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이미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입력 2016. 12. 1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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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때, 머리에 수건을 두르신 엄마와 막 점심을 먹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우체부한테서 전보를 받아든 엄마가 하늘 쪽을 한번 본 뒤 이내 두 손으로 입을 막고는 흐느끼셨습니다.

그게 얼마나 슬프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인지 그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다’는 큰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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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때, 머리에 수건을 두르신 엄마와 막 점심을 먹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전보입니다.”

우체부한테서 전보를 받아든 엄마가 하늘 쪽을 한번 본 뒤 이내 두 손으로 입을 막고는 흐느끼셨습니다. 젖먹이 막내를 둘러업으시더니 터진 눈물에 흐려진 눈으로 하얀 코고무신을 끌면서 황망히 대문을 나가셨습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던 겁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게 얼마나 슬프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인지 그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다’는 큰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는 뜻입니다. 억장(億丈)은 ‘썩 높다’는 말입니다.

億은 만의 만 배이지요. 매우 많거나 크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억만 번’ ‘억겁’ 등이 말해줍니다. 丈은 길이로 열 자(3m)인데 성인 키 크기, 즉 한 ‘길’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할 때 그 길이지요.

높은 것이 무너지는 게 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는 말이 되었을까요. 억 길 높이의 성이 무너진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인데, 소중하거나 공들인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는 의미에서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입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다’를 떠올리면 되겠지요.

지금 절망감에 억장이 무너져버린 국민들, 누가 달래주나요.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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