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학생, 얼굴도 예쁜데 마스크 벗지?" 촛불집회에서 벌어진 일

TONG 2016. 12. 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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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6일 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촛불그림을 띄운 스마트폰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보나마나 공부하기 싫어서 집회나 나왔지”
"얼굴도 예쁜 것 같은데 왜 마스크로 가렸어?”매 주말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집회에 모인 100만~200만 국민들 속에는 청소년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집단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집회의 규모가 갈수록 커짐과 동시에 여성과 청소년에 대한 비난과 조롱, 여성과 청소년에 대한 성추행 사건 등 여성과 청소년 그 밖의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현상이 집회 현장에 만연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혐오의 사전적 의미는 ‘싫어하고 미워함’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혐오라는 단어 속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위키피디아에 등재된 신조어 ‘에피비포비아(ephebiphobia, 청소년과 십대에 대한 공포)’가 흔히 ‘청소년혐오’를 지칭하는 단어로 쓰인다. ‘여성혐오’로 번역되는 ‘미소지니(misogyny)’는 여성에 대한 혐오나 멸시, 또는 반여성적 편견을 뜻한다. 단순히 어떤 집단을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서 소수자와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누어 구별 짓고, 권력관계를 이용해 차별과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소수자 담론에서 말하는 혐오의 정의다.

어린 게 선동을 당해서...
배우 김유정의 인스타그램. 그는 문어 그림과 함께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팬카페인 ‘박사모’가 배우 김유정(17)을 비난했다. 자신의 SNS에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을 응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는 이유에서였다. 미성년자인 김유정에 대해 “어린 게 선동을 제대로 당했다”라며 김유정이 미성년자라는 점을 꼬집어 비난했다, 실제로 10대들의 집회모습을 담은 기사에는 집회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청소년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가득하다. 미성년자가 정치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보나마나 공부하기 싫어서 집회나 나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어른들에게 선동당해서 나왔네’ 등의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 두 집단 모두에 포함되어 있는 여성 청소년의 경우 이중의 피해를 입는다. 김연정(가명·18)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교복을 입고 집회에 참가했다가 불쾌한 시선을 여러 번 느꼈다고 한다.“어떤 아저씨가 제 다리를 계속해서 쳐다보더니 저와 눈이 마주치자 ‘학생이 치마가 이렇게 짧아도 되냐’고 나무랐어요. ‘교복을 입으니 예쁘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그런 말을 들으니 집회 현장에는 교복을 입고 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성 청소년은 특히 피해자 되기 쉬워
지난 11월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 교복을 입고 참석한 청소년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핸드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촛불집회에 참가한 김하윤(가명·18)학생 역시 한 남성으로부터 불쾌한 말을 들었다."수업 마치고 바로 바로 집회현장에 가느라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아저씨들한테 불쾌한 말을 많이 들었어요. ‘어린데 참하게 생겼네’부터 ‘얼굴이 예쁜 것 같은데 마스크로 왜 가리냐, 벗어봐라’라는 말까지요. 너무 기분이 나빠 얼굴까지 붉어졌어요."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의 언어폭력도 심각한 수준이다. 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의 기사에는 사진 속 청소년에 대한 외모를 지적하는 댓글과 외모를 평가를 하는 댓글이 수도 없이 달린다. 집회에 참가한 최희수(가면·17)학생은 “집회에 참여해서 기사에 자신의 사진이 실렸는데 ‘어린 게 예쁘네’와 같은 조롱하는 말투와 ‘이런 곳에 나오려면 어느 정도 얼굴이 되어야 한다’는 댓글을 보고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여성을 비하하는 말과 추행은 집회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최상인(영일고1) TONG 청소년기자는 집회에서 벌어진 성추행 현장을 목격했다.
“어떤 남자가 제 뒤에 서더니 제 옆쪽에 있는 여성의 몸을 만졌어요. 여자분이 소리를 지르며 뒤를 돌아봤고, 저도 덩달아 함께 뒤를 돌아보았는데 가해자는 이미 인파를 안으로 몸을 숨겼어요. 결국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따지지도 못했죠.”
한국여성의전화 장유미 활동가는 “집회 현장에서의 이러한 행동은 지금 시기에 특징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고 일상에 만연해 있던 차별과 혐오가 응집돼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혐오 논란도 민주주의의 단면
11월 19일 광주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선거연령의 하향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여성·청소년·소수자집단에 대한 혐오현상에 대해 여성민우회 정하경주 활동가는 대응책 마련을 강조했다.
“평등을 취지로 하는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하고 집회를 진행하는 사회자의 발언 등을 모니터링하고 문제시 되는 부분에 수정을 요청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차별과 편견에 대한 사람들의 근본적인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혐오현상에 맞서 혐오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 또한 ‘민주주의의 긍정적인 단면 중 하나’라는 평가도 나온다. 소수자집단에 대한 혐오를 지적하고 토론하는 현상 자체가 민주주의의 본질에 가깝다는 것이다.
정우재(세종한솔고3) '청소년 대중조직 준비를 위한 연대체' 활동가는 “혐오현상에 맞서 ‘여성을 비하하지 말라, 청소년을 비하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집단의 힘을 모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등한 집회를 만드는 다섯가지 방법
위계폭력을 공론화하고, 나아가 평등한 집회와 연대를 고민한다’고 활동 목표를 밝힌 페이스북 ‘평등한 연대'(www.fb.com/4equal.us) 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1. 나이는 권력이 아니다-일방적으로 관계의 성격을 규정하지 않는다.-나이가 적어서 모른다고 또는 나이가 많아서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는다.-상호간에 합의된 호칭을 사용한다.-초면에는 서로 존대한다.2. 성(gender)폭력은 소리내어 말할 수 있는 단어다-성폭력 및 위계폭력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적인 구조와 일상적인 문화를 마련한다. -장기투쟁 또는 숙박이 포함된 농성의 경우 반드시 반성폭력 교육과 인권교육을 우선적으로 실시한다.-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말이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언행을 하지 않는다.3. 누구도 악세사리가 될 이유는 없다-장애인·여성·청소년·어린이에게 구색맞추기로 발언이나 참여를 제안하지 않는다.-특정 이미지로 상대방을 소비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는다. -본인에게 질문하고 당사자가 결정하게 하는 게 (당연한) 원칙이다.4.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뒷정리는 하찮고 발언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등의 위계적 문화를 민감하게 경계한다.-모든 노동은 논의를 통해 필요와 능력에 따라 배분한다. -자기 자리는 스스로 치운다. 컵도 씻자 제발.5. 경계심 없이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다른 사람의 사적인 내용을 별 생각없이 물어보지 않는다.-다른 사람의 신체나 신체나 다름없는 사적인 물건(휠체어, 보조기구, 휴대폰 등)을 동의없이 만지지 않는다.글=이다진 인턴기자 t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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