를 향해 날아올 수도 있다. 바로 이때 적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것이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다. KAMD가 가능하려면 적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와 공중에서 탄도탄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 군은 탐지를 위해선 슈퍼그린파인 레이더를, 요격을 위해선 패트리어트 PAC-2, PAC-3(도입 예정), 국산 M-SAM·L-SAM(개발 중)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맞춤형 억제전략을 두고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과연 킬체인과 KAMD가 제대로 가동할 것인가. 정말 이런 작전능력을 가지면 북한이 공격을 포기할까. 킬체인과 KAMD는 근본적으론 방어적 수단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적의 미사일 공격이 창이라면, 킬체인과 KAMD는 방패다. 방패가 크고 두껍다고 적이 창으로 공격하기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방패로 막을 수 없는 부분이 어디에 있을지 더 찾게 된다. 즉 적국은 절대무기인 핵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마당에, 단순히 적의 공격 원점에 대한 군사타격만으로 전쟁을 억지할 수 있다는 구상은 대단히 순진한 생각이다. 조금 더 공세적인 전략이 필요했다.

지상군 침투 특수작전 헬기인 MH-47의 침투 장면 © 양욱 제공

“공격이 최선의 방어”…공세적 전략 필요

북한이 2016년 9월9일 오전 5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그날 저녁 우리 군은 가장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KMPR이다. KMPR이란 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의 준말로 ‘대량응징보복’을 말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를 보이면, 곧바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지휘부를 직접 겨냥해 응징 보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핵무기가 없는 우리 군으로선 북한에 공포를 가져다줄 수 있는 수단이 제한돼 있다. 바로 그런 수단으로 정밀타격이 가능한 현무2 탄도미사일과 현무3 순항미사일, 2018년부터 도입될 F-35A 스텔스 전투기, 그리고 참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특수부대 전력이 거론되고 있다.

결국 KMPR까지 더해져서 우리 군은 3축 체계로 북한 위협에 대응하게 된다. 즉 북한 미사일 공격 징후가 명확할 경우 ‘킬체인’으로 이동식 발사대와 고정시설 등을 선제타격(1축)하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MD)로 미사일을 요격(2축)하며, 북한 전쟁지휘부를 제거하는 KMPR 계획(3축)을 가동한다. 3가지 계획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북한을 완전히 붕괴시킬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KMPR은 처음에 등장하자마자 커다란 비난과 비웃음을 샀다. 핵무기도 없으면서 어떻게 평양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냐는 질문이 바로 나왔다. 또한 KMPR에선 특수부대가 적진에 침투해야만 하는데, 그럴 능력이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북한처럼 대공망에 열심히 투자하는 국가에 침투하기 위해선 특수작전 전용 항공기가 필요한데, 오직 미국만이 이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군 혼자서는 적진에 침투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KMPR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이었다. 게다가 전투기나 탄도미사일로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기 위해선 반드시 지상군 특수부대가 필요하다. 빠른 시간 내에 적진으로 이들을 침투시킬수록 미사일과 폭탄의 위력이 배가된다. 북핵 위협 아래서는 공세적 능력이 최선의 방어다. 또한 공세적 능력은 적진을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농락할 수 있는 침투능력에 달려 있다.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sisa@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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