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focus] '어느덧 12년차' 김연주, 터닝 포인트 된 '부상'
[바스켓코리아 = 인천/김우석 기자] 김연주가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김연주는 9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벌어진 삼성생명 2016-17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 전에서 11점 3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장기인 3점슛 3개를 터트리며 외곽에서 확실히 자신이 맡은 몫을 소화했다.
팀은 81-65로 완승을 거두었다. 팀에 합류해 세 경기째를 치르고 있는 데스티니 윌리엄즈가 12점 12리바운드로 활약했고, 에이스인 김단비는 19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로 전방위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인터뷰 실은 찾은 김연주는 환한 얼굴로 “정말 오랜만에 인터뷰 실에 들어온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시즌 때 처음인 것 같기도 하다.”라며 인터뷰를 시작했고, “시즌 처음으로 이런 게임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분위기가 좋아서 더욱 기뻤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신한은행은 지난 경기에서 상승세의 부천 KEB하나은행에 55-68로 완패를 경험했다. 3쿼터 후반 한 때 20점차로 뒤지며 일찌감치 패배를 시인해야 했다. 앞선 경기에서 구리 KDB생명을 접전 끝에 물리친 후에 받은 아쉬운 결과라 상심은 더욱 컸다. 게임이 끝나고 12시까지 훈련을 했을 정도로 충격이 큰 패배였다.
김연주는 “밥 먹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경기 내용이 무기력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인해 벤치에서 게임을 볼 때 ‘내가 게임에 들어가면 저런 무기력한 경기는 하지 말자’라는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지난 경기가 딱 그랬다. 정말 아쉬운 게임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에 대해 물었다. 김연주는 “대화로 서로를 독려하기 보다 각자가 마음을 독하고 먹고 덤벼든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또, 인사이드가 든든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생긴 것 같다. 집중력이 좋아진 것도 승인의 한 부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연주는 12년 차 선수다. 2003년에 데뷔한 곽주영, 2004년에 입문한 최윤아에 이어 2005년에 신한은행을 통해 데뷔했다. 선일여고를 졸업한 김연주는 입단 당시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을 받았을 정도로 유망주였다.
하지만 당시 신한은행 라인업은 ‘레알 신한’이라는 칭호를 받았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뛸 자리가 없었다. 정선민 이적과 전주원 은퇴 등으로 조금씩 황금 라인업이 해체되면서 플레잉 타임을 얻을 수 있었다.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주로 조커로 경기에 투입되었다. 공격의 답답한 혈을 풀어야 할 때 시간이 주어졌다. 장기인 3점슛 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수비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연주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100% 수행했다. 6.35m가 아닌 7m 이상 되는 거리에서도 곧잘 3점슛을 성공시키며 상대 팀 수비를 패닉에 빠트렸다.
2008-09시즌부터 조금씩 두각을 나타낸 김연주는 이듬해 평균 10분이 넘는 출전 시간을 보장받았고, 2010-11시즌 이후에는 평균 20분에 가까운 시간을 경기에 나서며 팀 외곽을 책임졌다. 3점슛 성공률 38%에 평균 7.1점이라는 커리어 하이를 작성했다.
이때부터 슈터 김연주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얼짱 농구 선수’로서 알려졌던 자신의 이미지를 실력과 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상대의 집중 마크와 부족한 수비력은 김연주의 발목을 잡았고, 출전 시간 저하와 함께 평균 득점도 줄어들었다.
지난 시즌은 부상으로 인해 수술대에 올랐다. 아킬레스 건이 끊어지며 일찌감치 시즌을 접어야 했다. 시즌 초반 10게임에 출전해 평균 11분 35초 출전에 2.4점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김연주는 사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김연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의 재활을 묵묵히 견뎌냈고, 이번 시즌 확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평균 33분을 넘게 뛰면서 9.67점 4리바운드 1.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자신이 지난 12년 동안 만들었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김연주는 “프로 입단 후 처음 이렇게 많이 뛰는 것 같다. 짧지 않았던 재활 기간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재활에 도움을 준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정말 고맙고, 스스로에게도 고마운 부분이다.”라고 이야기한 후 “지난해 어제가 수술을 했던 날이다. 오늘은 만으로 1년하고 하루가 지났다. 병원에서 게임 볼 때 기분 생각하면 지금 뛰는 것만도 감사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연주가 성공적인 복귀를 한 이유는 무얼까? 김연주는 “한 발짝 떨어져서 게임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우리 팀 경기를 빼고는 되게 편하게 봤다. 공부를 하게 되었다. 내 포지션에서 잘하는 선수들 하는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고, 필요한 부분을 차용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부상 이전까지 김연주는 3점슛을 시도할 때 페이크 동작이 거의 없었다. 또, 돌파에 의한 득점은 거의 없었다. 이번 시즌 김연주는 페이크를 사용하는 장면도 연출하고 있고, 돌파에 의한 레이업이나 점프슛도 간간히 득점 루트로 사용하고 있다. 김연주에게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장면들이다.
또, 김연주는 “플레잉 타임이 넉넉하다 보니 심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보여줘야 하는 강박 같은 게 있었다. 지금은 그런 마음은 없어졌다. 그냥 내가 ‘잘하든 못하든 팀에 필요한 선수다’라는 생각을 경기에 임한다. 조급한 마음이 많이 없어졌다. 선수는 역시 경기를 많이 뛰어야 하나보다.”라고 이야기했다.
12년이라는 세월의 풍파를 긍정적인 경험으로 만들어낸 김연주는 자신에게 침착함과 여유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김연주에게 부상은 선수 생활에 확실한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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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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