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젠 경제가 전부다

강기택 경제부장 2016. 12. 1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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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정치공학은 탄핵 이후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다.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도 결국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친박’의 정치공학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탄핵’ 투표 과정에서도 폐족을 모면하고 생존하려는 새누리당 친박이나 어떻게든 친박 중심의 질서를 바꾸려는 ‘비박’간 이전투구가 처절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부정적이면서 거국내각조차 못 꾸린 야당 모두 자당 패거리의 유불리만 따졌다. 정치게임에 골몰하느라 국가경제는 뒷전이고 경제부총리라도 먼저 정하자는 호소는 후순위로 밀렸다.

 경제나 민생문제를 놓고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건 당위론일 뿐이다. 야당은 경제가 망가질수록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다. 4분기 경제가 마이너스성장하고 내년 실업률이 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높아지는 건 대선에서 정부·여당을 공격할 좋은 재료다. 집권 뒤 성과를 내기 위해선 나쁜 게 차라리 낫다. 그러니 겉으로 “경제를 살리자”고 외치면서 뒤로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게 대선 승리 공식일 수 있다.

 이미 그런 조짐이 있었다. ‘협치’ 운운하던 민주당이 올해 추가경정예산 처리 과정에서 ‘선 청문회, 후 추경’을 들고 나온 게 한 예다. 거제, 울산, 목포 등 조선소가 있는 지역에 의원이 없는 더불어민주당은 추경보다 경제실정 부각이 관심사였던 것. 게다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추경을 왜 하냐”고 비토하다 정작 추경심사 때 자기 지역구로 가져갈 예산을 셈하며 “규모가 작다”고 투덜거렸다.

 이런 일은 정권교체기던 1997년 실제로 나타났다. 야당은 기아차를 부도 내지 않고 “국민기업으로 정상화하겠다”며 표심만 자극했고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정부는 능력을 의심받았다. 급기야 대선 한 달 전인 그해 11월18일 야당은 금융개혁법안을 무산시키며 대선 승리 가능성을 더 높였고 집권에 성공했다.

 데자뷔도 배제할 수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비난에도 살려둔 대우조선해양은 ‘제2의 기아차’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와 여당은 지역경제 붕괴, 성장률 하락 등이 선거에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해 연명시켰다. 야당은 “구조조정 반대”를 외치며 결정적 순간에 정치적 결정을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탄핵 이후 정치공학적 이해타산으로 움직이면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추락하는 건 한순간이지만 복구가 쉽지 않거나 영영 불가능할 수 있다. 일본 이상으로 우리도 ‘세월’을 잃어버릴 수 있다. 더욱이 ‘행정의 달인’ 고 건 총리, ‘걸출한 경제관료’ 이헌재 부총리가 버틴 2004년 탄핵 때와 견줘 검사 출신 황교안 총리나 학자이자 정치인인 유일호 부총리는 미덥지 못하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이 신경 써서 돕지 않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야당이 주도해서 가결한 탄핵인 만큼 이후 야당이 딴지를 걸어 한국 경제가 급전직하하면 그 역풍은 야당의 몫이 될 수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압도하는 지금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나 미국의 금리인상이 아니다. 사드 배치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중국의 심술, 멈춰버린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도 아니다.

 적은 내부에 있다. 그것은 섣부른 대권 욕심에서 비롯된 정치공학이다. 촛불집회에 나온 국민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착각해 패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친박, 친노, 친문이란 표현에서 드러나듯 여전히 봉건시대처럼 주군을 모시는 계파정치를 하면서 진보니 보수니 떠들어본들 패거리 다툼이란 본질은 그대로다.

 정치권이 진정 국가경제를 생각한다면 경제부총리 문제부터 명확히 매듭짓고 경제대통령 역할을 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여의도의 무수한 정치엔지니어가 패거리끼리 정쟁하느라 국민 밥그릇을 걷어찼다는 얘기가 나온다면 그들에겐 그저 표 날리는 일에 그칠지 모르지만 국민과 국가경제엔 비극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파를 초월해 이젠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 경제가 전부다.

강기택 경제부장 acek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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