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집세가 뚝 떨어졌으면 좋겠어"

이영민 기자 2016. 12. 1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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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이 높은 집값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고, 상당수 사람들이 월 소득의 상당 부분을 집세로 내면서 근근이 사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집주인은 세입자의 처지와 관계없이 집세나 가게세를 큰 폭으로 올리고, 공권력의 비호 아래 세 들어 있던 사람들이 쫓겨나기도 하며, 집주인이 세금을 미납하면 세입자의 보증금이 정부에 강제 징수당하기도 한다.

정부의 방조 아래 집주인들이 욕망을 채우는 구조는 한국과 미국이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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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쫓겨난 사람들'..도시의 빈곤에 관한 생생한 기록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따끈따끈 새책] '쫓겨난 사람들'…도시의 빈곤에 관한 생생한 기록]

터무니없이 높은 집값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고, 상당수 사람들이 월 소득의 상당 부분을 집세로 내면서 근근이 사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집주인은 세입자의 처지와 관계없이 집세나 가게세를 큰 폭으로 올리고, 공권력의 비호 아래 세 들어 있던 사람들이 쫓겨나기도 하며, 집주인이 세금을 미납하면 세입자의 보증금이 정부에 강제 징수당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에게 유리하도록 되어 있다.

정부의 방조 아래 집주인들이 욕망을 채우는 구조는 한국과 미국이 크게 다르지 않다. 새 책 '쫓겨난 사람들'은 미국 주거 문제를 중심으로 가난의 굴레를 조명한다. 미국의 도시 빈민층에 해당하는 여덟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대도시에서 주거 정책이 어떻게 가난과 불평등을 야기하고 지속시키는지 보여준다. 저자인 하버드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메튜 데스몬드가 수년 동안 밀워키 지역 도시 빈민들과 함께 살았던 시간을 책으로 옮겼다.

도시 빈민들의 삶은 마약과 폭력 및 사기 같은 범죄, 무엇보다 '퇴거'로 점철돼 있다. 저자가 만난 도시 빈민들은 대다수 수입을 월세로 지출했으며, 그러다 보니 가끔 의외의 지출이 생기기라도 하면 집세가 밀려 집주인으로부터 쫓겨나기 일쑤였다. 어느 가정에서든 퇴거는 일회적이지 않고 반복되기 마련이었고, 결국 감수성 예민한 어린아이마저 퇴거에 무감각해지도록 만들기도 했다.

저자는 정부가 빈민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보호해주지 않고 오히려 퇴거를 방조하며 집주인들이 수월하게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정부와 집주인의 공조 아래 쫓겨난 이들은 살 곳을 찾아 더 위험하고 가난한 지역으로 떠난다.

저자는 나름의 대안도 제시한다. 영국의 주택수당(Housing benefit)과 네덜란드의 주거급여(Housing Allowance)를 사례로 들며 일정 수준 이하 소득을 버는 미국의 모든 가정에 주택바우처를 제공할 것을 주장한다. 세입자들에게 양질의 주택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에서처럼 극빈자들에게 살 집을 마련해주는 데 유익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주거 기본권 확립을 위해 제시한 자신의 대안이 모든 곳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면서도 해법이 어떻든 간에 주거 문제는 공동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출발점이며 모든 복지의 기본임을 역설한다.

"하늘에서 집세가 뚝 떨어졌으면 좋겠어." 책의 첫 페이지에는 미국 시인 랭스턴 휴즈의 인용구가 나온다. 이어 '대단히 중요한 작은 서정시'라는 수식이 더해져 있다. 책은 빈곤의 풍경을 건조한 문체가 아닌 유려한 산문으로 그려내고 있다. 흡사 소설이나 산문시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머리로만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 쫓겨난 사람들=매튜 데스몬드 지음. 황성원 옮김. 동녘 펴냄. 540쪽/2만5000원.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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