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뭐가 급해서 안달인가" 호소문 돌린 최경환 '나홀로 불참'

유정인·김한솔 기자 2016. 12. 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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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개의부터 개표까지 68분 ‘속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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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에는 9일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국회 밖 시민들 목소리가 의사당 안으로 새어드는 가운데 여야는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하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 탄핵 절차를 마무리했다. 본회의 개의부터 탄핵소추안 가결 선언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8분이었다. 속전속결이었다.

오전부터 여야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캐스팅보터인 새누리당 비주류 주축 비상시국위원회는 오전 8시 마지막 찬성표를 확인한 뒤 “가결을 확신한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내부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곧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박계가 탄핵 저지에 나서며 찬성파와 부딪쳤다. 이정현 대표는 탄핵 반대를 호소하다 “표결 가이드를 주느냐”고 반발을 샀다.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은 “뭐가 급해서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리고 죽이지 못해 안달이란 말인가”라는 호소문을 돌렸다.

야 3당도 동시다발로 회의를 열고 탄핵 의지를 다졌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 “위대한 국민의 명령을 집행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고 하는 등 비장감이 흘렀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의총에서 개표 전 대화, 가결 시 박수를 금한다는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오후 3시가 다가오자 의원들이 속속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탄핵 장미꽃’을 들었다. 당원 대통령 탄핵을 앞둔 여당 의원들 표정은 침통했다. 방청석엔 세월호 유가족 40여명이 자리했다.

본회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탄핵안 제안설명을 맡은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사사로운 인연이 아닌 오직 헌법과 양심, 역사와 정의의 기준으로 판단해 가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후 3시24분 투표가 시작됐다. 의사진행발언은 없었다. 의원들 표정은 담담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표결 시 본회의장에서 전투를 방불케 하는 몸싸움이 벌어졌던 것과 대비된다. 유일한 표결 불참자로 기록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은 투표 도중 퇴장했다.

개표를 기다리는 16분 동안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의원들은 정적 속에 정면을 응시했다. 오후 4시10분,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표 결과를 알렸다. “총투표 수 299표 중 가 234표, 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서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촛불국민 만세”를 외치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야 3당 의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정현 대표는 허탈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여당 의원 대부분은 고개를 떨구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정 의장이 서명한 탄핵소추의결서가 곧 소추위원인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됐다. 헌법재판소와 청와대에 의결서가 송달된 오후 7시3분 박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됐다. 대통령 취임 1384일 만이다.

<유정인·김한솔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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