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0만원짜리 코트의 세계

신한슬 기자 입력 2016. 12. 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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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루자가 너무 많았다.

문체부 전 공무원, 승마계 인사,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 수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게이트의 조연으로 등장했다.

그 코트의 가격은 1180만원.

‘1180만원짜리 코트의 세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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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루자가 너무 많았다. 문체부 전 공무원, 승마계 인사,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 수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게이트의 조연으로 등장했다. 특종과 낙종은 만나는 사람이 조연이나 단역이냐에서 갈렸다. 매일 특종이 쏟아졌다. 매일 낙종의 우울이 쌓였다. 아침이면 다시 주요 인물의 거처를 알아내 무작정 찾아갔다. 하염없이 기다렸다. 선배들은 이것을 ‘뻗치기’라고 불렀다.

ⓒ시사IN 양한모

나는 박근혜 게이트를 취재한 기자들 중 가장 럭셔리한 ‘뻗치기’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을 디자인해주고, 미르재단 이사진으로도 참여했던 김영석 디자이너를 취재했다. ‘전통한복 김영석’ 매장을 찾아갔다.

한복 매장은 서울 중구의 한 특급호텔 지하 아케이드에 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생수 한 병을 8000원에 팔았다. 그걸로 버티며 4시간을 기다려도 김영석 디자이너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려고 ‘뻗치기’를 하나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뭐라도 해야겠기에 같은 층 옷 가게를 찾아가 기웃거렸다. 이것저것 질문해보려는 생각이었다.

점장은 나에게 잠시 기다려달라며 방금 내린 커피를 한 잔 건넸다. 이미 옷을 고르고 있던 다른 고객과 이야기를 나눴다. 단골로 보이는 그 고객은 검은 롱코트 두 개를 번갈아 걸쳐보고 있었다. 점장은 “이거 그렇게 안 비싸다. 손님한테는 제가 바로 10% 할인해드린다”라고 말했다. 그 코트의 가격은 1180만원. 할인 금액만 118만원이었다.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정유라씨가 한 달 생활비를 2000만원 넘게 썼다고 보도됐을 때,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한 달에 쓸 수 있을까 싶었다. 그 기사 자체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땐 겨울 코트 한 벌로 1000만원 넘게 쓸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문득 내 통장 잔고가 떠올랐다. 까마득한 계급 격차였다.

‘1180만원짜리 코트의 세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 격차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최순실씨와 그녀의 가족들이 소시민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부를 누리며 살았고, 심지어 수십억원을 들여 해외 도피를 했다면 누구나 그 돈의 출처를 의심하게 된다. 사람들은 박근혜 게이트에서 권력이 돈이 되고, 돈이 다시 권력을 낳는 사회를 목격했다.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다시 별 같은 촛불이 광장을 채운다.

신한슬 기자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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