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시시해진 남자가 낸, 기묘한 신문광고

김지훈 기자 2016. 12. 10.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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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팝니다. 원하는 목적에 사용하십시오. 27세 남자. 비밀보장, 절대 누를 끼치지 않습니다."

한 남자가 삼류 신문 '구직난'에 주소를 병기해 낸 광고 문구다.

그의 집으로 목숨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룬다.

광고를 낸 인물인 야마다 하니오는 유능한 카피라이터로 인정받은 광고회사 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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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목숨을 팝니다'..죽음을 준비하던 日 유명 문인의 오락 소설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따끈따끈 새책] '목숨을 팝니다'…죽음을 준비하던 日 유명 문인의 오락 소설]

"목숨을 팝니다. 원하는 목적에 사용하십시오. 27세 남자. 비밀보장, 절대 누를 끼치지 않습니다."

한 남자가 삼류 신문 '구직난'에 주소를 병기해 낸 광고 문구다. 그의 집으로 목숨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룬다.

광고를 낸 인물인 야마다 하니오는 유능한 카피라이터로 인정받은 광고회사 직원이다. 얼핏 남들 눈에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문제는 그가 자신 앞에 펼쳐진 세계가 시시해 보이기 시작해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신문을 가득 채운 엽기적인 사건과 판에 박힌 듯 지루한 일상이 그에게 이상한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그의 인생은 이 광고로 예측 불허에 빠진다. 수상한 생체실험에 지원하기, 흡혈귀 엄마를 위한 혈액 공급원 되기, 다른 나라 대사관에 잠입해 기밀문서 빼돌리기 등 황당무계하고 엽기적인 의뢰를 계속 맡는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실패’를 거듭하면서 목숨은 계속 이어간다. 저자 본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명 문인이라는 점에서 소재와 접점을 맺는다.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탐미주의 작가이자 '금각사' '우국' 등으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던 미시마 유키오가 그 주인공이다. 자위대 궐기 촉구 연설을 한 이후 할복 자살한 극우 인사였다. 그는 1968년 플레이보이지에 이 작품을 연재했다.

저자가 자살하기 2년 전쯤 집필한 작품으로 죽음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 있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일본 대표 서점인 기노쿠니야에서 지난해 연간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아시아 컨피덴셜 서비스(ACS)라는 정체불명의 비밀 조직과 주인공 간 쫓고 쫓기는 추적과 반전이 담긴 장편소설이다. 주인공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목숨을 내다 팔려다 결국 목숨에 연연하게 된다. 그리고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깊은 고독을 경험한다.

역자는 이 소설의 묘미가 해학적 오락소설의 재미와 죽음을 준비하는 작가의 '처절한 육성'을 함께 듣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목숨을 팝니다=미시마 유키오 지음. 김난주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302쪽/1만3000원.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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