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악몽 이겨낸 '영원한 오빠' 감독 3년차 삼성 이상민

용인=박구인 기자 2016. 12. 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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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3년차 삼성 이상민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이상민 감독이 9일 경기도 용인 삼성생명 휴먼센터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팀 상승세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미소를 짓고 있다. 이 감독은 프로 13시즌 동안 평균 10점 6.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국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불렸다. 용인=곽경근 선임기자

농구공을 잡을 때 또래아이들보다 머리 하나가 작을 정도로 키가 작고 체격은 왜소해 신체 콤플렉스를 겪었다. 그러나 홍대사대부고 진학 후 농구에 눈을 떴고 대학과 프로를 거쳐 천재가드 소리를 들으며 최고스타로 자리잡았다. 한 번도 실패를 겪어보지 않은 스타는 프로팀 감독이 되자마자 꼴찌를 기록하는 등 쓴맛을 봤다. “스타 선수는 역시 성공적인 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비아냥을 들어야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팀원과 소통하고 노력했다. 올해 드디어 비상에 성공했다. 프로농구(KBL) 서울 삼성 썬더스 이상민(44) 감독의 얘기다.

9일 경기도 용인 삼성생명 휴먼센터에서 만난 이 감독은 모처럼 밝게 웃었다. 9일 현재 팀은 13승 4패로 리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감독 부임 후 시즌 중 1위를 기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역시절엔 정말 지는 법을 몰랐어요. 승리가 이처럼 소중한 지도 당연히 몰랐죠(웃음).”

그의 과거는 그야말로 화려함 그 자체였다. 1991년 연세대에 입학한 그는 곧바로 한국 최고의 정통 포인트가드로 성장했다. 1993-1994 농구대잔치에서 문경은 서장훈 우지원 등과 함께 대학팀 최초의 우승을 이끌었다.

KBL 출범 후 이 감독은 98년부터 대전 현대(전주 KCC 전신)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며 ‘왕조’의 중심에 섰다. 자로 잰 듯 정확한 패스와 공수를 조율하는 리딩 능력을 앞세워 코트의 야전사령관으로 군림했다. 프로 13시즌 동안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2회, 챔피언결정전 MVP 1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등 업적은 눈부셨다. 탁월한 능력 못지 않게 그의 인기는 요즘 웬만한 아이돌 스타를 능가했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9년 연속 KBL 올스타 팬투표 1위를 차지했다.

은퇴 후 미국에서 2년간 지도자 연수를 받은 뒤 귀국할 때까지만해도 그의 행로는 탄탄대로로 보였다. 2014년 삼성 지휘봉을 잡았다.

굴욕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감독 부임 직후 구단의 리빌딩 방침으로 당시 김승현 황진원 등 능력있는 고참 선수들이 은퇴했다. 경험 없는 선수들로 구성되면서 속절없는 추락을 맛봤다. 감독 데뷔 첫 해 10개팀 중 ‘꼴찌’였다. 농구인생에서 가장 큰 좌절을 맛본 순간이었다.

“11승 43패를 기록했죠. 감독은 단순히 자신감만 가지고 잘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이 감독은 부임 첫 해 성적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진 경기가 많은 게 처음이라 너무 낯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내가 팀을 잘못 이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책이 심했다. 사령탑 자리를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며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칼을 갈고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삼성은 6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반등에는 성공했다. 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첫해의 충격에서 벗어났다”고 겸손해했다. “감독 2년차 때 김준일, 문태영, 리카르도 라틀리프, 주희정 등을 중심으로 팀을 개편했어요. 그리고 우리 선수들이 ‘할 수 있다’며 저를 많이 도와줬죠”

구단뿐만 아니라 팀을 가리지 않는 농구 선후배들의 격려도 힘이 됐다. “유재학 감독이 ‘주위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만의 농구를 하라’고 조언해줬고 후배 서장훈은 NBA 명장이 삼성을 맡아도 힘들 거라며 위로해줬습니다. 힘이 절로 났죠”

삼성은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에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져 곧바로 탈락했다. 이 감독은 “첫 해보다는 나았지만 여전히 배고플 수밖에 없었다”며 “후련함보다 아쉬움이 많았다”라고 언급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자신이 추구하는 ‘빠른 농구’에 적합한 정통 포인트가드 김태술을 데려왔다. 이는 지금까지 신의 한수로 꼽히고 있다. 그는 “김태술이 우리팀 빅맨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면서 팀의 시너지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사령탑 3년차를 맞은 이 감독은 올 시즌 4강에 오르는 게 목표다. 꼴찌와 6강을 경험했으니 한단계씩 차근차근 올라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명장은 좋은 선수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선수들이 부상 없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살짝 드러냈다. 스타 선수에서 스타 감독으로의 등극을 위한 무대가 그의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용인=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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