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 "검찰 공소장 내용만으로도 탄핵 가능"

김민경 2016. 12. 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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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핵심쟁점은
중대한 법 위반·국민 신임 배신 여부
특검 '뇌물 혐의' 수사 기다리지 않아도
헌재 스스로 '탄핵 이유 있다' 판단해야

[한겨레]

국회가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박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헌법학자들과 법조계 인사들은 대체로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의 행위가 대통령직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의 선택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파면 결정’과 ‘기각’ 두 가지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미 헌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 결정문에서 대통령 탄핵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등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이거나, 뇌물수수 등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 파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는 최순실씨 등에게 공무상 비밀이 담긴 문건을 유출하거나, 기업에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내도록 압박한 행위 등을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대통령의 행위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제시한 뇌물수수, 부정부패, 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인지를 따져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와 법조계는 대체로 탄핵소추안에 명시된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위반 사항이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결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인정한 사실을 보면 최소한 최순실씨가 연설문 작성 과정에 개입한 것은 맞다”며 “주권자인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력을 최씨에게 재위임했기 때문에 헌법을 위반한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뇌물죄를 제외하더라도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공범으로 적시된 직권남용 혐의 등도 엄연한 법률위반이므로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며 “특검 수사결과나 최순실씨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도 헌재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최순실씨 등의 공소장에 기재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과 박영수 특별검사가 수사할 뇌물수수 혐의 등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검찰 수사기록이 있는 직권남용 혐의 등과 달리 뇌물수수 혐의는 특검 수사가 진행돼야 규명될 것으로 보여, 뇌물수수 혐의가 핵심적으로 부각되면 탄핵 결정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나온 수사기록만으로는 뇌물수수 혐의 입증이 쉽지 않고 헌재가 직접 증거조사에 나선다 해도 검찰 수사나 형사재판처럼 사실관계를 밝히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뇌물수수 혐의에 집중하면 결론을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빠른 판단을 위해서는 탄핵소추안의 모든 내용을 판단하기보다는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헌재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굳이 뇌물죄까지 따지지 않아도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행위는 탄핵 사유가 된다”며 “추가 수사나 판결을 기다릴 필요 없이 탄핵소추안에 있는 내용 중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뇌물수수 혐의의 입증 정도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헌법 위반은 그 내용이 모호하고 검찰 수사로 증거가 확보된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탄핵 사유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헌재가 스스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검 수사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경우 특검의 1차 활동 기한은 내년 2월께고, 같은 논리라면 법원 확정판결까지 기다려야 해 국민의 ‘대통령 즉각 퇴진’ 민심에 반하고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비상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어 헌재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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