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장관 긴급소집.. 무디스·S&P·피치에 "경제 이상없다" 전화

손진석 기자 입력 2016.12.10. 04:15 수정 2016.12.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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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탄핵안 가결]
- 경제 비상체제 즉각 가동
12년前의 '이헌재式 대응' 따라 주말에 부총리·5대 단체장 회동
내주 與·野 대표에게도 협조 요청, 내년초엔 해외서 투자유치 설명회
유일호·임종룡 '어정쩡한 동거'
전문가 "교통정리 빨리한 뒤 전권 맡겨야 혼란 막을 수 있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은 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수뇌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탄핵안 국회 통과 이후 상황과 향후 정부의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힘을 쏟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혹시 있을 수도 있는 자본 유출에 대비해 해외 '큰손'의 불안함을 해소시켜주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4시 10분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자마자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예상했다는 듯이 즉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오전부터 비상대기 상태였던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직원들은 탄핵안 가결 소식을 TV로 지켜본 뒤 '컨틴전시플랜(비상 계획)'에 따라 경제 안정을 위한 조치를 속속 취하기 시작했다. 기재부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됐을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보여줬던 위기 대응 행보를 복기해보며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뒀다.

◇이헌재식 컨틴전시플랜 가동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경제부처 장관들은 우선 관료가 중심을 잡아야 위기를 넘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 부총리는 이날 저녁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각 부처가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과 경각심을 갖고 혼연일체가 되어 정책 공백이 없도록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주말에도 컨틴전시플랜은 빈틈없이 가동된다. 토요일인 10일 점심때 유 부총리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5대 경제단체장들을 만난다. 기업들이 위기 수습에 동참해 달라며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곧바로 오후에는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민주노총의 위원장들하고도 회동한다. 일요일인 11일 유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외신 기자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며, 이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기관장과 각종 협회장을 대거 불러 모아 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연다.

유 부총리는 다음 주 첫 번째 일정을 여의도 방문으로 잡았다. 12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만나 경제 안정을 위해 도움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유 부총리가 직접 뉴욕 등 해외 시장에 나가 한국 경제 설명회(IR)를 갖고, 달러로 표시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한다는 일정도 잡아뒀다. 달러 표시 외평채를 발행하면 외환 보유액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경제부총리 리더십이 관건

이날 주식시장은 코스피가 0.31% 내렸지만 코스닥은 1.66% 오르는 등 흔들리지 않았다. 코스피는 개인들이 내다 팔아 소폭 하락했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1121억원어치 순매수하며 동요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탄핵이 오래전부터 거론됐고 가결 확률이 높은 것으로 일찌감치 예측됐기 때문에 시장이 평온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4원 오른 1165.9원으로 마감했는데(원화 가치 하락), 탄핵에 따른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데 따른 현상이었다.

경제 관료들은 그러나 탄핵 이후 정국이 어수선한 채로 오래 지속된다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을 확고하게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부총리가 계속 키를 잡고 경제팀을 이끌지, 아니면 후임자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야당의 협조를 얻어 새 부총리로 취임하든지 간에 교통정리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부총리에게 경제와 관련한 전권을 줘야 한다"고 했다. 2004년 탄핵 정국과 달리 서울과 세종에 관료들이 분산돼 있어 대응이 굼뜨다는 것도 장애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12년 전 노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일 이헌재 부총리가 하루 동안 여섯 번 한강 다리를 건너며 과천청사를 오갔던 것보다 여건이 나빠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