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독재' 표현도 안쓴 국정교과서..육영수 사진에 위안부합의는 긍정평가

장은교 기자 2016. 12. 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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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정 역사교과서 원본(초고)의 박정희 정권 미화 수준은 지난달 28일 공개된 현장검토본보다 더 심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은 반복적으로 사용됐고 서술 분량도 더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위원장 유은혜)가 9일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고등학교 <한국사> 원본을 보면 251쪽 한쪽에만 1967년 전국상품전시회와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식에 함께 참석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연이어 등장한다. 279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사진도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한국사) 원본 251쪽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사진이 함께 전국상품전시회(1967년), 경부고속도로개통식(1970년)에 참석한 사진이 실려있다. 이 사진들은 현장검토본에는 빠졌다.

박정희 시대 분량도 총 11쪽으로 현장검토본보다 2쪽이 더 많다. 박정희 시대 소단원 첫 제목은 ‘박정희 정부의 출범과 고도성장의 시동’이다. 현장검토본 제목인 ‘박정희 정부의 출범과 경제개발계획의 추진’보다 노골적이다. 유신은 ‘계속되는 안보위기 속의 3선 개헌’, ‘유신체제와 고도성장’ 등으로 묶어 안보위기와 고도성장이 유신체제의 원인이자 결과인 것처럼 기술했다.

독재라는 표현 대신 “대통령 1인의 독점적 권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체제”라고 설명했고, 1975년 유신헌법이 통과된 것은 “정권의 개입과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혼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모습이 정중앙에 위치한 ‘1975년 10월 유신 3주년 총화 유신국민대회’ 사진도 반쪽 분량으로 실었다. 새마을 운동은 2/3쪽 분량으로 부정적인 면 없이 긍정적 효과만을 상세히 기술했다.

국정 역사교과서(한국사) 원본 256쪽과 257쪽. 1975년 10월 유신 3주년 총화 유신 국민 대회 사진과 포항종합제철소 전경 사진이 실려있다.

2015년 체결된 일본군 위안부 합의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원본은 “2015년 한일정부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문에도 일본군의 관여와 사죄와 반성, 일본정부의 책임을 물었다”며 “이러한 발언과 정신은 실천을 통해 이어나가야 한다”고 썼다. 관련 사진도 김학순 할머니와 수요시위, 소녀상 대신 동북아역사재단에서 강연하고 있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의 사진을 실었다.

대한민국정부수립국민축하식 사진도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는 것이 명확히 보이는 사진 대신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얼굴이 강조된 사진을 넣었다.

1987년 이후 민주화과정은 단 두쪽만 기술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식 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사진을 쓴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복을 입고 자이툰부대를 방문한 사진을 썼다.

당초 “원본을 파쇄했다”고 밝혔던 국편은 지난 7일에는 “원본파일을 찾았지만 집필진들이 반대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상정된 9일 오후 3시께 갑자기 국회에 원고본과 개고본을 제출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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