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중국의 통일전선전술

안용현 정치부 차장 2016. 12. 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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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베이징 주재 일본 대사관에서 아키히토 일왕(日王)의 83번째 생일 축하연이 열렸다. 중국 외교부 류전민(劉振民) 부부장(차관)이 포도주 잔을 들고 연단에 올라 요코이 유타카(橫井裕) 주중 일본 대사와 건배하며 일왕 생일을 축하했다. 요코이 대사는 일왕 부부와 시진핑 주석, 아베 총리의 악수 사진을 배경으로 "최근 중·일 관계는 개선되는 추세가 분명하다"고 했다. 지난 2014년 7월 시 주석이 중·일 전쟁의 빌미가 됐던 '노구교 사건' 77주년을 맞아 일제 침략자를 '왜구(日寇)'라고 부르고, 그해 11월 벌레 씹은 표정으로 아베 총리와 처음 인사할 때와는 180도 달라진 중·일 관계의 모습이다.

반면 지난 10월 19일 베이징 시내 주중 한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개천절 리셉션에는 중국 고위급 인사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은 매년 차관보급 이상을 축하 사절로 보냈지만, 올해는 과장급을 파견했다. 작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랐을 때 '역대 최고'라 했던 한·중 관계는 까마득한 옛일이 됐다.

중국은 지난 2014~2015년 역사·영토 문제로 일본과 갈등할 때는 '항일(抗日)'을 매개로 한국의 팔을 당겼다. 한·중 공동 전선으로 일본을 압박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지난 7월 '사드 배치' 발표로 한·미 동맹이 강화될 조짐을 보이자, 일본과 관계 개선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최근 언론진흥재단 초청으로 베이징에 가서 만난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만약 중국 리커창 총리가 연말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우리 외교는 더 난처해질 전망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런 외교 전술은 새로운 게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1920년대 레닌으로부터 배운 통일전선(統一戰線) 전술의 일환이다. "공산당 힘만으로 주적(主敵) 타도가 어려우면 동조 세력을 확보해 동맹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공은 일제와 싸울 때는 국·공(국민당·공산당) 합작을 했고, 국·공 내전 중에는 소자본가와 지식인을 대거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통일전선을 영어로 표기하면 'united front'다. 공동(연합) 전선이란 의미에 가깝다. 남북통일(unification)처럼 나뉜 것을 합친다는 뜻이 아니다. 이 'united front'를 통일전선이라고 쓰는 것은, 강한 적을 물리치려면 다른 세력과 손을 잡는 등 정치적 역량의 통일이 중요하다는 맥락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념보다 실용을 추구했기 때문에 집권에 성공했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도 주적인 미국을 견제하고, 중국 굴기(崛起)를 앞당길 수 있다면 이념과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통일전선'을 펼칠 것이다. 그 대상은 한국·북한·일본 등 누구도 가리지 않는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분노만 늘어놓고, 미국·북한만 바라보는 외교술로는 중국의 통일전선전술을 당해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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