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오늘..'안녕들 하십니까' 인사로 마음 울린 대학생

이미영 기자 2016. 12. 10.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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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었다.

'안녕들 하십니까'로 시작하는 이 대자보는 당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철도노조 파업, 밀양 송전탑 설치, 불법 선거 개입 등에 대한 견해를 담고 있었다.

한 매체에서 100개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나타난 단어는 730번 쓰인 '안녕'이었고 △'세상·사회'(317개) △취업 관련 단어(233개) △'생각·고민·불안'(212번) △토익, 수업 등 공부 관련 단어(202개)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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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밀양송전탑 등 사회문제 대자보 붙여 공감 이끌어내..대자보 릴레이로 사회 관심 증폭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철도파업·밀양송전탑 등 사회문제 대자보 붙여 공감 이끌어내…대자보 릴레이로 사회 관심 증폭]

서울 광화문 시청 광장에 설치된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사진=위키피디아

추운 겨울이었다. 기말고사를 앞둔 한 대학교 캠퍼스 후문에 한 대자보가 붙었다. 평범한 대자보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안녕들 하십니까'로 시작하는 이 대자보는 당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철도노조 파업, 밀양 송전탑 설치, 불법 선거 개입 등에 대한 견해를 담고 있었다. 취업, 학점, 아르바이트 등 일상에 지친 학생들은 이 종이 한장에 담긴 글을 보고 시선을 사회로 돌리기 시작했다.

3년 전 오늘(2013년 12월10일) 주현우씨(당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재학)가 자신의 학교 후문 게시판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주씨의 글은 "철도민영화에 반대한다며 수천명이 직위해제되고 불법 대선 개입, 밀양 주민이 음독자살하는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 안녕들 하십니까?"로 시작했다.

"수 차례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사퇴하라 말 한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이라며 "대자보는 "만일 안녕하지 못한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하십니까!"라는 글로 끝을 맺었다.

대학생 운동이 대학 캠퍼스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사회비판에 대한 공개적 목소리도 사라진 때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글에 대해선 학생들의 공감이 이어졌다. 주씨가 이 글을 읽어달라고 대자보 앞에 서있자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음료수 70병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보와 보수, 이념이라는 키워드를 떠나 사회에 대한 청년의 감성적 글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후 학생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해 대자보에 옮기기 시작했다. 취업의 어려움, 학자금 대출로 인한 부담, 사회에 대한 비판 등이 한데 어우러져 쏟아져나왔다. 무려 40개의 대자보가 주씨의 글 옆에 붙었고 후문 게시판 담벼락은 대자보로 뒤덮였다. 자신의 삶이 바빠 사회를 외면한 세대가 느끼는 현실은 차분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안녕하지 못한 현실에 '절제된 분노'를 보여준 것이다.

'안녕하십니까'는 다른 대학으로, 사회로 이어져 나갔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유학생도, 주부도, 고등학생도 동참했다. 연예계로도 확산됐다. 아이돌·배우들이 잇따라 공개지지했다. 사회의 어두운 현실에 대한 비판이 가득 담겨 있었다. 특히 사흘 뒤 페이스북에 만든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에는 하루 사이 '좋아요'가 2만개가 됐고 1주일새 그 숫자는 26만개로 불어났다.

한 대학생이 촉발시킨 이 운동은 기존 대학생의 운동방식과 확연히 달랐다. 철도파업, 동성애 등 소수 인권문제, 박근혜 정부 문제 등 사회 문제도 많이 다뤄졌지만 대자보에는 개인마다 느끼는 다양한 고민들이 고백형식으로 공유됐다. 사회문제에 대해, 청년들 문제에 대해 세대간 공감과 제도권의 고민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 매체에서 100개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나타난 단어는 730번 쓰인 '안녕'이었고 △'세상·사회'(317개) △취업 관련 단어(233개) △'생각·고민·불안'(212번) △토익, 수업 등 공부 관련 단어(202개)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을 비판하거나 혁명, 해방과 같이 기존 운동권에서 쓰이던 단어는 사라졌다. 기존 운동의 고압적이고 투쟁적 방식에서 공감과 동등한 참여를 전제로 한 대자보 릴레이가 이어진 까닭이다.

이미영 기자 my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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