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가결]들불이 된 촛불 탄핵 이끌다..10일 사상최대 촛불 켜지나

이승현 입력 2016. 12. 9. 17:56 수정 2016. 12. 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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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이 된 촛불' 40여일만에 5만서 232만으로
탄핵 미온적인 정치권 압박해 탄핵 이끌어
2만여 시민들 국회 에워싸고 탄핵통과 압박
퇴진행동 "10일 7차 촛불집회 열고 즉각퇴진 요구"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6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질서있는 퇴진’이 혼란을 최소화하는 최선책이라며 탄핵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던 새누리당 등 정치권은 지난 3일 전국을 밝힌 230만 촛불의 분노에 놀라 탄핵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했다.

촛불집회 주최측은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0일 광화문 광장은 탄핵안 국회 통과를 축하하는 축제의 장이자, 퇴진을 거부하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분출하는 저항의 장이 될 전망이다.

◇ ‘들불이 된 촛불’ 40여일만에 5만서 232만으로

10월 29일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첫 주말 촛불집회에는 주최측 예상을 월등히 뛰어넘는 5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1만 2000명)의 시민이 함께했다. 시민들은 ‘최순실 구속’과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시민사회는 2차 촛불집회부터는 150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을 꾸려 대규모 도심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가로막았지만 법원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는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며 잇따라 집회 허가를 내줬다. 춧불집회를 회를 거듭할수록 일부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반정부 투쟁이 아닌 주권자인 일반 시민들의 열망을 담은 평화적 항쟁으로 거듭났다.

5세 첫째부터 생후 2개월 막내까지 4명의 자녀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한 곽수영(31·여)씨는 “더이상 집에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나왔다”며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부디 좀더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3차 촛불집회 때부터는 한국 집회의 역사를 주말마다 새로 썼다. 지난달 12일 모인 전국 106만명은 지난 2008년 6월 10일 ‘광우병 촛불집회’(주최 측 추산 70만명·경찰 추산 8만명)규모를 뛰어넘어 1987년 6월 민중항쟁 이후 최대 인파로 기록됐다. 촛불 행렬은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에 약 1㎞ 떨어진 율곡로·사직로까지 진출했다. 법원은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청와대 인근에서 열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스스로 민주국가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경찰의 금지처분을 무효화했다.

4차와 5차, 6차 촛불집회까지 횟수를 거듭할 수록 촛불의 함성과 청와대 간 거리가 좁혀졌다. 4차 촛불집회 당시 날개를 편 학의 모양으로 청와대를 에워싸는 ‘학익진’ 행진은 무산됐지만 낮 시간대(오후 3시~5시 30분)를 조건으로 청와대에서 약 400m 지점(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까지 진출했다.

서울에 첫 눈이 내린 지난달 26일 5차 집회에선 추운 날씨에도 서울 150만명을 포함해 전국 19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섰다. 법원의 결정으로 촛불 행렬은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신교동 로터리까지 다가갔다. 엄청난 인원이 광화문 일대에 몰렸지만 물리적 폭력이나 불상사는 없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거리를 청소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커져가는 분노의 함성에도 박 대통령이 퇴진 요구를 거부하자 이달 3일에는 전국에서 232만명이 촛불을 들었다. 청와대 100m 앞 효자치안센터까지 진출한 6차 촛불집회 행렬 맨 앞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었다. 416개의 횃불이 이들과 함께 청와대를 향했다.

1~6차 촛불집회 참여 인원. (자료=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 경찰)
제5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2차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청와대 인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손팻말과 촛불을 든 채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사상최대 촛불 켜지나 “즉각 퇴진·적폐 청산 촛불 확산”

박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촛불은 여의도로 번졌다. 시민들은 8일과 9일 이틀 연속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정치권의 탄핵안 통과를 압박했다. 국회는 결국 9일 오후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 234표로 가결시켰다. 지난달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 이후 42일만에 얻어낸 성과이다.

이날 국회 앞에서 탄핵가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2만여 시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서로 얼싸 안고 기쁨을 나눴다.

오후 4시 10분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일제히 손을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드론 풍선을 날리고 폭죽을 터트리기도 했다. 감격한 시민들은 길가에서 어깨동무 기차놀이를 시작했고 부부젤라로 비눗방울을 불며 탄핵안 통과를 축하했다.

프리랜서 차윤주(32·여)씨는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들으니 국민이 진짜 승리했구나 생각이 들어 기쁘다”고 했다. 변형승(24·수원대 2)씨는 “근소한 가결을 예상했지만 압도적 가결 투표수로 민의가 드러난 만큼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을 이끈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퇴진행동은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박 대통령이 퇴진할때까지 촛불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10일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란 주제로 7차 촛불집회를 연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겠다며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막은 박 대통령을 향한 분노는 정점에 이를 것을 보인다.

주최 측은 지난 3일 6차 촛불집회 당시 기록한 전국 232만여명(주최 측 추산)을 넘는 사상 최대 인원이 집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집회를 하던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현 (lees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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