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제는 與野가 초당적으로 챙겨달라"
주요 대기업 경영 사실상 올스톱.. '頂上 외교' 힘들어져 수출 악재
反기업 대선공약 나올까 우려도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경영할 수 있는 여건 조성해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9일 국회를 통과하자 재계에서는 탄핵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분기별 성장률은 0%대로 떨어지고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 등 대외 여건은 소용돌이치는 상황에서 경제만큼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며 "이제 대통령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정치권은 국정 안정에, 기업들은 정상적인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탄핵 정국 피해 최소화 노력
평소 같으면 매년 12월은 기업마다 연말 인사와 함께 내년 사업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로 재계 총수들이 검찰 소환, 국정조사 청문회 출석, 특검 수사 등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주요 대기업의 경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경우 기업 경영 차질은 더 깊어진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내부를 추스르면서 탄핵 결과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특히 내년 조기 대선 과정에서 '반(反)기업 대선 공약'이 쏟아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소비·투자 위축에 대한 걱정도 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탄핵으로 가뜩이나 안 좋은 소비 심리가 더 꺼질 우려가 있다"며 "예년보다 시기를 앞당겨 매출 증대를 위해 특별 이벤트와 대형 할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계획된 것 이외에 새로운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가 힘들어져 철강 수요도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중단,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도 커져
재계 관계자는 "정치 이슈에 가려 주력 산업 구조조정 문제 등 산적한 경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하는 걱정도 크다"면서 "지금 진행 중인 조선업종과 해운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마무리돼야 하며, 철강과 화학, 건설업종에서도 정부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頂上) 외교'가 힘들어진 것도 재계로서는 악재다. 최근 중국 정부는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어 사실상 한국산 자동차용 배터리에 대한 중국 내 인증을 거부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이런 통상 문제는 개별 기업 차원에선 해결이 어렵다"며 "정상 외교를 통해 풀어야 하지만, 이런 일이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재계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관계 악화 등으로 통상 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국 불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한국 저평가)'를 심화시켜 수출 위축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경계하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초비상이다. 경제 5단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중소기업중앙회가 '국회 대통령 탄핵안 통과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는 "소비 심리는 극도로 위축되고, 수출은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경제 위기 극복에 앞장설 수 있도록 경제적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불확실성 걷어내고 기업에 대한 간섭 없애야"
경제계는 정국 안정을 통한 경제 살리기가 급선무란 점도 강조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정치는 탄핵을 당했지만 경제만큼은 제대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면서 "경제 문제만큼은 여야가 초당적인 자세로 챙겨달라"고 지적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정부는 이미 수립된 정책과 예산을 차질 없이 집행하는 한편 내년도 업무 계획을 충실히 수립해 우리 경제를 덮고 있는 불확실성을 걷어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엔젤투자협회의 고영하 회장은 "정치권이 5년, 10년 후 미래 성장 동력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정치에서 자유로운 환경에서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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