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타선 구축' 기아, 점점 불안해지는 이유는?

양형석 입력 2016. 12. 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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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윤석민 수술과 양현종 잔류 불확실, 마운드 불안요소 점점 늘어나

[오마이뉴스양형석 기자]

기아 타이거즈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바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팀이다. 지난 11월 17일 FA자격을 얻은 '집토끼' 나지완을 4년 40억원으로 잡은 데 이어 24일엔 올해 타격4관왕에 빛나는 KBO리고 최고의 타자 최형우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4년 100억원). 2명의 FA선수에게 무려 140억 원을 투자한 덕분에 기아는 내년 시즌 10개 구단 최고의 타선을 완성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기아는 올해 김주찬과 이범호가 나란히 생애 첫 100타점을 기록했고 서동욱(타율 0.292 16홈런 67타점)과 김주형(타율 0.281 19홈런 49타점)도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 아쉬웠던 외국인 타자 자리에는 브렛 필 대신 빅리그 7년 경력의 로저 버나디나를 영입했다. 버나디나가 KBO리그에 무사히 연착륙하고 본격적인 복귀 시즌을 맞는 안치홍과 김선빈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2017년 기아는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을 능가하는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나지완의 잔류와 최형우, 버나디나의 영입으로 기아의 타선이 몰라보게 강해진 것은 분명하다. 선수 면면을 보면 올해 우승팀이자 도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한 두산 베어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기아의 전체적인 '전력'이 확실하게 강해졌냐는 물음에는 의문이 생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타선에 비해 마운드에선 벌써부터 크고 작은 구멍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민의 어깨 수술과 양현종의 해외 노크 

 어깨수술을 받은 윤석민은 내년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다.
ⓒ 기아 타이거즈
굳이 2011년 정규리그 MVP와 투수부문 4관왕을 언급하지 않아도 윤석민은 기아가 아끼고 자랑하는 우완 에이스다. 기아가 메이저리그 도전이 실패로 끝나고 복귀한 윤석민에게 4년 90억원이라는 거액을 안긴 것도 에이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복귀 첫 시즌 2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하며 90억원 짜리 투수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선발 투수 컴백을 선언한 올 시즌 윤석민은 단 3경기 만에 고질적인 어깨부상이 재발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4개월 만에 복귀한 후에도 구원으로만 경기에 나섰다. 올해 16경기에 출전해 31이닝을 던진 윤석민은 2승2패1세이브6홀드 3.19를 기록하며 이름과 연봉(12억5000만원)에 걸맞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더 큰 비극은 시즌이 끝난 후에 일어났다.

기아는 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윤석민이 일본에서 우측 어깨에 웃자란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다고 밝혔다. 4~6개월 정도의 재활 기간이 걸리는 수술로 알려졌지만 부위가 투수에게 민감한 어깨인 만큼 윤석민이 6개월 만에 1군 무대에 돌아올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기아 팬들을 더욱 긴장시키는 불안 요소는 또 한 명의 '집토끼' 양현종의 잔류여부다. 프로 3년 차였던 2009년 10승 투수 반열에 오른 양현종은 윤석민이 미국으로 진출한 2014년부터 기아의 믿음직한 에이스로 활약했다. 최근 3년간 41승을 거뒀고 556이닝을 책임졌다. 더욱 대단한 사실은 2013년부터 매년 투구이닝이 점점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데뷔 후 처음으로 200이닝을 돌파하기도 했다.

FA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광주 토박이 양현종은 해외진출이 무산된다면 기아 잔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양현종이 다른 구단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기아에 잔류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양현종을 영입한다는 것은 뛰어난 구위와 내구성을 두루 갖춘 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를 데리고 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윤석민-양현종 이탈하면 기아 선발진은 '무주공산'
 윤석민과 양현종이 없다면 기아는 내년에도 김진우 등 노장들의 부활에 팀운명을 맡겨야 한다.
ⓒ 기아 타이거즈
현실적으로 어깨수술을 받은 윤석민이 시즌 개막부터 1군에서 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양현종마저 기아에 남지 않는다면 기아구단과 팬들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악몽이 벌어질 지 모른다. 아무리 거액을 투자해서 타격을 업그레이드시켰다 해도 투수진에서 큰 구멍이 생긴다면 타선 강화의 효과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내년 시즌 기아의 선발 마운드에 윤석민과 양현종이 없다면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선발투수는 올해 206.2이닝을 던지며 15승을 따낸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 뿐이다. 기아는 헥터의 파트너로 일찌감치 좌완 팻 딘을 영입했지만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는 뚜껑을 열기 전까진 활약을 장담할 수 없다. 구단에서는 앤디 밴 헤켄(넥센 히어로즈)처럼 던져 주길 바라겠지만 에릭 서캠프(전 한화 이글스)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가 선발 두 자리를 차지한다 해도 토종 선발이 나머지 세 자리를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윤석민과 양현종 외에 기아에서 한 시즌을 든든하게 책임질 수 있는 선발 요원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올 시즌 기아에서 외국인 투수 2명과 양현종을 제외하면 100이닝을 넘게 던진 투수는 아무도 없다. 스윙맨 홍건희가 90.1이닝을 던지며 4승을 기록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기아의 불펜이 아주 튼튼한 것도 아니다. 기아는 내년 시즌 42세가 되는 임창용이 뒷문을 책임져야 하고 KBO리그 최고령 투수 최영필이 여전히 핵심 불펜요원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한승혁, 김윤동, 정동현 등 어린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이는 거꾸로 말하면 지금껏 보여준 '실적'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내년에도 한기주, 김진우, 손영민, 곽정철등 '왕년에' 한가닥 했던 투수들의 부활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리그 최고의 타자 최형우가 가세하면서 내년 시즌 기아는 더욱 화끈한 공격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타자들이 뽑아내는 점수보다 투수들이 허용하는 점수가 더 많다면 결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기아에서 어깨 수술을 받은 윤석민의 재활 속도와 해외 진출을 노리는 양현종의 잔류 여부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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