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비상시에 점령군 아닌 책임 정당 모습 보여달라

입력 2016. 12. 1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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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를 시작했다. 황 총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認容) 결정이 나오면 내년에 있을 차기 대통령선거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탄핵에 앞서 "탄핵안에는 내각 불신임이 포함됐다"며 황 총리 사임과 내각 총사퇴도 요구했다. 탄핵 가결 후엔 "황 대행 체제가 촛불 민심을 제대로 읽는지 지켜보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시위 양상에 따라 야권이 또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우리 헌법상 황 권한대행을 대체할 새로운 대행을 임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학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권한대행이 새 총리를 지명하는 권한까지 위임받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비상시국에 중대한 법 해석이 엇갈리는 경우엔 확대 해석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적극적으로 해석했다가 위헌으로 결정날 경우 새 권한대행이 했던 모든 법률행위가 무효가 된다. 그때 누가 책임질 수 있나. 국정을 걸고 이런 도박 할 상황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다. 이 위기에 대통령이 탄핵소추됐는데 다시 내각까지 총사퇴하면 국정은 무너진다. 국민의당에서도 "내각 총사퇴는 논리적으로, 헌법·법률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은 지금까지 국정 수습 방안을 놓고 계속 입장을 바꾸며 오히려 혼란을 키워왔다. 박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된 이상 이제부터 나라는 시스템에 의해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 시스템은 허약하다. 정국 주도권을 쥔 야당이 얼마든지 흔들 수 있다.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야당이 그 방향으로 가지 말기를 바란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제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추 대표는 국회·정부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이 말의 진정성은 황교안 대행 체제의 인정과 함께 경제 사령탑 결정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내정자가 어정쩡하게 동거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야당이 이 문제부터 신속히 해결해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점령군' 아닌 책임 정당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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