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자율성과 무력감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남자
마감이 없어도 글을 쓸까? 프리랜서 전업 작가가 된 후 맞닥뜨린 첫 질문이었다. 자아의 자율성, 삶의 주체성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래, 사적인 자리에서 선배 작가를 만날 때마다 물었다. “선생님은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세요?” 매일 운동을 해야 다음 날 글을 쓸 수 있다는 분, 아침마다 무조건 A4 용지 한 장 분량씩 글을 쓴다는 분, 글을 쓸 때면 알코올의 도움으로 정서를 활성화시킨다는 분이 있었다. 외출 준비 후 안방에서 건넌방으로 출근하여 구두를 신은 채 작업한다는 분도 있었다.
오래전 글쓰기 방식에 대해 들려주던 선배 작가들은 대체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율적 작업 상태를 항상적으로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 읽혔다. 사실 우리는 무력감과 자율성, 의존성과 주체성 사이 어딘가에서 줄타기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라캉은 정신분석이 종결되는 시점에서 주체가 경험하는 무력감, 정서적 빈곤감에 대해 언급한다.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절대 고독에 항복하는 상태’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무력감에 휩쓸리는 바로 그 순간, 자율성이 숨쉬기 시작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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