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중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촛불탄핵' 지켜본 외국인들

이창수 기자 입력 2016. 12. 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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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탄핵? 중국에선 상상조차 못할 일"/ 닉슨 대통령 하야한 미 '워터게이트' 떠올리기도 / '헬조선' 양극화 현상이 방아쇠 당겼단 평가

“의미는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어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2년만에 국회를 통과한 9일 서울의 한 대학에서 만난 로번 피에르(22·멕시코)씨는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무척 놀라워했다. ‘촛불집회를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평소 상상하던 시위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며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지켜본 그는 “시민들의 저항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대통령을 쫓아낸다는 건 멕시코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9일 서울의 한 대학에서 만난 로번 피에르(22·멕시코)씨는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고 촛불집회를 떠올리며 “대통령을 쫓아낸다는 건 멕시코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6년 임기 대통령제인 멕시코에서도 지난 8월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탄핵 운동이 진행됐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50) 대통령의 학위논문 표절과 대통령 부인의 부동산 비리 등 각종 의혹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서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400만명 이상이 탄핵 촉구 서명을 했지만, 실제 의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재 니에코 대통령의 지지율은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인 20%선으로 추락한 상태다.

교환학생 마르코 마틴 캄포(23·멕시코)씨도 “(한국의 문화는) 정치 관심도도 낮고 부패가 심한 멕시코와 비교된다”며 “한국인들이 주권을 찾기 위해 거리를 나오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매주 이어진 대규모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본 국내 체류 외국인들은 대부분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다수의 시민들이 정치적 사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지를 관철시킨 것이 인상적이란 평가다. ‘한국식 민주주의’를 곁에서 지켜본 외국인들은 “민주주의는 완벽하지 않다”며 민주주의에 대해 계속해 의문을 가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9일 한국을 찾은 그어카이치이(29·중국)씨는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이 인민의 뜻으로 물러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절대 불가능하다. 99.9%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에서 온 이들에게 매주 거리를 뒤덮는 한국의 시위문화는 무척 낯선 모습이었다. 이날 한국을 찾은 그어카이치이(29·중국)씨는 ‘대통령이 탄핵된 사실을 아느냐’는 물음에 “몰랐다. 안 그래도 식당과 길거리에서 국회모습만 비추고,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라며 “한국인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중국에서 공공장소에서 정치를 얘기하는 것은 매우 드문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이 인민의 뜻으로 물러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절대 불가능하다. 99.9% 불가능하다”며 싱긋 웃었다.

‘최순실게이트’를 지켜본 외국인들은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으로 이어진 미국 ‘워터게이트’(1972)를 떠올리기도 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할 것이 확실해지자, 1974년 8월8일 자진해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한국을 찾았다는 피터슨 존슨(34·미국)씨는 “거짓말로 신뢰를 잃은 리더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하야나 탄핵은 분명 불명예스러운 일이지만 (미국의 경우)워터게이트 이후 사회가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에서 사람들은 대통령을 뽑을 권리 뿐만 아니라 권력을 빼앗을 권리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생활이 15년째인 앤더스 EK(67·스웨덴)씨는 “한국에서는 높은 지위의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권력이 주어진다”면서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한국의 수직적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제왕적 대통령제가 만든 구조적 문제란 시선도 있었다. 한국 생활이 15년째인 앤더스 EK(67·스웨덴)씨가 지켜본 한국은 수직적인(vertical) 국가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높은 지위의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권력이 주어진다”면서 “스웨덴은 개방된 사회를 지향한다. 모든 사람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한국의 수직적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덴마크에서 온 대학원생 스테판 바흐(27)씨도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무당(shaman)이 등장하는 등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아마 드라마로 만들면 대단히 흥미로울 것”라면서도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지만 더 강한, 더 나은 민주주의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에서 온 대학원생 스테판 바흐(27)씨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무당(shaman)이 등장하는 등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아마 드라마로 만들면 대단히 흥미로울 것”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지만 한국사회에 남아 있는 과제도 적지 않다는 시선도 많았다. “헬조선”이란 단어를 또박또박 발음한 제레미 토마스(53·영국)씨는 “한국에 나타난 이번 현상(촛불집회, 탄핵 등)과 젊은이들의 분노가 연관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과 영국 모두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를 겪었는데 실업과 양극화 문제가 방아쇠를 당겼다”며 “여러 가지 중첩된 문제가 ‘박근혜’라는 부패와 악의 상징을 겨냥해 터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영국의 브렉시트에 반대했다는 그는 하지만 “국민투표로 결정한 것이고, 민주주의는 그것을 따르도록 한 제도”라며 “한국도 마찬가지로 탄핵이 되든 안 되든 그 결과를 감내해야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민주주의는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계속해 민주주의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감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수·이창훈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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