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 "대한민국 만세"

이유진 기자 입력 2016. 12. 9. 22:22 수정 2016. 12. 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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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대구 시민들도 “사필귀정…나라 바로 세우기의 첫 단초”
ㆍ전국 곳곳서 호텔 객실·가족사진·떡볶이 등 무료행사도

“대한민국 만세!” “우리가 이겼다.”

9일 오후 4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 앞에 모여 있던 1만여명의 시민들은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함성을 지르며 만세를 불렀다.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춤을 췄다. 김주경씨(21·대학생)는 “도저히 강의실에 있을 수 없어 국회 앞으로 나왔는데 가결 소식을 듣고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감격한 시민들은 한동안 국회 앞을 떠나지 못한 채 길가에서 어깨동무와 기차놀이를 하고 비눗방울을 부는 등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같은 시각 촛불집회의 주무대였던 서울 광화문광장의 문화예술인 텐트농성장에서는 길정연씨(63)가 텐트에서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가결이랍니다. 대한민국 만세!” 광장에 모여 있던 20여명의 시민들은 길씨를 따라 일제히 “만세”를 외쳤다. 길씨는 “태어나서 두 번째로 행복한 순간”이라며 “결과를 보자마자 춤이 절로 추어졌다”고 했다. 텐트농성에 참가 중인 하애정씨(53)는 “탄핵안 가결은 민주국가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최소한의 양심”이라며 “박 대통령 구속을 향한 첫발을 이제 막 내디딘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30분 광화문광장에는 3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한 뒤 폭죽을 터뜨리며 탄핵 가결을 축하했다.

■ 전국 곳곳에서 환영 목소리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시민들도 탄핵안 가결을 ‘사필귀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장모씨(71·대구 수성구)는 “이번 탄핵안 가결은 나라 바로 세우기의 첫 단초”라며 “이제 반칙과 특권으로 얼룩진 국가를 개조해야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민주씨(39·제주)는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철씨(45·인천)는 “국민의 뜻을 따른 당연한 결과로, 좀 더 빨리 박 대통령을 탄핵하지 못한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이유나씨(21·대전)는 “탄핵안이 통과돼도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서 내려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 하야한 뒤 수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축하”…호텔 객실·떡볶이 무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신의 한 수는 시민들이 만든 여소야대 국회”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등 탄핵안 가결을 자축하는 글이 넘쳐났다. 역사교사 최태성씨는 트위터에 “탄핵안이 가결된 오늘 하루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입었는지 날씨는 어땠는지 내 모습은 어땠는지 인증샷으로 기억하세요. 사람마다 감정은 다르겠지만 역사에 기록되는 날이기에…”라고 썼다.

이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는 ‘이정현 장 지진다’란 키워드가 장시간 상위권에 머물렀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야당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다 손을 지지겠다”고 단언했다. 이 밖에 가결, 탄핵 후 절차, 헌법재판소 등 탄핵과 관련된 용어들과 투표를 포기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이름도 검색어 상위 순위에 올랐다.

탄핵안 가결을 기념하는 무료 행사도 펼쳐졌다. 지난달 18일 ‘박근혜 하야 당일 객실 공짜’ 이벤트를 내걸었던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은 51개 전 객실 무료 약속을 지켰다. 전북 전주의 한 카페는 선착순 100명에게 커피를 제공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아 탄핵안 가결표 수를 가장 근접하게 맞힌 사람에게 가족사진 무료 촬영권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출판사 창비는 페이스북에 “그냥 기분이 좋아서 쏩니다”라며 댓글을 단 이들을 추첨해 도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서울 서부지역노점상연합은 10일 오후 1시부터 3시간 동안 신촌·이화여대 앞과 홍익대 등에서 떡볶이 등 간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유진·박미라·백경열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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