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지킬앤하이드'는 잊어라"..절제와 포효의 신선한 '이중주'

대구=김고금평 기자 2016. 12. 1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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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7일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대구공연..대본·조명·의상의 진화, 배우의 빈틈없는 연기와 가창

[머니투데이 대구=김고금평 기자] [[리뷰] 7일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대구공연…대본·조명·의상의 진화, 배우의 빈틈없는 연기와 가창]

지난 7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열린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공연. 기존 작품과 조명, 의상, 무대 장치 등에서 180도 바뀐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내놓은 세계 진출작이다. /사진제공=오디컴퍼니

2층의 다이아몬드형으로 꾸민 무대는 입체적이었다. 조명은 화려하고 현대적이었다. 이를 배경으로 살아내는 빅토리아 시대의 인물들은 그 시대상의 초라한 평면적 삶에서도 입체적으로 그려지기 십상이었다. 선과 악. 이 대전제에서 입체적 무대를 꾸리지 않는 것이 되레 이상할 정도였다.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의 시작을 알린 지난 7일 대구 공연은 입체적 배경에 입체적 주제와 인물로, 식상해 질 수 있는 대화 중심의 평면 드라마를 3차원적으로 끌어올렸다.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문학과 철학의 영역으로 집중될 뻔한 답답한 구조를 인물의 연기와 무대 장치의 영리한 전략으로 상쇄했다고 할까.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독보적 인기를 구가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수정과 보완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지킬앤하이드 월드뮤직’은 시작부터 한국이 아닌 영어권 국가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각색한 흔적은 여러 군데서 드러났다. 우선 기존의 ‘지킬앤하이드’가 한국적 정서를 고려해 신파적 감성을 동원해 관객과 ‘감정의 동일화’ 작업에 충실했다면, 새 버전은 좀 더 논리를 부각해 ‘이성의 객관화’ 쪽에 무게를 뒀다.

‘어제의 잔재, 내일의 그늘’에서 살 수밖에 없는 희망 없는 가난한 자의 삶은 그 악도 위선이며, 소녀와의 하룻밤에 마냥 행복해하는 주교의 그럴듯한 선 역시 위선의 굴레에 놓여있다. 사람은 누구나 선의 거짓과 악의 진실 사이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위선의 존재일 수밖에 없음을 이 뮤지컬은 논리에 논리를 거듭하며 강조하고 확인시킨다.

노래를 통하거나 대화를 통하거나 표현 방식은 늘 직선적이다. 은유적이고 두루뭉술 포장했던 기존의 작품 방식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 뮤지컬의 제작사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도 앞서 가진 간담회에서 밝혔듯, 대본·의상·조명 등 모든 부분이 바뀌었다. 신 대표는 “영어권 국가를 목표로 만들다 보니, 캐릭터의 심적 표현보다 가사를 더 드러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신파라는 감정선의 고리를 이 공연에선 만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우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 부르는 노래 한가락은 어떤 역동적 퍼포먼스 못지 않게 긴장감을 유지했다. 여기에 매번 변화를 앞세운 장소와 배경 자체가 대사의 표현력만큼 시선을 집중시켰다. 특히 지킬 박사의 실험실 무대는 디테일의 승리라고 불릴 만하다. 천고를 알 수 없는 최고의 높이까지 채워진 1800개의 병엔 모든 조명을 투사해 집중력을 극대화했다.

배우들의 살아있는 연기와 절제 속 가창은 시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알짜배기였다. 가장 평면적인 역할을 소화한 엠마 역의 린지 블리븐이 ‘원스 어펀 어 드림’(Once upon a dream)을 부를 땐, 이 곡을 위해 그가 이 역을 맡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했다. 루시 역의 다이애나 디가모는 끼 넘치는 클럽 무용수의 화려함과 나약한 서민의 무력감을 동시에 선보이며 무한 잠재력의 보유자임을 증명했다.

지킬과 하이드 역을 맡은 브래들리 딘은 이 이름이 생소한 한국 팬에게 탄성과 갈채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시작부터 탄탄한 품새와 안정된 가창으로 신뢰를 얻은 그는 2막이 시작되면서 심연에서 끌어올리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박수갈채를 한몸에 받았다. 그는 지킬의 선한 모습, 하이드의 숨겨진 야성의 울부짖음을 초 단위로 오가며 보는 이의 심장을 쥐락펴락했다. ‘지금 이 순간’은 오로지 그를 위해 존재하는 곡으로 손색이 없었다.

딘은 “지난 1주일간 연기 인생을 통틀어 이렇게 지지를 많이 받은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언어가 달라도 사랑이나 열정 등의 표현에서 공통의 언어가 있다는 걸 절감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이날 공연을 찾은 한 30대 여성 관객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본 것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무대 장치와 배우의 열혈 연기에 감동 받았다”며 “기존 작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다”고 평가했다.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는 내년 3월 서울 공연에 이어 여름쯤 중국에서 공연한 뒤 미국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신춘수 대표는 “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해 많은 부분에서 수정과 보완을 거쳐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고 했다”면서 “좋은 작품을 내놓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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