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단 기준은.. ① 헌법질서 훼손 ② 국민신임 배신 여부 따진다

이경원 기자 2016. 12. 1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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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왼쪽)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9일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제68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헌법재판소는 탄핵사건 심리에 들어갔다. 곽경근 선임기자

2004년 고(故)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사건을 심판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은 “위법행위가 일부 인정되지만 파면하기엔 충분치 않다”였다. 이번에도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위법 사실을 파악하는 데서 나아가 박 대통령이 헌법질서를 크게 훼손했는지까지 판단할 방침이다. 대통령 파면에 뒤따를 국정 중단과 사회 혼란마저 민주주의를 위해 치러야 할 정당한 비용으로 판단되면 박 대통령은 곧 사인(私人)으로 돌아간다.

이 사회적 비용이 가치 있는지 아닌지를 비교하기 위해 2004년 헌재가 따졌던 요건은 위법행위의 ‘중대성’이었다. 모호한 개념인 ‘중대성’은 헌법 수호의 관점 안과 밖 두 가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판단됐었다. 헌재는 우선 박 대통령이 법치·민주국가 원리를 구성하는 기본 원칙을 어겼는지 살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행위가 과연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것인지가 그 다음으로 판단된다.

법치·민주국가 원칙을 어겼는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13개의 헌법조항, 5개의 법률 위반 사유가 담겼다. 탄핵소추안의 뼈대 부분은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최순실씨 등에 대한 공소장에서 이미 박 대통령의 범죄사실로 드러난 것들이다. 아직 법원 판단 전이지만 그가 최씨 등에게 외교·안보를 포함한 공무상 기밀을 유출해 국정농단을 가능케 한 행위는 법치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는 헌재가 판단할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개인적 연고자에게 마음대로 떠넘긴 행위 역시 민주공화국 원리와 대의제 원리를 훼손한 것으로 지적받는다. 최씨와 차은택씨 등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전횡 등이 대표적 사례다.

차씨 등을 위한 광고회사 지분 강탈 압력,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퇴진 요구, 한진 조양호 회장의 평창올림픽위원장 퇴진 등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예로 꼽힌다. 무엇보다 자격이 없는 국정농단 주역들의 전횡을 허락한 것 자체가 민주공화국 원리와 대의제 원리를 위반했다는 비판이 컸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개인적 연고자에게 마음대로 넘겼다는 것이다.

국민 신임을 배신했는가

헌재는 헌법 수호의 관점 밖에서도 대통령 행위들을 관찰해 파면 필요성을 따진다. 노 전 대통령을 심판하던 2004년에는 ‘국정을 성실히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되는’ 구체적인 사례 5가지를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뇌물수수·공금횡령 등 부정부패를 하는 경우,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 국가 조직을 이용해 국민을 탄압한 경우, 부정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 조작을 꾀하는 경우였다.

현재 박 대통령의 행위로 드러난 것들은 당시 제시된 사례에 부합한다는 관측이 많다. 지위를 남용한 부정부패로는 역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대기업들의 거액 출연을 강요해 성사한 행위가 꼽힌다.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 아이디어를 최씨에게 귀띔했고, 재벌들에 지원을 당부하며 건의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이 부분은 향후 박영수 특별검사가 뇌물죄 적용 여부와 관련해 짚어갈 부분이기도 하다.

국방·외교상 기밀 누설, 비선들의 사익을 거스른 공무원들 ‘찍어내기’ 등은 명백히 국익을 침해한 행위로 평가받는다. 매주 광장에서 확인되는 촛불의 민심, 각계에서 이어지는 시국선언들 역시 헌재가 판단할 ‘국민적 믿음 상실 여부’와 관련해 의미가 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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