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D/단독]문화계 유력인사에게 '엘시티 45억' 흘러들어간 까닭

2016. 12. 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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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기환 전 수석이 받은 50억 중 45억 문화계 S씨에 유입
● S씨 지인 "연루된 정치권 인사 한둘 아니다"
● 엘시티 불똥 튄 문현금융단지 사업과 '99모임'
● S씨 "소설 같은 이야기일 뿐"

[동아닷컴]
부산 해운대 초고층건물 ‘엘시티(LCT)’ 비리 수사에 나선 검찰의 칼끝이 부산 문현금융단지 2단계 사업으로 향한다. 엘시티 시행사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66·구속기소) 청안건설 회장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57·구속)에게 건넨 50억 원 가운데 일부가 문현금융단지 2단계 사업 시행사인 S사 S대표에게 건너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문화계 유력인사인 S씨는 유명 공연제작사 대표이기도 하다.

동아일보 ‘매거진D’ 취재팀은 S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달 말부터 그의 지인 A씨를 수차례 만났다. A씨는 한때 S씨의 사업 파트너였다. 그는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S씨는 문현금융단지 사업에 뛰어들었던 2010년부터 정관계, 은행권 인사들과 자주 접촉했다”며 “너무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져 문현금융단지 사업과 관련해 부산시에 탄원서를 제출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엘시티 불똥 튄 문현금융단지

부산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10월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현 전 수석에게 수표 여러 장으로50억 원을 건넸고 이 가운데 45억 원이 문현금융단지 2단계 사업 시행사인 S사 대표 S씨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해 11월 말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 전 수석은 이 회장에게 45억 원짜리 수표를 받아 지난 7월 평소 친분이 있는 S씨에게 건넸다. 검찰은 수표의 발행인이 이 회장인 것으로 파악했다. S씨는 검찰 수사에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동료 사업가가 있어 현 전 수석에게 받은 수표를 전달했고 이는 문현금융단지와는 무관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현 전 수석이 S씨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상당수 언론이 두 사람 간의 1억 수수설을 보도한 것은 그 때문이다. 현 전 수석이 이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수표 45억 원의 성격 및 현 전 수석과 S씨의 관계가 향후 수사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애초 현 전 수석이 문현금융단지 사업의 인허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도움을 준 뒤 해당 돈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구체적인 수사 진행 사항이나 내용은 기소 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문현금융단지 2단계 사업은 2012년 11월 27일 용지 매매계약이 이뤄졌으나 자금난과 시공사 선정의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8월 들어서야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비 4000억 원 규모의 사업으로 지상 36층, 49층 2개 동에 호텔과 오피스텔, 뮤지컬공연장 등이 들어서며 2018년 완공을 앞뒀다.

이 같은 대규모 사업을 건축 개발에 대한 경험도 없는 S사가 맡은 것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의혹이 쏟아졌다. S사는 2012년 10월 설립된 회사로 자본금 규모는 5억 원이다.

‘99세까지 잘 먹고 잘 살자’

엘시티 수사의 불똥이 문현금융단지로 번지면서 S사가 문현금융단지 사업을 맡게 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S씨의 지인 A씨는 “엘시티 수사 과정에서 현 전 수석과의 관계가 일부 드러났지만 부산 문현금융단지 사업에 얽힌 정치권, 금융권 인사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S씨의 인맥과 관련해 주목받는 것이 ‘99모임’이다. A씨에 따르면 99모임은 ‘99세까지 잘 먹고 잘 살자’는 의미로 만들었다. 새누리당 J의원 등 정치권 인사를 비롯해 각계 저명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제작사 대표인 S씨는 모 대기업 문화재단 이사 직함도 가졌다.

S씨는 부산이 지역구인 K의원과 친분이 두터워 사업 진행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실제로 S씨가 K의원을 그의 의원실, 서울 여의도 앞 R호텔에서 만나 문현금융단지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수차례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2012년 3월경 S씨가 ‘K의원의 선거 자금’을 해줘야 한다며 돈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부산 문현금융단지 상징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S씨 “돈거래 사실 아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S씨는 “모두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S씨는 12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라 다 말할 순 없지만 너무 소설 같은 기사가 많아 일일이 대응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고 밝혔다.

S씨는 우선 현기환 전 수석과의 돈거래 여부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현 전 수석을 통해 문현금융단지 2단계 사업을 위한 자금을 조달받고 그 대가로 돈을 건넸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검찰에서 조사하면 다 알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도 현 전 수석과의 돈 거래와 문현금융단지 사업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또 99모임 등을 통한 정관계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99모임은 친목성 모임이고 정치인은 J의원 단 한 명뿐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부산 지역 K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선 “사실 K의원이 의원 활동을 하기 전부터 알고 지내왔다. 워낙 오래 전부터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오해를 살까봐 (사업을 시작하고부터는) 공식적인 자리 이외에는 만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K의원은 부산 국제금융센터 전체 사업에 대해 상당히 노력하는 분”이라며 “K의원에게 (문현금융단지 사업에 관해서) 특별히 도움을 받았던 것은 없다”고 말했다.

S사가 4000억 원대 규모의 문현금융단지 2단계 사업을 맡게 된 것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S대표는 “원래 시행사라는 게 1억짜리 법인으로도 3000억짜리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 S사는 시행사가 아니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특정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된 SPC이기 때문에 자본금이 (많고 적고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조현주 기자 hj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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